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요?

by wise

부엌 청소를 하다 서랍장 안쪽에 고이 모셔둔 차를 발견했습니다. 너무 아껴둔 나머지 꽁꽁 숨겨둔 채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까맣게 잊어버린 채 차와 저는 다른 꿈을 꾸고 있었네요. 더욱 아쉬운 건 언제적 차인지 가물거리는 기억에 '이거...아직 마셔도 되나?'라는 생각과 '아깝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채웁니다. 다행히 함께 마셨던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차의 출처가 마련되니 아직은 마셔도 좋다는 판단이 섰네요. 그러고 보니 이런 일들로 차를 마셔야할 지 버려야할 지 고민하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찻잎은 살아 있지 않지만, '숨 쉬는 재료'예요

찻잎은 자연에서 온 식물이기 때문에 공기, 습기, 빛, 온도, 그리고 주변의 냄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보관을 잘하면 향과 맛이 오래 살아 있지만, 조금만 방심해도 쉽게 변질되거나 특유의 맛이 날아가 버릴 수 있습니다. 잎의 향과 맛을 오래 지키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주요 요소를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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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공기는 찻잎의 산패와 향 손실을 유발하므로 여러 번 열고 닫는 지퍼백 대신 완전 밀폐 용기에 보관해야 합니다.

둘째, 습기는 곰팡이를 생기게 하거나 찻잎을 변질시킬 위험이 커서 건조하지 않은 싱크대 아래나 냉장고 내부를 피하고 건조하고 서늘한 장소에 두어야 합니다.

셋째, 온도 역시 중요한데 고온에서는 찻잎의 성분(카테킨 등)이 파괴되므로 햇볕이 드는 창가나 전기레인지 근처 대신 서늘하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빛(자외선)은 찻잎의 향미를 파괴하고 품질을 급격히 저하합니다. 따라서 예쁜 투명 유리병에 담아 진열하기보다는 차광된 용기(불투명 용기)나 상자 안에 보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찻잎은 흡착력이 강해 주변 냄새를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에 향신료나 커피, 강한 음식 냄새 옆을 피해 냄새 없는 독립된 공간에 분리하여 보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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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보관, 이렇게 실천하세요

소분하여 보관: 자주 마시는 차라면 대용량 포장 그대로 두기보다 소분해서 보관하면, 매번 전체 찻잎이 공기에 노출되는 횟수를 줄여 향을 오래 지킬 수 있습니다. 보관이 까다로운 찻잎차일수록 한 번에 대량 구매하기보다 조금씩 자주 사는 것이 가장 맛있고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밀폐가 최우선: 뚜껑이 단단한 철제, 세라믹 또는 차광 유리 용기에 담아 습기와 공기를 완벽하게 차단하세요. 예쁜 유리병에 담아 진열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는 합니다만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되어 찻잎의 섬세한 향 성분을 빠르게 날려버립니다.

냄새와의 분리: 혹시 "냉장고에 넣으면 더 오래가겠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냉장고는 오히려 온도 변화와 습기 유입이 잦아 차 보관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차는 주변 향을 잘 흡수하기에 김치냉장고나 향신료 선반 옆은 피하고 냄새 없는 독립된 공간에 보관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특히 냉장고에서 꺼낸 차를 바로 열면 외부의 따뜻한 공기가 들어가 결로(물방울)를 만들고 곰팡이 위험을 높입니다. (단, 미개봉 상태의 녹차처럼 산화되지 않은 차를 장기 보관할 때는 밀봉 후 냉동/냉장 보관하기도 하지만, 꺼낼 때 습기 주의는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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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잘 보관하는 건 '차를 아끼는 마음'이에요

차는 생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향도, 맛도, 품질도 달라집니다. "맛없는 차"가 아니라 "잘못 보관된 차"였던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차의 향기를 오래도록 지키는 방법은 한 잎 한 잎을 신중히 다루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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