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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일기]효진의 기록

도전과 변화

 해가 점차 저물어 갈 무렵, 의성으로 떠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로컬메이커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강화와 의성에 사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든다고 하여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에 지원하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미개봉 중고가 되어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시간만 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회성을 조금이라도 기르기는 하였지만, 2년간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던 나에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활동에 지원한 것은 매우 큰 용기를 낸 행동이었다. 

의성으로 가는 길에서 바라본 서울


그만큼 아무런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도 컸고, 이를 바꾸고자 하는 욕구 또한 컸다는 뜻이다. 하지만 변화하고자 마음은 먹었지만, 막상 의성에 도착해서 대표님과 다른 대학생 크루를 만나니, 어색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학생 크루끼리 알고 지낸 분도 있어 자연스럽게 장난도 치고 친해 보이는 모습을 봐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애초에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막 살갑게 대하면서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아니기에 머릿속으로 ‘아... 군중 속의 고독은 이런 것이구나...!’라고 깨달았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내 성격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 다들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다가와 주셔서 고마웠다. 특히 같이 면접을 보았던 연실 언니가 함께해서 안도했다. 1시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만난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편했고, 다시 만나게 되어 기뻤다. 또 마니또, 수건 돌리기, 할리갈리 등 여러 게임을 하면서 처음 만난 사람을 향해 닫혀 있었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 이 프로그램을 기획해주신 두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의성에서의 1박 2일을 보낸 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 강화도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지금 사는 곳에서 강화도까지 대중교통으로 4시간 정도 걸린다는 걸 보고 ‘와... 이 정도면 KTX 타고 부산 갔다 와도 될 정돈데?’라며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처음 가보는 강화도에서 강화 지역 고등학생과 같이 프로젝트를 할 생각에 설레기도 하였다. 강화고등학교로 향하면서 활짝 만개한 벚꽃과 쭉 늘어진 산성을 볼 땐, 중간고사와 과제 생각에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날마다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는 강화 도민이 부럽다는 생각 하며 약속 장소에 도착하였다. 약속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씩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한 번밖에 만난 적 없는 대학생 크루였지만, 처음 만났을 때 비해 마음이 편안하고, 반가웠다. 반면 고등학생 크루와의 만남은 처음 대학생 크루를 만났을 때와 비슷했다. 그때는 전부 대학생 신분으로 만났던 터라 먼저 말을 걸어야 한다는 강박은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생과 만나니 ‘대학생’으로서, ‘연장자’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겨 머리로 질문을 계속 짜냈다. “MBTI가 뭐야?”, “관심 있는 학과 있어?”, “남고는 어때?” 등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티키타카가 제대로 안 되는 느낌이었다. 질문, 대답, 정적. 질문, 대답, 정적의 연속이었다. 이대로 어색한 분위기가 지속되려나 싶었지만, 걱정과 다르게 볼링장에서 대결하며 전보다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카페 같은 정적인 공간보다는 동적인 활동을 하면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 같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시험 기간이 끝나고, 다시 활동이 시작되었다. 아쉽게도 코로나에 걸려 세 번째 활동은 참여하지 못하였다. 안 그래도 고등학생 크루에 누가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빠지게 되니, ‘빨리 친해질 수 있을까?’라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나의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재미있게 네 번째 활동을 즐길 수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계속해서 만나 익숙해진 걸까? 한 달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차근차근 변화하는 나의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가만히 있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을 텐데... 바뀌고 싶다는 그 마음가짐 하나가 너무나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끊임없이 도전하여 모든 것에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사람에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이 되는 그날까지...


로컬메이커 5기 대학크루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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