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종종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해야 할 일들을 쫓고, 사람들과의 약속에 끌려다니고, 늘 ‘다음’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때가 많다. 나도 그런 하루들을 반복했다. 똑같은 길을 걷고, 똑같은 시간에 커피를 마시고, 똑같은 자리에서 숨을 돌리지만—어느 날 문득, 그 반복 속에서 다르게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그건 길가에 핀 들꽃 한 송이일 수도 있고, 출근길에 마주친 낯익은 얼굴의 미소일 수도 있다. 아주 작고 사소해서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순간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삶의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나는 그 조용한 기적들을 '발견'이라 부르고 싶다.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걸음을 늦추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 내가 처음 이 사실을 느낀 건, 어느 날 아침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깨어 커피를 내리며 창밖을 보았을 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그 부드러운 흔들림 속에서,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날 이후, 나는 내 하루 속에 어떤 것이 숨어 있는지를 하나씩 찾아보기로 했다. 걷는 길에서 마주친 낡은 간판, 노을 아래 반짝이는 유리창, 골목을 가득 채운 반려견의 짧은 발소리.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말을 걸기 시작했고, 나는 그 말들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게 무슨 대단한 발견이야?” 맞다. 대단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런 작고 평범한 것들이 쌓일 때, 우리의 삶은 더 깊고 다정해진다는 것을. 큰 행운이나 화려한 기쁨이 아니더라도, 작고 잔잔한 기쁨들이 내 하루를 조금씩 채워간다.
예상치 못한 메시지 하나, 익숙한 노래가 가게 안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따뜻한 손길이 가볍게 내 어깨를 스쳐갈 때. 그런 발견들은 나를 다시 오늘로 이끈다. 과거의 후회도, 미래의 불안도 잠시 접어두고,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 나를 조용히 머물게 한다.
나는 매일이 같다고 느꼈던 시간을 이제는 다르게 본다. 오늘의 하늘은 어제의 그것과 다르고, 오늘의 내가 느끼는 감정도 어제의 나와 같지 않다. 그리고 그 차이를 인식하는 순간, 나는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내 감정이 움직이고, 내 시선이 변화하며, 내 마음이 반응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생의 증거다.
어쩌면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게 아닐까. 거창하고 특별한 날들보다, 작고 고요한 순간들이 모여 우리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 나는 오늘도 그 작고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기 위해 눈을 뜬다. 마음을 조금 더 천천히 열고, 시선을 낮춰 주변을 바라본다.
그렇게 오늘의 작은 발견을 가슴에 담는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내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