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을때가 진짜 늦은거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출근을 했다.
오늘은 이상하게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
일을 하다가 불쑥 떠오르는 생각에 집중이 안 됐다.
이 모습으로, 이 마음으로, 이 일을 하며 늙어가는 내 모습이 그려지면서 갑자기 무서웠다.
그래도 나는 내 일과 회사가 싫지 않다.
좋은 성품과 옳은 기준을 가진 직장동료와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상사도 있다.
코로나 때도 매월 시간 외 근무와 수당까지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곳이다.
그런데,
무기력함을 견딜 수 없을 때 그래도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스스로 위안을 하고
네모바퀴가 덜컹 거리며 가지만 굴러가긴 하니 문제없다고 생각해야 하는 상황들을 버티고
상사와 동료의 칭찬으로 단 하루짜리의 자존감을 얻으며 살다 보면,
나는 결국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이 복잡한 머릿속에 갑자기 워킹홀리데이가 떠올랐다.
도전도 못했고 신청 한 번 안 해봤지만 머릿속에 따라다니던 이 단어가
오늘은 왜 이렇게 머릿속에 선명한지 모르겠다.
워킹홀리데이를 검색하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신청을 받는다는 공지가 있었다.
15분 만에 작성했다. 솔직히 어떻게 작성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 작성하고 나니 경쟁률이 세서 합격하기 힘들다는 후기들도 봤다.
워킹홀리데이 국가 중에서도 탑급으로 집세가 비싸고 직업 찾기가 어렵다는 글도 물론 봤다.
'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주한아일랜드대사관에 신청서를 메일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