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7시,
퇴근길에 장을 보는 김비움씨.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중
"오늘 저녁은 양배추를 쪄서 밑반찬과 함께 건강한 식사를 해볼까?"
결심은 좋았으나 양배추 코너로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하다. 지나는 길에 다른 맛있는 음식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이것도 저것도 꼭 사야 할 것만 같은 느낌.
수조에서 긴 다리를 휘젓고 있는 대게, 가지런히 누워 나를 맞이하는 초밥류
아는 맛이 무서운 각종 라면들, 보기만 해도 든든한 크루아상 묶음
천장까지 높이 쌓인 과자 선반 앞에서 신상 과자를 괜히 한번 만지작
들뜬 마음으로 마트를 몇 바퀴 돌아보는 중에 점차 배가 고파오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장보고 집에 가면 8시인데... 양배추 찜 해 먹기 좀 귀찮아지네. 금요일이니까 다른 맛있는 걸 먹어볼까?"
그러던 찰나에 귀에 들어온 마감 세일 외침! 홀린 듯이 다가가 보니 윤기 나는 모습으로 담겨있는 매콤 닭강정 한 상자
"와 저녁에 오니까 진짜 싸네... "
에잇. 눈을 질끈 감고 닭강정 겟.
계획했던 바와 다른 것을 담았으나 즉시 발생하는 묘한 설렘
닭강정이 있는데 탄산이 없을 수 없으니, 즉시 음료 코너로 가서 콜라 큰 거 겟.
이젠 진짜 나가려던 중에 냉동식품 코너 앞을 지나는데
"어..? 필라델피아 치즈케익? 안 먹은 지 오래됐네.. 옛날에 진짜 맛있게 먹었는데... "
이미 알고 있는 거대한 칼로리 앞에서 약간의 망설임. 그렇지만 냉동식품이니까 한동안 두고 먹어도 될 거라는 마음으로 커다란 냉동고 문을 열고 기어이 한판을 겟.
분명히 양배추만 구매하고 유유히 빠져나올 계획이었으나, 전혀 다른 모양새의 것들을 담아 나옴.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테이블에 닭강정과 콜라 세팅
멋진 후식 타임을 위해 치즈케익 한 조각을 미리 실온에 꺼내 두는 센스
이어지는 넷플릭스 타임. 포크로 닭강정을 쿡 찍어 와앙 한입. 잔잔히 스며드는 행복.
금요일은 응당 이렇게 보내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독다독
어느새 닭강정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넷플릭스는 끝나지 않았으므로
계속 눈을 떼지 않으면서 미리 해동해둔 치즈케익 접시를 끌어당긴다.
"과식을 해도 후식 배는 따로 있지"
혀끝에서 느껴지는 치즈의 풍성함과 부드러움. 행복 그 자체. 맞아 이 맛이었어.
그러나 케익의 마지막 한 점을 먹고 난 후, 잠시 정적. 밀려드는 공허함.
"아 내일 친구 만나서 치킨 먹기로 했지.. 오늘 저녁 가볍게 먹으려 했는데 망했네..."
오늘은 마트에 다녀온 저의 사례로 글을 시작합니다. 다이어트 식단의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으로서 행동 및 습관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비만치료에 있어 식사와 관련된 행동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식단의 구성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의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며 행동을 수정해보겠습니다.
1. 장을 보러 가기 전에 양배추를 사겠다는 계획은 매우 잘 세웠습니다. 이렇게 음식을 구매하기 전에 계획을 작성해 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또한 추가적인 소비를 막기 위해 돈을 필요한 만큼만 들고 가는 방법도 좋습니다.
2. 계획한 것을 사서 빠르게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결국 배가 고파집니다. 배가 고플 때 음식을 보게 되면 충동적으로 구매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식후에 장을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3. 할인을 한다고 해서 닭강정을 덥석 집었습니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짝꿍인 콜라도 함께 삽니다. 아쉽지만 세트에 대한 집착을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콜라를 생략하고 시원한 차나 물을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이 좋습니다.
4. 집에 들어오자마자 배고픔에 혼미하여 닭강정 한 상자를 그대로 펼칩니다. 이렇게 하면 높은 확률로 과식을 하게 됩니다. 먹고 싶은 닭강정은 이미 사 왔으니, 적당한 크기의 그릇에 적당량을 덜어서 천천히 느긋하게 식사를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5. 후식을 미리 준비해놓는 치밀함을 보입니다. 이렇게 뒤에 먹을 음식을 미리 준비하면 닭강정을 먹고 난 후에 충분히 배가 부른 상태가 되어도 해동해 놓은 것이 아까워서 또 먹게 됩니다.
6. 다음날에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할 예정이므로 전날에 한 끼 정도는 가볍게 먹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하루 중에도 마찬가지로, 점심에 든든히 먹었으면 저녁에 가볍게 식사를 하는 등의 유연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먹고 싶은 닭강정을 먹으면서도, 총 에너지 섭취가 너무 많지 않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7. 친구와의 모임을 차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는 것으로 계획했으면 어땠을까요? 꼭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만남과 대화에 좀 더 집중해 볼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음식을 사기 전에 구매 계획표 작성하기
배가 부를 때 음식을 구입하기
세트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음료수 빼기 (시원한 물이나 차로 대신)
미리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기
후식을 미리 준비하지 않기
많이 먹어야 하는 일이 있기 전에, 그에 맞추어 식사 조절 및 운동하기
사람들을 만나면서 꼭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차를 마시거나 산책을 중심으로 하기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생활 습관의 교정은 이 자체로서 비만치료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운동 방법이나 식단 자체에 집중하게 되지만, 생활 습관의 변화는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하며, 이는 고도비만으로 인해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의 결론은 "사소한 습관의 변화가 다이어트 성공을 향한 큰 걸음이 될 수 있다."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