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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움 Sep 14. 2021

나는 배가 고픈 것인가, 음식을 사랑하는 것인가


저녁 7시 30분, 오늘도 고된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는 김비움씨.


아... 오늘 너무 힘들었다. 너무 피곤한데 배도 고프네. 집에 가서 뭐 먹지, 요리할 재료도 마땅치 않고 할 기운도 없는데..

배민한번 볼까... 아.. 엽떡 맛있겠다..

살찔 것 같긴 한데.. 이 정도는 먹어야 오늘 하루 위로가 될 것 같아! 로제? 아냐 오늘은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매운 게 땡겨

오리지널 간다.. 치즈랑 당면 추가 기본이고.. 나는 배운 사람이니까 계란찜 추가^^

아 근데 너무 많이 먹을 것 같은데... 다이어트 언제 하지..  아냐, 지금 안 시키면 더 늦어져,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 간다!!!

오목한 숟가락 위에 떡 하나, 어묵 하나, 치즈와 당면은 또아리를 틀게 하고, 와-앙 한입

입 안 가득 풍성한 매콤함이 채 가시기 전에 보들보들 계란찜 한입..!

오예~♪,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며 흥겹게 기다리는 사이에

띵동 주문 도착, 포장 뜯는 시간조차 아까움

자주 보는 유튜브를 재빠르게 틀어놓고 전투적인 식사, 이리저리 튀는 빨간 떡볶이 국물, 그야말로 혈투.

오롯이 즐기는 나만의 시간, 아 이게 행복이지...*

약간의 잔해가 지저분하게 남긴 했지만, 거진 다 먹음

배달용기 가장자리에 굳어있는 치즈를 보다가, 묵직한 나의 뱃살이 겹쳐지며

아 이걸 왜 먹었지... 다른 거 먹을걸.. 정신 나갔네..

맹렬한 식사가 끝나고서야 올라오는 포만감, 스멀스멀 밀려드는 패배감

어제 운동 시작한다고 1시간 홈트 했던 거 다 날아갔네... 망했다.

아 모르겠다.. 후식이나 때리자. 매운 거 먹었으니.. 어디 보자..  

냉장고에 있던 쿠앤크 아이스크림을 꺼내 포장을 뜯는다. 포장을 뜯는 그 순간이 아찔하면서 묘한 쾌감이 터진다.

한입 쩝, 맛있네.. 쿠앤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맛있어  

아.. 살은 언제 빼지...


'엽떡'은 커다란 떡볶이 프랜차이즈, '동대문 엽기떡볶이'의 줄임말입니다...



오늘은 저의 사례로 글을 시작합니다... 써놓고 보니 슬프네요.

식사에 대한 이야기 중 가장 먼저 드리고 싶었던 식욕 혹은 식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올바른 식사 습관을 형성" 하는 것은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또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위에 저의 이야기에는, 음식에 대한 여러 심리가 담겨있습니다.


첫 번째, "보상심리"입니다. 오늘 하루가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음식으로 위로를 받으려고 합니다. 업무상 스트레스가 크고, 사람을 대하는 일이 많은 직업인 경우 이러한 심리가 도드라집니다.


두 번째, "저항 심리"입니다. 특정 음식(떡볶이)을 다이어트 중 먹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 규정하고 자제해왔는데, 먹지 말라니까 더 먹고 싶은 심리입니다.

  

세 번째, "음식에 대한 환상"입니다. 치즈가 또아리를 튼다는 둥.. 음식에 대하여 오감을 발휘하여 상상하고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음식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심해질 경우 진짜 배가 고픈 게 아닌 때에도 음식을 찾게 됩니다.

 

네 번째, "습관화"입니다. 떡볶이만 시켜도 충분한데, 기어이 치즈와 당면을 추가하고 계란찜을 시킵니다. 햄버거를 먹을 때 당연히 감튀를 포함한 세트를 시켜야 한다는 생각, 또한 영화관에 가면 팝콘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이에 해당합니다. 그냥 습관적으로 입이 심심해서 눈앞에 있는 것을 먹는 것도 그렇습니다.


  

또한 이 사례에서 약간의 인지 왜곡도 드러납니다. 한번 과식한 것뿐인데 배부름을 느끼고 그만 먹는 게 아니라, "망했다"라며 포기하고 후식까지 챙깁니다. 또한 자신의 신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스스로를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규정지어 버립니다. 이러한 식이와 자신에 대한 비합리적 생각이 지속되면, 섭식장애(eating disorder)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흔히 들어보신 거식증(Anorexia)과 폭식증(Bulimia)이 이에 해당합니다. 20대 여성의 10%는 섭식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우선 식사의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음식은 내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물질인 것이고, 나에게 패배감을 줄 수 있는 그 무엇도 아닙니다. 먹는 것을 계속해서 "제한" 한다고만 생각하면 다이어트가 좀 더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의 감각을 현혹시키는 음식보다, 나를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해 줄 음식으로 내 몸을 채워보자고 생각하면 조금은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삶이 문제 해결의 연속이듯, 다이어트 또한 그렇습니다. 오늘 많이 먹었다고, 얼마나 크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많이 먹었음을 인식하고, 오늘 저녁부터 내일까지 신나게 운동을 해보거나, 다음에는 더 건강한 음식을 시켜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허기가 지면 판단이 흐려지는 부분을 감안하여, 퇴근 전에 견과류나 두유 같은 간식을 챙겨 먹고 차분하게 저녁식사를 준비해볼 수 있습니다. 나의 문제를 인식하고, 마음을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비만 치료는 매우 높은 효율성을 갖습니다.


 

오늘은 음식과 심리를 주제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이번 글은 음식에 대한 집착이 강한 저에게도 상당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도 종종 저의 사례를 활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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