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 밑 노란 등불이 인상적인 찻집이었습니다.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충분한 쉼을 선사하였습니다. 울창한 숲에서 마시는 차와는 다르지만, 답답한 도심 속에서 우연히 옹달샘을 발견한 듯 마음이 상쾌해졌습니다. 커피가 일상인 분들도 어느 날 문득 차가 떠오를 때가 있지요. 이곳의 주인께서는 스스로를 팽주라 칭하시며 정성껏 차를 내어주시네요. 끝날 줄 모르는 대화 속에 함께 한 동무가 차주전자에 담긴 찻잎을 바라보며 궁금함을 감추지 못하네요.
“이거 한 번 더 마셔도 될까요?”
“몇 번까지 우릴 수 있는 건가요?”
처음에는 막연한 궁금증 같지만 이런 질문은 차를 좋아하기 시작하셨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한 번 마시고 끝내는 음료가 아니라 찻잎이 보여주는 변화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지요.
�찻잎은 생각보다 여러 번 우리기 좋은 재료예요
좋은 찻잎은 한 번만 마시고 버리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잎이 서서히 열리면서 처음에는 부드러운 맛과 향을 내고, 다음엔 깊은 맛을, 그 다음엔 부드러운 여운을 남기는 식으로 찻잎은 우려낼수록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주지요. 특히 잎이 두껍거나, 덩어리 형태로 가공된 차는 많게는 5~7번까지도 우릴 수 있습니다. 몇 번까지 우릴 수 있는지 '맞다-아니다' 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보통은 차의 종류에 따라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녹차: 2~3회. 부드러운 맛이 빠르게 우러나오지만 3회가 넘어가면 맛이 희미해집니다.
백차: 3~4회. 은은한 향이 오래가며 부드러운 단맛이 우려집니다.
우롱차: 3~6회. 잎이 크고 단단해 여러 번 우려도 풍미가 유지됩니다.
홍차: 2~3회. 진한 맛이 초반에 강하게 나오므로 많이 우리면 밋밋해집니다.
보이차: 5~7회 이상. 덩어리 형태로 천천히 풀리며 깊은 맛이 오래 유지됩니다.
※ 단, 티백은 대부분 1~2회까지만 마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잎이 잘게 부서져 있어 첫 우림에 거의 모든 성분이 빠르게 추출되기 때문이에요.
☕ 찻잎에게 여유를 주면, 그만큼 더 보여줘요
첫 번째 잔에서는 향과 떫은맛이 함께 느껴지고, 두 번째 잔에서는 부드러운 단맛이 올라오며, 세 번째 잔에서는 맑은 물맛 속의 여운이 전해집니다. 이 과정을 즐기는 건, 단순히 여러 번 마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찻잎을 깊이 이해하는 여정이기도 해요. 그러니 차를 우릴 때마다 조금씩 시간을 늘려보세요. 1차 1분, 2차 1분 30초, 3차 2분... 이렇게 30초씩 늘리는 식으로요. 우려내는 시간이 달라지면 같은 잎에서도 전혀 다른 맛이 나올 수 있답니다.
마지막 우림 후엔, 찻잎을 그대로 꺼내 말려보세요. 손으로 만져보고 향을 다시 맡아보는 것도 차를 오래 즐기는 사람들의 작은 습관이에요. 찻잎은 마음을 다해 대하면 그만큼 오래 머물러줍니다. 몇 번까지 우릴 수 있을지 너무 정답을 찾기보다 한 잔 한 잔을 음미하며 찻잎이 보내오는 신호에 귀 기울여보세요. 그러다 보면 그 찻잎이 오늘 당신에게 얼마나 넉넉한 마음으로 다가왔는지 알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