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일으키는 법
지난 포스트(<천 리 길도 계획부터(1), (2)>)에서 '지키고 싶은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바탕으로 일 · 주 · 월간 계획을 작성해보았다. 이제부터는 그것들을 실행하고 관리하기 위한 방법과 도구를 설정해보기로 하자.
계획을 지켜나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록이다. 무슨 계획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지켰는지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다음의 계획을 구상하는 것은 계획 수립의 기본 틀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수행할지는 물론 자유이다. 다이어리에 적을 수도 있고,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도 있다. 나는 접근성과 관리의 용이성을 고려하여 어플리케이션을 선택했다. 시중에 다양한 일정 관리 앱이 존재하기에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심사숙고 끝에 내가 고른 앱은 '투두메이트'이다.
앱을 고를 때 내가 고려한 기준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 다양한 할일들을 분야에 따라 분류하여 관리할 수 있는가? 두 번째, 트래킹 혹은 통계 기능이 있는가? 세 번째, 접근과 관리가 간편한가? 간단해 보이지만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족시키기는 사실 쉽지 않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타협할 필요가 있었다.
투두메이트는 '투두 리스트'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팔로워끼리 일정을 공유하고 서로 응원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 어플리케이션이다. 투두메이트는 사진처럼 할 일의 종류를 색상별로 구분할 수 있고, 할 일의 내용을 간편하게 수정하거나 추가할 수 있으며, 할 일을 완료한 뒤 해당 항목에 체크하여 자신이 오늘 계획한 할 일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는 사실 기본적인 기능이지만 인터페이스가 간편하고 디자인이 깔끔하며 색상별로 할 일을 분류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사실 투두메이트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팔로워끼리 소통과 피드백을 통해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나의 경우 친구가 없기 때문에 그다지 유용한 기능은 아니었다. 그밖에도 기기 바탕화면에 위젯을 설정하여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제 내가 이 투두메이트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우선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는 맨 왼쪽의 사진과 같다. 화면 상단에는 할 일을 완료한 현황을 주, 월별로 설정하여 표시할 수 있고 그 아래에는 할 일들의 목록이 위치해있다.
할 일들은 이런 식으로 색상별로 분류하여 묶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분홍색 집착증이 있어서 분홍색으로 도배를 해놓은 상태이지만 서로 다른 색으로 분류를 해놓으면 할 일의 종류를 한 눈에 파악하기 더욱 용이할 것 같다. 할 일의 항목과 내용은 손쉽게 관리가 가능하고 완료 표시도 클릭 한 번이면 된다. 사진과 같이 팔로워의 응원을 스티커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할 일들의 목록을 정하고 분류해야 한다. 여기서 첫 번째 단계에서 설정했던 '지키고 싶은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 중 관리를 시작할 것들의 목록을 확인해 보자. (<천 리 길도 계획부터(1)> 포스트 참고)
◎ 지키고 싶은 것들
일정 관리/기록 꾸준히 하기
무드 트래커 꾸준히 작성하기
청결 유지하기
매일 산책하기
약 꾸준히 먹기
일기 꾸준히 쓰기
◎ 하고 싶은 것들
① 브런치 포스팅
② 독서 & 독서 감상문
먼저 '하고 싶은 것들'에 해당하는 할 일들은 모두 'Work & Study'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그 다음 '지키고 싶은 것들'은 과제의 성격을 고려하여 기록과 관련된 '일정 관리/기록 꾸준히 하기'와 '무드 트래커 꾸준히 작성하기' 항목은 'To-do' 카테고리로, 생활과 관련된 '청결 유지하기', '매일 산책하기', '약 꾸준히 먹기'는 'Rutin' 카테고리로,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가 낮은 '일기 꾸준히 쓰기'는 'ETC'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이외에도 그때그때 상황과 계획에 따라 다양한 할 일들을 추가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할 일의 분류를 완료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할 일들을 수행해나가면서 경과를 기록하는 것이다. 계획을 지켜나가는 데 있어 주기적으로 경과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좀 더 적절한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가능하면 트래킹 혹은 통계 기능을 활용하고 싶었지만 앞서 말했듯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앱을 찾는 것은 어려웠다. 투두메이트는 유료 결제를 통해서만 통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그나마도 사진처럼 매우 단순한 형태이다. 하지만 기본 화면에서도 할 일들의 완료 현황을 확인할 수 있으니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활용할 어플리케이션은 ATracker이다. ADHD의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는 시간 개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어떤 활동에 얼마나 시간을 쓰고 있는지 파악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도록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언제, 얼마나 오래 수행하는지도 중요하다. 이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 타임 트래커이다. 언제 어떤 활동을 얼마나 수행했는지를 꾸준히 기록하고 통계를 통해 경향을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생활을 어떻게 개선하고 강화할지 구상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ATracker는 첫 번째, 두 번째 사진과 같이 아이콘과 색깔을 설정하여 과제를 생성하고 이를 세 번째 사진의 타임 테이블(캘린더)에 배치하여 어떤 활동을 언제 얼마나 수행했는지(혹은 할 것인지) 기록할 수 있다. 사진에는 없지만 '오늘' 탭의 과제 목록을 터치하여 간편하게 시작과 중지를 기록할 수도 있다.
