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뺏어 먹거나 누가 끓여주거나 ^^

by 해든


언젠가부터 집에 라면을 묶음으론 사두지 않는다.

나이듦은 소화력에서부터 차이가 나는지 소화도 잘 되지 않고 예전처럼 자주 찾게 되진 않아서 필요할때 편의점에서 한 봉지 사온다.

거기다 최근엔 외식메뉴로 라면을 가끔 사 먹기도 하다보니 집에서 라면을 먹을 일은 거의 없다.

외식값이 고공행진중인 지금 가장 저렴한 외식이 라면이기도 하고 밖에서 사 먹는 라면은 때로 별미일때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은 삼양라면으로 나이가 60이 넘었다고 한다.

처음 출시되었을땐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쌀부족과 수입밀가루 소비촉진등의 이유로 분식장려운동이 벌어지면서 차츰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주된 먹거리로 자리잡게 됐다.


여름철 넘어가는 긴 하루햇살이 방안 커튼사이로 슬며시 늘어지던 초저녁 무렵

막내라서 늘 혼자만 일찍 하교하고 집에 있으면 엄마는

이른 저녁을 먼저 주실때도 있었다.

라면도 가끔 끓여주셨는데 혼자 독상을 받고 TV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며 먹는 라면의 맛은 진짜 세상 행복한 꿀맛의 시간 ^^

그 시절 유독 기억나는 라면 이름이 'V라면'이었는데 인기가 없어서였나 빨리 단종됐다.

한국 야쿠르트에선 클로렐라 같은 참신한 재료의 라면도 출시되기 시작했고 추운 겨울날 학교 매점에서 처음 먹었던 컵라면의 국물맛은 신세계였다.

그즈음 라면은 국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짜파게티나 비빔면도 나오기 시작했는데 현재까지도 라면은 60년을 이어오며 끊임없이 연구와 개발을 거듭해 글로벌 트렌드로 발전해 오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이미 해외에서도 극강의 매운맛으로 인기가 많고 페루의 마추픽추에도 최근 농심 신라면 분식 1호점이 오픈했다고 하니 라면은 k-푸드의 주역으로서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오빠는 야식으로 라면을 즐겨 끓여 먹었는데 두개 끓일까 물었을 땐 안 먹는다고 해놓구선 꼭 옆에서 두세 젓가락 뺏어 먹곤 했다.양은 냄비 뚜껑에 덜어 먹는 꼬들꼬들한 라면맛은 미안해 하면서도 젓가락을 내려놓기 힘들었다^^


고3 야간자습 시간 전 몰래 달려갔던 학교 앞 분식점.

짧은 시간에 먹고 들어가야 하건만 긴머리 귓뒤로 쓸어넘기며 숟가락 위에 라면을 가닥가닥 올려서 먹고 있는 친구 때문에 발 동동 굴리며 빨리 좀 먹어라 닥달하던 기억도 떠오른다 ㅎ


힘들었던 취준생 시절 도서관 매점이나 학교 앞에서 늘 점심으로 사 먹던 분식집 라면.

분명 재료는 같은데 완전 다른 맛이라니.

남이 끓여주는 라면이 맛있는게 아니라 분식집 아주머님이 끓여주시는 라면이 가장 맛있었던 시절이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던 어느 여름날!

지금은 추억속으로 사라진 그러나 그때는 젊은층에 꽤 인기 있었던 mbc 예쁜엽서전시회를 보러 간 날

친구가 사 주겠다던 '삼계탕'은 알고보니 삼양라면에 계란이 들어간 라면이었다ㅋ

맵지 않은 라면에 송송 대파 몇가닥

주방아줌마의 숙련된 솜씨로 잘 푼 계란을 이불로 살짝 덮고 나오던 라면 한그릇

나는 그런 라면이 참 좋았다.


봄비가 촐촐히 내리는 주말 아침이다.

오늘 아점은 라면도 괜찮겠는데 오랜만에 삼양라면 한번 사볼까.

새콤한 김치도 있고 찬밥도 있으니까.

파 송송 계란탁 꼬들꼬들 라면 한 그릇이 먹고 싶어진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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