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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움 Aug 24. 2021

번외) 생각이 많음에 대하여


저는 생각이 많은 편입니다.


주말이면 테이블에 앉아서, 뭘 특별히 하는 것도 아니면서 한참 동안 끼적끼적 거리는 것이 일상입니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생각하는 의자(?)에 앉는 셈입니다. 가까운 지인은 저에게 깊이를 알 수 없는 생각의 심연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처럼 많은 잡생각을 하고 사는 줄 알았는데, 사람과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경험을 통해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이런 부분이 특별하거나 혹은 유별나다고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MBTI 유형으로 보면 INFJ...ㅎㅎㅎ 의미 있나요)




저는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고 때론 날카롭기도 합니다. 잠을 많이 자고 나서 아무 생각도 없이 조금 둔해져 있는 때가 정신적으로 가장 건강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난 몇 달은 저에게 있어 마치 자극의 향연과 같았습니다. 직업적으로 크게 변화가 있었고, 거주지가 불안정하였고,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하루를 지내기 버거웠지만 나쁘지 않았고, 약간의 고난은 저를 그만큼 성장하게 했습니다. 역시나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정말 많은 생각들이 샘솟았습니다. 일상에 대한 것, 진료에 대한 것, 사람에 대한 것, 해결되지 않은 채 굳어져버린 지난날의 생각들까지..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여러 생각의 덩어리가 엉킨 실타래처럼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습니다.


글이란 걸 써보겠다고 했던 것은 오래전 초등학생 때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도 생각이 많은 어린이였고, 책을 좋아하는 편이었고, 또래 같지 않은 내적 심연이 글에 드러났기 때문에, 엄마는 제가 글 쓰는 능력을 타고난 굉장한 영재인 줄 아셨으나, 실로 그렇지 않아서(그저 잡생각만... ) 이후에는 열심히 국영수 위주로 학교 공부에만 매진하였습니다...


어쨌거나 최근에 다시 여러 가지 글을 쓰는 데는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이 실타래를 대강이라도 풀어놓아서, 지금 하는 생각의 실체를 알고 싶고, 오랫동안 회피해왔던 것을 마주해보고 싶은 마음이 그것입니다. 또한 이를 공개된 곳에 올리는 이유는, 혹시나 저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함께 공유해보고 싶기도 하여서입니다.


생각은 계속 흐르고 형태가 바뀌기 때문에, 머릿속에만 머물 때는 그저 뿌연 안개와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끄집어내어 직시했을 때, 한쪽으로 치우고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기도 하고, 잘 모아서 간직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떠오르는 생각을 온전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글을 쓰는 분들을 항상 존경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생각쟁이들 파이팅입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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