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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솔 Oct 11. 2023

당신이 만든 잭콕이 맛이 없는 이유

홈텐딩 퀄리티 높이기

홈텐딩을 하는 여러분에게 많은 팁을 전달해주고 싶다. 집에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는 문화는 이제는 어색하지 않고 능숙하게 잘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별로인 퀄리티의 칵테일을 만들어 내어 적당히 만족하며 즐기는 모습은 굉장히 아쉽다.


최대한 전문적인 단어들을 배제하고 쉬운 표현으로 쉽게 설명하도록 노력하겠다.


그 시작을 잭콕으로 시작하려 한다.





생각보다 잭콕은 맛있는 칵테일이다. 잭콕을 맛있게 느끼지 못한다면 아마 얼음이 녹아 밍밍하거나 충분히 차갑지 않거나 김 빠진 콜라로 만들어진 잭콕을 마셨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제시하는 방법으로 만들어도 잭콕이 맛없다고 생각되면 그땐 인정하겠다.


하이볼이나 진토닉이 아닌 잭콕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조합이 쉽고, 잭다니엘과 콜라의 비율을 다양하게 설정하더라도 맛의 스위트스폿이 넓은 편이다. 

집에서 내 맘대로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만들어 먹는데 무슨 상관이냐 생각한다면 이 글을 읽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바에서 손님에게 내놓은 칵테일에는 어느 정도의 규칙과 스탠더드가 있다. 이것을 이해하고 집에서 만들어 마신다면 좀 더 변수를 능숙하게 컨트롤하여 만들어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정보들에서 언급되고 있지만 중요한 건 '온도'이다. 글라스의 온도, 얼음의 온도, 술의 온도, 섞는 음료의 온도(여기서는 콜라), 심지어 레몬이나 라임까지 포함한다. 그다음이 비율이 되겠고 그다음이 만든 방법이 될 것이다.


온도가 중요한 이유는 차갑게 먹기 위함도 있지만 콜라의 탄산감의 퍼포먼스를 살리기 위함도 있다.


자 이제 시작해 보자


1. 글라스에 얼음을 채운다

2. 잭다니엘을 1/4 정도 넣는다

3. 콜라로 채워 마무리한다


내가 이딴 식으로 설명하려고 이 글을 시작한 게 아니다. 저런 설명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저 사이에는 변수가 너무나도 많이 존재한다. 좋은 퀄리티의 잭콕을 마시고 싶다면 우리 조금만 노력해 보자.



1. 글라스에 얼음을 채운다. 라고 쓰고 '글라스를 칠링한다'로 읽는다.


글라스를 칠링하는 이유는 글라스와 얼음과 콜라의 온도를 서로 맞추기 위함이다.

 

이 온도가 비슷하게 맞춰지지 않으면 콜라의 탄산이 금방 날아가서 탄산빠진 밍밍한 잭콕이 만들어져 버린다,



여러분의 글라스는 분명 상온에 보관되고 있을 것이다 이걸 이제 차갑게 만들어야 한다.

얼음을 글라스에 끝까지 가득 채운 후 바스푼(없다면 티스푼이나 젓가락)으로 빙빙 돌려서 글라스를 칠링 한다. 이 과정에서 글라스의 온도는 내려가고 얼음의 온도는 올라간다. 


글라스얼음의 '온도'를 비슷하게 맞춘다는 생각으로 진행해야 한다.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실은 -15에서 -25 사이쯤 될 텐데 여기에 들어있던 얼음의 표면의 온도를 어느 정도 올려줘야 한다.


글라스 칠링하는데만 설명이 이만큼이다. 바에서는 이 과정을 빠르게 진행되도록 치밀하게 설계해놓는다.



2. 잭다니엘을 1/4 정도 넣는다


자 이제 술을 넣을 차례이다. 술 넣기 전에 글라스에 녹아난 얼음물은 꼭 따라 버리자. 잭콕의 비율은 내 기준에서 1 : 2.5 ~ 1 : 4 정도가 괜찮은 것 같다. 업장에서는 지거를 이용하여 정확하게 넣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홈텐딩이니까 얼음이 가득 채워져 있는 글라스에 눈대중으로 1/5~1/4 정도 채운다는 생각으로 채워 넣고 또 젓는다. 


잭다니엘이 미리 칠링 되어있다면 좋겠지만 여러분의 잭다니엘은 상온에 있을 것이다. 상온의 잭다니엘의 온도를 차갑게 식히는 과정이다. 젓다보면 잭다니엘에 얼음이 녹으면서 1/4~1/3쯤으로 변할 것이다.


*글라스 칠링의 과정과 술 넣는 과정에서 분명히 글라스 상단에 얼음이 빈 공간이 생길 것이다. 가득 채웠던 얼음이 녹으면서 차곡차곡 빈 공간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리 상온에 꺼내두어 온도를 조금 올려놓았던 얼음'으로 다시 풀로 채워준다.


이 사이에 취향껏 레몬이나 라임을 짜 넣는다. 안 넣어도 상관없다. 난 안 넣는다.



3. 콜라로 채워 마무리한다



자 이제 '글라스'와 '얼음'과 '술'의 온도가 똑같진 않아도 비슷해졌을 것이다. 냉장고에 차갑게 식힌 '새' 콜라를 꺼내어 넣어준다. 어제 마시다 남은 페트병 콜라 넣으면 되지 않냐는 소리는 넣어두길 바란다. 나머지 3/4~2/3 부분을 다 채워도 되고 도수를 높여서 마시고 싶다면 콜라를 덜 넣으면 된다. 글라스에 바스푼이나 밥숟가락을 깊게 찔러 넣고 위아래로 한두 번 정도만 얼음을 들썩들썩해주면 완성이다. 


*업장에서는 지거에 남아있는 소량의 잭다니엘 몇 방울 정도 되는 양을 마지막에 표면에 뿌려서 술의 퍼포먼스를 올려주는 테크닉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티스푼으로 한 숟갈 정도 위에 뿌려서 완성해보자.



이제 이전보다 나아진 잭콕을 맛있게 마시면 된다. 차갑게 냉기가 돌고 탄산이 짱짱한 잭콕을 상상하니 글을 쓰는 와중에 군침이 돈다.


설명하다 보니 내용이 좀 길어진 거 같은데 이마저도 많이 생략된 상태이다. 변수는 얼마든지 더 제공될 수 있다. 참 귀찮아 보이는 과정 같아 보이지만 의도를 이해하고 몇 번만 반복해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만약 여기까지 따라와 주었다면, 앞으로 진행될 홈텐딩에 관한 많은 정보들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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