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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상센터 이야기 Apr 14. 2022

꽃비 내리던 날

외상센터 이야기

"선생님, 저는 이제 하던 사업도 다 정리하고 재미지게 살 거예요.

선생님이 죽은 목숨 살려주신 거나 마찬가지니 그렇게 한번 살아보려고요.

돈이고 지위고 그게 뭐가 중요해요?

딱 죽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세상 사람들 다 바보같이 모를 거예요.

뭐가 더 소중한지 말이에요.

저는 이제 우리 부인이랑 재미지게만 살 거예요.

두 번째 인생을 살게 해 주어 고맙습니다."


"꼭 그렇게 하세요.

무조건 재미지게만 사세요.

이제 저랑은 안 만나는 거예요.

그래야 모두가 행복한 거니까요.

우리 다시 만나지 마요."


아침저녁 지극 정성으로 돌보던 환자들이 단단해진 두 다리로 병원을 걸어 나가는 이별의 순간. 그것은 기쁘면서도 목이 메어오는, 모순적인 헤어짐이다. 공허함을 이기기가 어려워 다시 만나지 않아야 한다고 애써 더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건지도 모른다.


흰머리가 지긋한 두 노부부가 서로를 어루만지며 오랫동안 머물던 병실을 떠나간다.

4월의 단비가 분홍빛 꽃비가 되어 그들이 떠나는 길을 보시시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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