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글 시리즈] 뉴진스로 알아보는 팬덤 플랫폼!
의외로 이몸은 덕질과 거리가 멀다. (어이 어이, 진짜냐구?)
그런 내게 혜성처럼 등장한 Hype Girl이 있으니,,, 바로 Newjeans~!이 귀여운 아이돌에게 빠져버린 필자는 Newjeans 만의 소통 앱인 ‘Phoning’을 이용하기에 다다랐다.
예상했겠지만 필자는 한번도 버블과 같은 서비스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 ‘덕질할 아이돌이 없는데 쓸 생각을 어떻게 해요!’라고 하기엔 나의 직업은 서비스 기획자… 부끄러움을 느낀다.
좋다. 이번에는 아이돌 팬덤 산업과, 아이돌 팬덤 플랫폼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겠다. 필자가 아이돌에 문외한인 ‘머글'임을 감안해서 읽어주길 바란다.
아이돌을 잘 모르지만, ‘위버스'라든지 ‘망한 버블 올리기’따위의 단어를 주워들었다. 특히 BTS를 기획해 초대박이 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아예 사명을 ‘하이브(HYBE)’로 바꾸고, 단순히 연예기획사가 아닌 IT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왜일까? 이런 포부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매출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크게 ‘아이돌이 매출에 직접 참여하는지'에 따라 1)직접 참여형 매출과 2)간접 참여형 매출로 나눌 수 있다.
1) 직접 참여형 매출: 앨범, 공연 등
2) 간접 참여형 매출: MD, 라이선싱, 콘텐츠, 팬클럽
직접 참여형은, 물리적으로 아티스트의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매출 확장에 제한이 있다. (아무래도 공연을 무한대로 할 수는 없으니깐…) 반면에 굿즈와 IP 사업 등은 아티스트의 직접적인 활동이 필요없기 때문에 비교적 확장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간접 참여형 매출을 통한 수익 증대가 어느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간접 참여형 매출이 매출 성장에 중요하다는 점은 알겠다. 그런데 왜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직접 IT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것은 마치 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를 만들고, HBO가 HBO Max를 만들겠다는 것과 비슷하다. 콘텐츠 플랫폼 사업에서의 콘텐츠 수급 능력은 중요한 역량이다.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상품이 바로 콘텐츠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사업을 확장하고자하는 콘텐츠 기업으로서는 ‘콘텐츠'라는 자사의 역량을 확실히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본인이 선호하는 아이돌이 명확한 아이돌 팬덤 산업에서는 콘텐츠가 지닌 파워가 더욱 막강해진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OTT나 엔터 사업 뿐만이 아니다. 나이키는 2019년에 소비자와 직거래하기 위해 아마존에 상품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는 전체 물량의 30%를 직접 판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나이키 역시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의 경쟁력을 위해 다른 브랜드 상품까지 판매하는 ‘플랫폼'이 되었다는 점이다. )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각 엔터테인먼트사에서 펼치고 있는 플랫폼 사업의 방향성은 다르다는 점이다. 하이브가 출시한 '위버스'의 경우, 자사의 아티스트는 물론, YG 소속의 아티스트도 모두 '위버스' 앱 하나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원 앱' 전략을 따르고 있다.
반면 SM의 자회사 '디어유'가 출시한 팬덤 서비스 '버블'의 경우 JYPnation, FNC 등 각 소속사 별로 모두 다른 앱을 사용하도록 앱을 분리하고 있다. 필자는 '버블'이 왜 이런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지 답을 찾지 못했다. (어떤 이유일지 알고 있는 구독자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틀려도 됩니다.)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3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포닝' 기능 또한 위버스 앱 내에서 구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위버스에서 제공하지 않았던 일정 기능 및 영상통화/메시지 형식의 소통 방식을 위버스에 적용하기 앞서, 실험적으로 단독 앱을 통해 테스트를 해보지 않았을까.
그러나 과연 그 이유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마친 걸그룹 마케팅에 적용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 이유 뿐이라면 너무 리스키한 판단이다. 분명 뉴진스가 타겟으로하는 팬들에게도 '포닝'이라는 앱이 줄 수 있는 Value가 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아이돌 팬덤 시장의 소비자 세그먼트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팬덤 경제의 총 시장 규모를 7.9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장의 소비자를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1)일반 소비자 시장(7.18 조 원): 나와 같이 머글들이 속한 시장으로, 약 3억 5900만 명 규모
2) Light Fan 시장 (6000억 원)
3) Core Fan 시장(970억 원)
주목할 점은 3억5900만 명 규모로 추정되는 일반 소비자의 평균 매출은 2만원임에 비해, Core Fan의 평균 매출은 14만 원으로, 약 7배에 육박한다. 그래서 빅히트의 사업 전략은, 일반 소비자를 팬으로 전환해, 더 많은 팬들이 더 많은 돈을 쓰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이게 왜 뉴진스의 '포닝' 앱과 상관이 있냐고 한다면,
필자는 뉴진스의 단독 앱 출시가, 일반 소비자를 코어 팬으로 전환하려는 빅히트의 사업 전략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리학 용어중에, ‘문간에 발 들여 놓기'라는 기법이 있다. 이 기법은 거절하기 힘든 아주 작은 부탁을 하고, 상대방이 동의하면 조금씩 더 큰 부탁을 하여 결국 아주 큰 부탁도 들어주도록 만드는 기법이다.
나는 뉴진스의 ‘문간에 발 들여 놓기' 기법에 넘어갔다. 머글인 나로서는, 위버스 앱을 까는 것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 그러나 뉴진스는 먼저 웹 서비스 기반으로 ‘앨범 꾸미기', ‘옷입히기' 등의 깜찍한 Y2K 감성의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제공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해당 서비스에서 단독 앱 ‘Phoning’을 다운받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phoning 앱으로 뉴진스 멤버들 일정까지 보게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다시말하지만 나는 엑소가 몇명인지도 모르는 머글로 살아왔다. 그런 내가, 빅히트의 사업전략으로 뉴며들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빅히트가 코어 팬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그 ‘일반 소비자' 중 한명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