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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정말 Feb 28. 2023

고령 친 언니들과 시험관아기- 상


내 위로는 7,8살 차이가 나는 두 자매님이 있다.


내가 아무리 서른을 훌쩍 넘었다 할지라도

언니들 눈에 아직도 나는 라면 국물 받아먹던

세 살배기 막냇동생으로 보이나보다.

가끔 그것이 문제가 된다.


아기를 가지고 싶어 하는 두 언니가

서른 중반의 나이를 달리고 있을 때쯤

나는 부모님의 명을 받아

언니들에게 빨리 임신을 하라고 잔소리를 해댔다


더 이상 임신을 늦추면 자연임신도 안될뿐더러

태반조기박리 임신성당뇨 임신성 고혈압 조산 등

갖가지 위험도 올라간다고

나름 교과서 자료를 들먹이며 산부인과 의사로서

근엄하게 말을 해도


하이고~우리 막둥이가 의사가 다 됐네 눈물 난다는 둥

얼싸안고 놀리기 바빠

제대로 된 첨언을 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자연임신이 잘 될 것 같다며

자신만만한 콧바람을 내뿜기도 했는데

동생이 산부인과의산데 무슨 걱정이냐며 둘이 깔깔 웃었다


아니 내가 산부인과 의사인 게 본인들의 임신과 무슨 상관인 건지!

나의 타들어가는 속과는 다르게

언니들은 마흔 즈음에 임신 시도를 했고

1년간의 노력에도 불구, 자연임신이 되지 않았다.


큰언니는 바로 시험관 시술을

둘째 언니는 배란유도제를 먼저 맞았다.


배란유도나 시험관 시술 모두

인위적으로 외부에서 호르몬을 주입을 하기 때문에

정상적 범위의 용량을 초과한 호르몬에 대한 반응으로

오심, 구토, 부종, 어지럼증 힘든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다낭성 증후군을 앓은 이력이 있었던 큰언니는

시험관 시술의 호르몬 자극에 반응을 크게 했고

배아이식을 받고 결국 복수, 흉수가 차서

내가 근무하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왔다.


복수 사이로 넘실거리던 포도송이 같은 난소를 보면서

큰언니가 많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됐다.

그렇지만 동생 힘들까 봐 힘든 내색도 않고

- 네가 있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네

라며 웃는 언니 때문에

마음으 아파 눈물이 찔끔 났다.

..

언니는 속이 많이 불편했는지 새벽마다

연신 토악질을 해댔고 복수를 빼기 위해 꽂았던 배액관으로는 노랗고 맑은 액체들이 하루에 1L씩 나왔다.

..

그래도 참을 만하다던 언니가 눈물을 터뜨린 건

입원하고 일주일쯤 됐을까 아기집을 보고 난 뒤였다

세 개의 배아를 이식했는데, 두 개의 아기집이 보였고

난황막도 보였다.


이 쬐끄만한 동그라미가 이렇게 반갑다니

나는 아주 입이 귀에 걸리고 춤이 절로 나올 것 같았지만 언니에겐 아직 아기 심장 뛸 때까지는 지켜봐야한다 했다. 아무에게도 일단 알리지 말라했다.


임신 초기 유산을 한 산모들의 얼굴들이 생각났고

언니도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해서 안심할 때는 아니라며 혹독한 주입식 교육을 했다.

심장소리를 듣고도, 14주 이상의임신 1분기가 지나야 안전하다고

아니아니 기뻐할 때는 아직이라고

초음파를 볼 때마다 훌쩍이는 언니에게 몸과 입을 조심할 것을 단단히 일러두었다.


어느덧 복수 양도 줄어들어 배액관을 빼내고

생글생글 웃으며 퇴원한 언니가

다시 응급실로 실려 온 건 임신 12주쯤이었던 것 같다.

..

갑자기 발생한 심각한 복부 통증으로

내가 있는 병원으로도 오지 못하고 큰언니 집과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새벽에 실려간 언니

갑자기 강하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복부통증,

포도송이처럼 부풀었던 난소상태등 난소 염전이 강하게 의심이 들어 언니가 실려간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동기에게 연락을 다급히 해서 언니의 응급수술 어렌지를 부탁했다.

..

난소염전일 때도 응급인 케이스인데 거기다 환자가 산모라 일사천리로 수술 어렌지가 되어 들어갔지만,

수술장에서 이미 썩어버린 상태의 난소를

되돌릴 수 없어 절제를 하게 되었다.


그 바보 같은 언니가

그 아픈 걸 그렇게 참아내다니

임신하고 자궁이 늘어나면서 경미한 통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줬는데

참을성이 좋은 그 언니는

다 썩을 정도로 심하게 꼬인 난소 통증을

그렇게 참아냈다.


산모에게 줄 수 있는 진통제가 제한적이라

타이레놀 주사약만 맞으면서 수술 후 통증을 조절할 수 밖에 없던 언니는 통증을 호소하며 그제야

- 막둥이 말을 내가 들었어야 했는데 흐어엉 너무 아프다 동생아

라는 진실의 말을 했다.

..

수술 후 회복도 되지 않은 채로 큰언니가 코로나까지 얻어걸렸을 땐

정말 하느님 왜 그러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1분기(14주 이전) 유산이 많이 되는데 그 시기에 난소 한짝까지 제거해버리고 코로나까지 걸려 아기들이 잘 못 될까 봐

전전긍긍했었다.

큰언니를 위로하기 위해 언니와 비슷한 상황의 환자가 무사히 출산을 했는지 알아보기위해 논문이나 케이스 리포트도 찾아보고안심시켜주긴 했지만..


내 속은 정말 타들어가고 입은 바짝바짝 말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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