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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벼운 존재 Oct 12. 2023

너의 뼈를 말해줘

   뼈

키움센터 수업을 시작한 지 2년이 되어 간다.

센터장님의 말씀이 독서가 중요한데 아이들이 책 읽는 것을 힘들어하니

책에 재미를 붙이고, 발표를 자신 있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림책으로 수업을 하기로 했다,

 '하브루타'를 통해 질문하는 법을 익히고

 '연극놀이'로 타인과 협력하는 것을 배우고

종이 접기와 만들기를 하면서 '책놀이'를 하니

아이들도 부담이 없어 늘 기다리는 수업이 되었다.



오늘은 과학동화 '뼈'를 들고 갔다.

뼈'는 '호리우치 세이치' 글, 그림. 엄기원 옮김으로 한림출판사의  출판한 일본그림책이다.

뼈를 실물로 보면 무서움을 느꼈을 테지만, 그림으로 보니 다들 익살스러운 표정이다.

사람의 인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인체에 대해 재미있고 알기 쉽게 표현된 책이다.


키움센터에 들어서자

"오늘은 무슨 책 가지고 왔어요?"  싱그러운 외침소리에 입꼬리가 울라 간다.

"비밀! 퀴즈!"

"뭔데요?"

"뼈가 없는 동물은 누가 있을까?"

"지렁이", 애벌레", "낙지" 등등 교실이 떠나간다.

그때

"뱀요"

"뱀?"

"야!!  뱀 뼈 있어". "없어".  "있어".  "없어" 서로의 외침

"잠깐!! 검색 들어갑니다"

모두들 긴장한 눈으로 스크린을 쳐다본다.

"뱀 뼈 있나요?" 네이버에 질문을 했다

'안녕하세요. 김재훈 과학전문가입니다.
뱀은 척추동물로 몸속에 뼈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렁이의 경우 뼈가 없는 무척추동물입니다.'

"선생님, 개미는요?"

"안녕하세요. 정철 과학전문가입니다.

곤충들은 뼈가 없습니다.

대신에 곤충을 둘러싸고 있는 피부가 뼈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침들을 꿀꺽 삼킨다.

궁금한 것을 언제든지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정신세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친구들아, 사람도 뼈가 있을까?" 질문에

"당근이지요. 없으면 어떻게 서 있어요."

"그럼 어디 어디 있니?"

"다 있어요, 머리, 발. 팔, 다리, 갈비뼈, 손가락 발가락."

"친구들아, 갈비뼈 만져 봐."

"선생님, 저는 갈비뼈가  잘 안 만져져요."

"나는 오돌토돌하게 잘 만져져요."

"뼈를 보호하는 게 뭘까?"

"살"

"맞아,  뼈와 뼈 사이 근육 이 있어"

"근육이 어디 있어요. 보여주세요"

나는 팔을 올리고 알통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옷을 걷어붙이고 서로 알통  만들어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너희들은 메추리알, 나는 계란이야."라고 말을 하자, 

"우리 알도 커요"힘을 더 주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우리는 각자의 몸을 충분히  탐색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그럼 이 책의 제목은 뭘까요?"

처음부터 책을 보여주지 않고 '책 제목 추리'에 들어갔다.

"저요!  동물들의 뼈나라."

"저요!  내 뼈를 아시나요?" 재미있는 제목들이 터져 나왔다. 천재 작명가들이다.


그림책을 다 보고 도화지에 면봉을 이용해 자기만의 뼈를 만들었다.

'자기 몸의 뼈'를 만들어 제목을 짓고, ' 내 뼈를 인터뷰합니다' 시간을 가졌다.

" 얘들아, 내 뼈는 산책하는 뼈야"

"어디서 산책을 합니까?"

"푸른 수목원에서 걷고 있어요"

"누구랑 걷고 있습니까"

"혼자 걷고 있습니다."

"산책 중에 무엇이 보입니까?"

"그냥 한가롭게 걷고 있습니다."

늘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3학년 여자친구이다.



"저요! 제 뼈는 사나운 뼈입니다."

"왜, 사나운 뼈입니까?"

"지금 복싱 경기 중이고  승부욕에 불타 올랐어요.."

"어느 나라 하고 경기를 하고 있습니까?"
"중국 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무엇입니까? 

"와라삐타"

"몇 회전입니까?"

"4회전입니다."

"몇 회에  끝납니까?"

"8회전에 끝납니다."

활동적이고 아주 상상력이 뛰어나고  자신감이 꽉 찬 1학년 남자친구이다. 


"저요! 제 뼈는 차 사고가 난 뼈입니다.

그래서 머리는 날아가고, 뼈는 엉망이 되었습니다."

"어디를 달리고 있었나요?"

"아주 얇은 차를 70살 먹은 할아버지가 고속도로에서 운전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1,000킬로 달려 부딪혀서 완전히 날아갔습니다."

작년부터 수업을 한 2학년 남자친구이다.


"저요! 제 뼈는 외계인이 똥 싸는 뼈입니다"

"하하하하하 " 모두 웃음바다가 되었다.

아주 장난꾸러기 1학년 남자아이인데 똥이야기를 너무나도 좋아해

똥 이야기로 늘 아이들에게 웃음을 준다.

그 외도 '춤추는 뼈. 햇살 받는 뼈. 어쩌고 저쩌고 뼈,  할로윈 분장 뼈' 등등

아! 아이들이 그동안 많이 성장했구나! 처음에는 말하는 것, 손 드는 것도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묻는 말에 척척 대답을 하다니, 천천히 느림 걸음으로 성장해 가고 있구나.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재료로 뼈를 만들었지만 개성 각각 다른 어린이의 뼈를 모두 존중한다.

                                           멋진 내 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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