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직장에서의 점심은 팀원들과 같이 먹는다. 나 또한 직장을 다니는 내내 그랬고, 주변에서도 약속이 있거나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팀원들과 점심을 같이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사기업에 다닐때는 회사 식당을 이용했고 누가 누굴 챙기는 것도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였기에 점심시간에 스트레스를 받는일이 거의 없었지만, 늦은 나이에 공무원으로 들어와보니 점심시간이 이만저만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나이는 많지만 신규 측에 속하는 나는 오전 11시가 되면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메뉴를 정하고 식당을 예약해야 했다. 또한 내가 속한 지자체에서만 있는 문화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달에 두세번은 팀별로 돌아가면서 부서장의 점심까지 챙겨야 했다. 바쁜 업무에 치이다가 부서장의 점심을 챙기는 날엔 부서장이 오늘 약속이 있는지, 정한 메뉴가 괜찮은지 물어봐야하는 수고까지 플러스되었다.
업무 스트레스라도 없다면 다행인데, 매일 민원을 대하며 받은 스트레스로 누구와도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밥은 좀 알아서들 먹을래?'라고 하고 싶지만 어쩌겠나. 내가 들어온 직장의 문화인 것을.
한동안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몰랐다. 하루하루 말라가는 영혼을 느끼며 문득 생각난 방법이 '점심을 혼자 먹는 것'이었다. 나에겐 혼자 있을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고, 점심시간 한시간을 그 시간으로 만들어야했다.
정신없이 바쁜 어느 월요일 오전, 다른 팀원들에게 "오늘 점심 따로 먹을께요" 하고 말했다. 11시쯤 되자 다른 팀원이 내가 했던 일을 대신한다. 부서장에게 점심 약속이 있는지 물어보고, 메뉴를 정하고, 예약을 한다.
12시가 되어 나는 한적한 카페를 찾았고, 간단한 토스트와 커피로 점심을 해결했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필요했던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복귀하는데 바닥났던 에너지가 조금이나마 충전됨을 느꼈다.
혼자 먹었던 맛있는 점심
그날 오후 나는 팀원들과 팀장에게 말했다. "한동안 점심 따로 먹을께요". 팀장님은 이유를 물었지만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모든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그 이후 어떤 날은 점심시간과 연결한 외출 1시간을 달고 집으로 다녀오기도 하고, 사무실과 떨어진 한적한 카페로 가기도 하면서 스스로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왜 그동안 혼자 점심 먹을 생각을 못했을까. 혼자 점심을 먹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점심을 혼자 먹기 시작하고 얼마 지난 후, 내 옆 자리의 팀원도 점심을 따로 먹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녀도 12시가 되면 나처럼 차를 타고 혼자 점심을 해결하러 떠났다. 각자 점심을 먹고 오후에 복귀하면 혼자 먹는 점심이 주는 위안에 대해 서로 공감하며 얘기하곤 했다. 사람에 치여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했던 우리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각자 에너지를 충전하고 돌아왔다.
직장은 다녀야하는데 내향적인 성향이라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면, 점심시간만이라도 나를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에 데려다 놓고 스스로를 환기시키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누가 이상하다는 듯이 점심을 왜 혼자 먹냐고 물어본다고 해도,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다. 나는 내가 돌봐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