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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상센터 이야기 Apr 14. 2022

분노 사회

외상센터 이야기

솔직히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미 그녀의 몸은 차가웠고 심장은 비어있었다.

여보 나 이제 어떻게 살아.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

벽을 잡고 울부짖는 그의 팔에서도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일면식 없는 이의 가슴에 칼을 꽂을 수 있는가?

찰나의 시비와 알코올 농도가 살해의 이유가 될 수 있는가?

인간에게 다른 인간의 생을 마감케 할 권한이 감히 있는가?

누군가의 부인,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딸을, 그 누군가의 삶에서 강탈해버린 사람을 우리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

될 수 없다.

감히 없다.

아니, 없다.


평온한 일상을 살고 있었을 뿐인데.

그저 그렇게 기억될 수도 있었던 수많은 날들 중 어느 하루였을 뿐인데.

이제 그녀의 가족들은 흐려지는 기억 속 사랑하는 이의 흔적을 부여잡고 육부가 찢기는 정신적 고문 속에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울화가 가득한 세상에서 불필요한 희생은 데자뷔처럼 반복된다. 패배와 좌절이 반복되면 증오를 낳고, 여기에 절망과 충동이 버무려져 악마를 만든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사회적 리더들은 부조리함과 차별의 이데올로기를 불식시키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아름답고 따뜻한 것만 나누며 살기에도 짧은 80년 남짓 사람살이. 산다는 게 무엇일까. 왜 신은 악마를 이 땅에서 몰아내지 못했는가. 세상에 죽어도 마땅한 사람이란 게 있을까.


아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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