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부모가 자기 삶을 살기 시작할 때 생기는 감정들

by 강희수

부모가 자기 삶으로 돌아가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대개는 불편함이다.

시간이 생겼는데도 마음이 가볍지 않고, 여유가 생겼는데도 쉴 수가 없다. 이 감정은 게으름이 아니다. 죄책감이다.


부모는 오랫동안아이를 중심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자기 삶을 선택하는 순간, 마치 누군가를 뒤로 미루는 것처럼 느낀다. “이래도 되나?” “지금 이걸 해도 되나?” “아이를 두고 나만 즐기는 건 아닐까?” 이 질문들은 도덕적 고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역할에서 벗어나는데서 오는 낯섦이다.


부모의 정체성은 오래도록 ‘아이를 우선하는 사람’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자리를 벗어나면 자기 자신이 낯설어진다. 이 낯섦불안을 동반한다. 부모는 자기 삶을 살기 시작하면 아이와의 관계가 느슨해질까 봐 두려워한다. 아이에게 필요 없는 사람이 될까 봐, 아이에게 멀어질까 봐.


그러나 이 두려움은 현실이 아니라 구조의 잔상이다. 부모가 아이의 삶을 대신 지탱해 왔던 구조가 서서히 풀릴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반응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이상한 감정이 함께 나타난다. 아이에게 더 잘해 주고 싶어 지거나, 괜히 더 챙기고 싶어 지거나, 다시 예전처럼 모든 것을 맡고 싶어진다.


이 행동은사랑의 표현이 아니다. 되돌림이다. 부모가 자기 삶으로 이동하려다 다시 역할로 돌아가려는 무의식적 시도다. 이때 가장 위험한 선택은 이 감정을 잘못 해석하는 것이다. “아직 내가 준비가 안 됐나 보다.” “아이에게 더 필요하구나.” “지금은 때가 아닌가 보다.” 이 해석은 부모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이 감정은 멈추라는 신호가 아니라, 전환 중이라는 신호다. 부모가 오래 서 있던 자리를 떠날 때 몸이 흔들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감정을 제거하려 하지 말고, 감정을 견뎌야 한다. 견딘다는 것은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다. 그 감정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구분해 보는 것이다. 이 감정은 아이에게서 온 것인가, 아니 면내가 오랫동안 맡아 왔던 역할에서 온 것인가.


이 구분이 생기면 감정은 부모를 붙잡지 않는다.


이 장의 결론은 명확하다. 부모가 자기 삶을 살기 시작할 때 느끼는 불편함은 이기심의 증거가 아니다. 그 불편함은 부모가 자기 인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표식이다. 이 표식을 지나갈 때 부모는 아이 곁에 있으면서도 아이 안에 들어가지 않는 자리에 설 수 있다.


다음 장에 서는 부모가 자기 삶을 되찾으면서도 아이와의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반드시 정리해야 할 경계를 다룬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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