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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Dec 08. 2023

설렘으로 오른 좌석버스

살고 있는 나

 J의 고민이 늘수록 나의 모임은 늘었다. 오전 수원에서 모임이 있었다. 웬만해서는 잘 움직이지 않던 내가 버스로 거의 2시간이 되는 거리를 넉넉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나섰다. 정류장까지 걸어도 되었지만, 그냥 뛰고 싶었다. 사실 걸음 횟수에 따라 포인트가 쌓이는 어플을 이용하고 있어서 포인트를 채울 요량이었다. 그 짧은 거리를 뛰어 버스에 올랐다. 밖과 확연히 다른 온도였지만 일반 버스에서 느끼는 탁함과 매캐한 냄새는 없었다. 세네 명이 띄엄띄엄 창가에 앉아 있었고, 모든 것이 적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마에 머금은 땀을 닦아내고 싶어 문을 열까 망설이고 있는데, 버스 위쪽에서 무겁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버스 위를 올려다보았더니 어른 손바닥만 한 문이 철컥 열렸다.


 한큐에 서수지 톨게이트를 지나 감상에 젖어들 때쯤 정류장을 지나쳤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급하게 내려 주변을 둘러본 순간! 나도 모르게  한 곳을 향해  신호등을 건너고 있었다. 그곳엔 한옥 기술 전시관이 멋들어지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맑고 청아한 아이유 목소리가 한옥과 어울려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잘못 들어선 길이 오히려 설레는 길목이 되었다.




 아름답게 늙고 싶었다. 나이 듦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아름답게 살 수 있는 방법 별거 없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내가 원하는 세계에서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결이 맞는 사람들과 서로 지지하며 늙고 싶다.


 아직 배울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는 여전히 갈망한다. 새롭게 익혀가는 재미, 경험으로 일궈가는 내 일상, 부족함에서 오는 특별함, 평범한 일상에서 정해진 일정을 던지고  일탈을 꿈꾸는 하루!

 20년 후, 내 머릿속 서랍은 어떤 흔적과 경험으로 가득할지 궁금하다.


사생활의 천재들 _정혜영

인간은 수많은 사람으로 태어나 한 사람으로 죽는다는 말이 있지. 우리 안에는 우리가 쓰지 못한 힘, 탐험하지 못한 모습, 발견하지 못한 보물, 미처 능력을 드러내지 못한 자아들이 넘쳐나고 있어. 우리는 그중 최악의 것이 아니라 최선의 것을 끄집어낼 수 있게 서로 도와야 해. 우리 자신이 자신에게 남은 단 한 가지 모습을 혐오스럽게 보지 않도록 서로 도와야 해. 우리는 살고 있는 나와 살아보지 못한 나를 다 거느리고 미래를 향해 여행 중이야. 미래에 우리는 누가 될지 알 수 없지만 한 인간이면서 동시에 무언인가의 대표자가 될 거야.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미래는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닮아가는 거야. 우리 자신이 보고 싶은 미래 자체가 되어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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