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 이야기
"선생님, 저는 이제 하던 사업도 다 정리하고 재미지게 살 거예요.
선생님이 죽은 목숨 살려주신 거나 마찬가지니 그렇게 한번 살아보려고요.
돈이고 지위고 그게 뭐가 중요해요?
딱 죽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세상 사람들 다 바보같이 모를 거예요.
뭐가 더 소중한지 말이에요.
저는 이제 우리 부인이랑 재미지게만 살 거예요.
두 번째 인생을 살게 해 주어 고맙습니다."
"꼭 그렇게 하세요.
무조건 재미지게만 사세요.
이제 저랑은 안 만나는 거예요.
그래야 모두가 행복한 거니까요.
우리 다시 만나지 마요."
아침저녁 지극 정성으로 돌보던 환자들이 단단해진 두 다리로 병원을 걸어 나가는 이별의 순간. 그것은 기쁘면서도 목이 메어오는, 모순적인 헤어짐이다. 공허함을 이기기가 어려워 다시 만나지 않아야 한다고 애써 더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건지도 모른다.
흰머리가 지긋한 두 노부부가 서로를 어루만지며 오랫동안 머물던 병실을 떠나간다.
4월의 단비가 분홍빛 꽃비가 되어 그들이 떠나는 길을 보시시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