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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로 Mar 19. 2024

망할 것 같은 두려움을 이기는 법

퇴사 후에도 잘 살아내기

어느덧 퇴사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작년 가을의 끝에 생각만 해왔던 퇴사를 실행하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글을 쓰며 달랬었다. 퇴사 후에도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글을 남기고 싶었는데, 시간이 꽤 흘러서 이제야 글을 남긴다. 퇴사한 지 2~3개월 차에 나는 내 시간을 맘대로 쓸 수 있는 자유로움에 한껏 행복하다가도 이내 현실적인 두려움에 휩싸이고는 했다.


공무원을 그만둘 때의 나의 상황은 누가 봐도 그러면 안 될 처지였다. 아이가 둘 있는 맞벌이 부부였고, 당시 남편은 몇 년 전 시작한 사업이 잘 안 되면서 법인파산을 신청했다. 모든 대출은 다 끌어다 쓴 상태였고, 매달 나가는 월세 및 고정지출은 버거웠다. 그런 상황에서 평생직장을 그만 다니겠다고 하니 남편을 비롯해 주변사람들의 걱정이 컸다. 나도 현실적인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었으나, 공무원 생활을 계속하며 죽은 것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다. 무슨 무모함인지 궁지에 나를 몰아넣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한 퇴사였으니 틈틈이 엄습하는 두려움은 당연히 감당해야 할 것이었다. 일단 몇 달안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야 했고, 당분간 직장에는 취직할 생각이 없었기에 유튜브를 보며 온라인 스토어 공부를 시작했다.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퇴사하면서 마련한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중간중간 운동하고 집안일하는 시간, 먹는 시간 빼고는 저녁 9시까지 일을 하고 9시가 되면 아이들을 챙기고 준비를 했다.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긴 시간 일한 것은 물론, 일을 하지 않을 때도 머릿속에 일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퇴사 후의 생활이 싫지 않았다. 잠이 모자라도 피곤한 줄 몰랐고, 맘은 불안하면서도 이제야 살아있는 같았다. 틈틈이 새롭게 시작한 일이 망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찾아왔지만 그럴 때마다 정신을 번쩍 차리고 '할 수 있다!'라고 소리쳤다. 빨래를 개다가도 저녁 준비를 하다가도 느닷없이 번잡스런 생각을 쫓으려고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소리치는 탓에 아이들이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하지만 걱정과 불안을 떨치는데 효과가 좋아서 그만둘 수는 없었다. 심지어 공원에 나가 걸을 때에도 주변에 사람이 없다 싶으면 이루고 싶은 일들을 반복해서 외치곤 했다. 


매일 새벽 하루의 시작도 이루고 싶은 것들을 적으며 시작했다. 새롭게 시작한 일이 온라인 스토어였으니 이루고 싶은 월매출을 매일 새벽 일어나자마자 적었다. 거의 4개월간 매일 적고, 수시로 할 수 있다고 소리치고, 또 실제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노력했더니 어느새 정말 바라는 성과들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었다. 4개월 동안 한 달만 빼고는 모두 내가 원하던 매출 목표를 달성했고, 이대로만 계속한다면 다시 직장을 찾아 들어가지는 않아도 될 것 같은 희망이 조금씩 보인다.


정말 신기한데 내가 100프로 된다고 믿으면 스스로 이룰 수 있도록 자신을 움직이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앞으로도 나는 매일 소리치며 내가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이루며 살 것이다. 주변에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외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조용한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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