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배워왔다. 멈추지 말고, 도전하고, 성취하라고. 그렇게 우리는 쉬는 법을 잊었다. 멈추는 일은 무기력함의 증거처럼 여겨졌고, 잠시 멈춘다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다. 나 역시 오랫동안 그 믿음 속에 갇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멈췄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단지 몸이, 마음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속삭였다. “이제 그만하자.” 그때의 나는 두려웠다. 달리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았고,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아 조급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멈춘 후에야 비로소 내가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움직일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있다. 들리지 않던 소리도 있다. 바쁘게 달릴 땐 외면했던 내 감정, 무시했던 몸의 신호들이 멈춤 속에서 비로소 말을 건다. 나는 그동안 나 자신을 너무 몰아붙였다는 걸,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달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멈추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매일 지나치던 창밖의 나무, 창가에 고요히 앉아 있는 햇빛, 손에 쥔 따뜻한 찻잔 하나. 그 모든 것이 내 곁에 있었지만, 나는 한 번도 그것들을 ‘본 적’이 없었다. 멈춤은 그 모든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했다.
우리는 쉬는 것을 죄책감처럼 여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쓸모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 속에서, 내 마음이 천천히 회복되고 있음을 느꼈다. 쉬는 건 포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다시 세우기 위한 과정이었다.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멈추는 일도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숨을 고르고, 마음을 정리하고, 방향을 다시 생각하는 일. 그것은 결코 뒤처지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진짜 가고 싶은 길을 찾는 데 꼭 필요한 시간이다.
멈춤은 때때로 가장 조용한 고백이다. 나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 이제 좀 쉬어도 괜찮다는 작고 단단한 다짐이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나는 나만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멈춤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 멈춤 속에 내 삶의 결이 고요히 숨 쉬고 있다는 걸, 나는 이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