ATracker의 또 다른 장점은 유용한 통계를 다양한 형태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사진처럼 리스트를 통해 각 활동별로 시간을 얼마나 소모했는지 확인할 수도 있고, 원 그래프를 통해 각 활동의 비율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도 있고, 캘린더를 주간 버전으로 설정하여 한 주 동안 어떤 활동을 언제 얼마나 했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능들을 활용하면 자신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지난 포스트(<천 리 길도 계획부터(2)>)에서 다뤘던 일간 계획의 내용과 ATracker에 기록된 실제 생활을 비교하여 계획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ATracker의 거의 유일한 단점은 무료 버전을 사용할 경우 설정할 수 있는 과제의 종류가 최대 5개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프로 버전은 무제한이다. 나는 그다지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라고 생각해 프로 버전을 결제했지만 ATracker 말고도 타임 트래커 앱은 많기 때문에 굳이 이 앱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아이콘과 색깔을 통해 과제의 분류가 용이한 점, 시간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점, 다양한 형태의 통계가 제공되는 점, 그리고 디자인이 예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나는 ATracker 프로 버전 구매를 결정했다.
ADHD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건망증'이다. '꼭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다짐했다가도 5초 정도 지나면 까먹는 게 ADHD의 일상이다. 나도 이 건망증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분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석을 깜빡한 탓에 점수를 왕창 깎아먹은 적도 있고, 수강신청 날짜를 깜빡해 휴학할 뻔한 적도 두 번 있다(심지어 그중 하나는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으로부터 불과 며칠 전이었다...). 그래서 ADHD 환자들에게는 잊어서는 안 되는 사항들을 지속적으로 환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포스트에서 전자 다이어리를 통해 캘린더에 일정을 기입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자 다이어리의 경우, 필기 앱을 켜서 페이지를 넘기고 펜으로 일일이 내용을 기입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즉,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좀 더 간편하게 일정을 기록하고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다. 그렇게 선택하게 된 앱이 'TimeBlocks'이다. TimeBlocks에 대한 내 인상은 '알차다'였다. 캘린더 기능 외에도 투두 리스트 기능과 메모 기능이 있기 때문에 사실 이 앱 하나만으로도 기본적인 일정 관리는 모두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투두 메이트 앱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로 캘린더 기능만 활용하고 있다.
TimeBlocks는 일정을 색상별로 기입할 수 있어 그 내용을 알아보기 쉽고(나의 경우 분홍색만 쓰고 있지만) 블록의 길이를 자유롭게 설정하여 이틀 이상의 일정도 기록할 수 있어 편리하다. 위젯 기능을 통해 배경화면에 위젯을 설정하고 노출도를 높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예쁘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나의 '지키고 싶은 것들' 목록의 맨 첫 번째인 '일정 관리/기록 꾸준히 하기'이다. 꾸준히 기록하고 확인하고 다음 계획을 세워라. 그리고 이런 습관을 지속하게 만들어주는 장치 또한 마련하면 좋다. 나에게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배경화면 위젯이고 다른 하나는 알람이다. 위젯의 경우 할일과 일정을 주기적으로 환기시켜주는 기능을 하고 알람의 경우는 일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일정한 시간대를 설정하여 그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나는 다른 일을 하다가도 오후 11시 50분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면 모두 멈추고 투두 리스트와 타임 트래커를 점검하고 기록하고 수정하는 시간을 가지는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기까지 내가 일정 관리에 활용하기로 한 도구들을 모두 살펴보았다. 지난 포스트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두 어플리케이션이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종이 다이어리 같은 아날로그식 관리가 편할 수도 있고, 나처럼 휴대폰 사용 빈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어플을 통한 디지털식 관리가 유용할 수도 있다. 게다가 나의 선택에는 일관적인 기준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기능의 측면만 따지고 본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고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설명은 어디까지나 참고의 차원으로 받아들여주기를 바란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방식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