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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정말 Mar 22. 2023

임신중절에 관하여


아기 그냥 지워주세요

참으로 맹랑한 말이었다.


이전에도 해봤어요

그리고 이젠 불법도 아니잖아요

정말 맹랑한 고등학생이었다.

...

임신테스트기에 뜬 두줄을 보고

허겁지겁 응급실로 온 그녀는

아기를 빨리 지우고 싶다 했다.


의사에게 임신중절 거부권도 있으며  

이 병원에서는 중절 수술은 안 한다 했다.


잠시 당혹감이 얼굴에 스쳐 지나갔고

퇴원시켜 달라고 했다.

애 안 낳을 거니까

피임을 꼭 해라 다음 임신 안될 수도 있다는

시답잖은 잔소리도 집어치우라고 한다.

......

이 어린 소녀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보호자를 불렀다

역시나 친부모가 아니었다.

임신 맞나요 쭈뼛하던,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이의 눈빛은

그렇다는 내 대답에 두려움이 서렸다.


(젊은 꼰대처럼 잔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임신뿐만 아니라 성병도 예방가능하니

꼭 피임을 해야 하는 이유에 짤막하게 말했다.

여자친구 몸을 본인 몸처럼 생각하라는 말로 덧붙여서


그리고 그 소녀에겐 대학병원

근처 산부인과들의 전화번호가 적힌

안내문을 쥐어줬고

친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니

꼭 부모님께 말씀드리라고 당부를 했다.


2021년 낙태죄는 사실상 폐지되었다.

임신중절의 주수 범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확립되지는 않은 상태.

...

- 낙태죄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뉴스에서 한창 이 이슈에 관해 다룰 때 듣던 질문이다.

어둠의 경로로 임신중절을 하다 잘못되는 사각지대의

환자들이 사라진다는 순기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오늘 같은 상황에 처할 때마다

무분별하게 시술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란 아쉬움도 있다.

시술의 위험성이나 후유증에 대해선

비의료인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낙태 시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후에 어떤 합병증이 있는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함을 느낀다.

...

주수마다 시술하는 행태는 달라지지만,

자궁 안쪽에 스크래치를 내기도 하여 유착을 발생시키고 간혹 감염이나 천공등의 후유증도 발생한다.


우리 엄마세대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고추의 유무에 따라서 시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지만(엄마피셜)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제대로 알건 알아야 하지 않은가


자기 결정권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만큼,

그에 수반되는 결과와 책임에 대해서 확실하게 인지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신중절이라는 안전바가 있으니

피임을 대충 해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



ps1) 임신중절 거부권이 의사에게 있다.

ps2) 여의치 못한 수술로 (계류유산 고사난자등..) 소파시술을 받은 후 임신이 더 잘된다는 보고도 있다.

ps3) 자기 결정권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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