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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래하는 짱쌤 Mar 30. 2022

어쩌다 작가


 작은 메모에서 시작되었다.

누구나 처음 겪는 코로나 시기에 학교에서 겪은 일들을 간단히 메모로 기록하였다. 그것을 계기로 책을 내게 되었고 어쩌다 작가가 되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글을 쓰면서 내 안에 감춰진 생각, 중요한 가치,  명확한 목표를 알게 되었다. 생각이나 느낀 것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책상에 앉으면 좋다. 너무 좋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배우는 것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교장으로 발령 난지 1개월 정도 지났을 때 교원들이 전문적 지식과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직접 연수를 운영하는 ‘교원 자발적 연수’ 신청 공문을 보게 되었다. 과정 하나하나를 천천히 살펴보다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나도 작가!’라는 프로그램으로 6시간짜리 프로그램이었다. 6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무언가 끌리는 마음으로 연수를 신청했고 퇴근 후 설레는 마음으로 강사가 근무하는 안산까지 달려갔다.      


 강사는 책을 4권이나 출간한 현직 보건 교사로 교사도 작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책을 쓰면 작가라고 불러 준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매주 진행되는 연수에서 엄청난 동기부여를 받았고 작가가 알려주는 대로 매일 글을 쓰는 습관으로 2020년 12월 28일 나의 책 ‘나는 초보 교장입니다.(리더북스)’가 세상에 나왔다. 


나태해지고 글이 써지지 않을 때마다 강사 선생님께 연락을 했고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옆에서 멘토로서 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결과 드디어 내 책이 세상에 나왔다.     

 다음 해 4월, 평생학습관에서 온 프로그램 신청 공문을 다시 접하고 보은 하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에 공모했고 선정되어 ‘성장하는 글쓰기’ 강좌를 운영하였다. 책이 나온 지 5개월 후에 따끈따끈한 초보 작가로서 연수를 운영하며 ‘배워서 남주자’를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강좌를 신청해준 교사들의 연수를 준비하면서 ‘내가 과연 연수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 선생님들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더구나 코로나로 대면 수업이 아니고 비대면인 줌 수업을 해야 하는데 수업을 할 수 있을까? 뒤늦게 찾아온 여러 가지 걱정으로 너무 두려웠다. 


 내가 작가가 되다니... 1년 동안 경험한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가? 따끈따끈할 때 책을 쓰면서 경험한 것을 그대로 생생하게 나누자.’ ‘꼭 무엇인가 도움을 줘야 한다’는 강박적인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자 훨씬 편해졌다.  

그러나 비대면인 줌을 통한 원격연수 준비는 쉽지 않았다.  기계치여서 컴퓨터의 기능을 익히고 활용하는 것이 겁부터 났다. 그동안 줌 회의를 해보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이 초대하는 주소 클릭 한방으로 차려놓은 밥상에 쉽게 들어갔는데 이제는 호스트로서 초대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정보 업무를 맡고 있는 부장님께 줌 수업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배워야 했다.

회의를 예약하고 줌 수업에 관련된 컴퓨터의 오디오, 비디오 설정과 파워포인트 자료를 공유하는 법, 마이크 사용법, 수업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 등을 익혀야 했다. 내가 글쓰기 수업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임에도 스마트한 스마트 기기의 활용법을 배우자니  슬금슬금 짜증이 밀려왔다. 


 ‘왜 연수는 하겠다고 해서 이런 생고생을 하는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만두고 싶었다. 하기 싶지 않은 것을 필요에 의해서 하려니 귀찮고 배우는 것도 속도가 늘지 않았다.      

 문득 코로나 상황에서 나와 같은 일을 겪었을 교사들이 생각났다.  코로나 상황은 누구도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고 대비도 없이 수업방식과 교육환경은 갑자기 바뀌었다. 초기에 이런 변화된 상황들이 교사들은 얼떨떨했고 해보지 않은 원격수업을 위한 여러 일들을 배우고 갑자기 익혀야 했다. 

학교도 수업에 필요한 교실 환경 구축과 교사들을 위해 준비하고 지원하느라 분주하였다. 교사들은 컴퓨터·태블릿 PC·카메라·마이크 등의 사용법을 익히고 수업 자료도 만들어 수업 꾸러미를 각 가정으로 배달하였다. 그 외에 업무와 방역의 책무까지 있으니 여러 상황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치고 힘에 부쳤을 것이다.      


 직업 특성상 교사들은 자존심과 책임감이 강한 편이다. 힘들다고 표현하지 않으며 어떠한 환경에서도 잘 참는 편이다. 조언이라며 변화된 교육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준비하는 것이 교사들의 마땅한 도리라며 다그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았다.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이 되어보지 않고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말의 무게와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수업 첫날, 비대면 수업이라 긴장을 하였고 그런 이유로 말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졌다. 줌 수업의 좋은 기능은 화면을 끄고 강사의 음성만 들을 수 있다. 강좌에 참여하는 수강생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더 답답했다.  

아유.. 이래서 비대면 수업이 어렵구나.. 서로의 상호작용도 없고 학습자의 반응도 알 수 없어 대면 수업에 비해 힘이 몇 배 더 들었다. 아이스 브레이크 활동에서 강좌 참여 이유에 대해 물으니 한 분이 퇴직 후에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책을 내고 싶다고 하셨다. 당연히 가능하다.     

 

김난도 교수가 쓴 ‘트렌드 코리아 2022’를 읽어보면 열 번째 키워드로 내러티브 자본(Tell Me Your Narrative)이 있다. 내러티브 자본은 2022년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역량으로 자신만의 서사, 즉 내러티브를 들려줄 수 있는 힘이 가장 중요한 자본력이 된다고 하였다. 요즘에는 다양한 경로로 책을 쓰고 다양한 책들이 출판되고 있다. 특히 교육 전문성을 살린 우리 교사들이 출판한 책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흐뭇하다. 자신만의 전문적인 교과 지식이나 분야, 오랜 생활지도와 업무의 경험, 어느 학년에 특화된 교사들이 자신만의 서사, 즉 내러티브 자산을 가지고 책을 저술하여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비대면 수업이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고 공감해주시는 몇 분이 계셔서 힘을 얻었고 더욱 열심히 나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것으로 보답하였다.  나의 목표는 나의 강좌에 참여하신 교사들이 실제로 책을 쓰는 것이다. 실제로 책을 끝까지 써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어진 과제와 매일 성실하게 쓰는 사람이다. 실제로 글을 쓰지 않고 생각만 하는 사람은 여전히 그대로의 상황이지만 부족 한대로 쓰는 습관이 중요하다. 나도 연수가 6시간의 짧은 과정이지만 강사가 이끄는 대로 과제에 성실히 임했고 매일 쓰기를 실천했기에 책 쓰기의 바탕이 되는 초고가 나올 수 있었다.      


‘사람들은 도전에 직면해야 비로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까지 사람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알지 못한다’는 코피 아난의 말처럼 나의 또 다른 잠재력과 능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의 강좌에 참여한 두 세명이 열성을 보이셨고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하셨다.

강의가 끝나고도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셔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하고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들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하셨다. 그만큼 남다른 열정이 있는 분들이었다. 나의 강좌에서 동기를 얻고 끈기 있게 글을 써 자신의 책을 냈으면 좋겠다. 언젠가 작가가 되어 ‘강사님! 강사님의 수업이 동기가 되었어요. 저도 책을 냈어요.’라는 연락을  받는 상상을 해본다.  부족한 첫 수업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작가가 된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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