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쯤,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나의 반려인과 유남매를 위해 준비하는 음식이 한 가지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먹는 보양식으로, 돼지고기에 각종 약재와 허브를 넣어 푹 고아 만든, 우리나라의 갈비탕과 비슷한 음식인 '바쿠테'이다.
몇 년 전, TV에서 유명한 분이 나와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재료로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방송을 본 후, 보양식으로 삼계탕만큼 자주 해 먹는 음식이 되었다.
돼지갈비용 고기를 사 와 핏물을 빼는 작업을 하지 않아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초벌로 끓는 물에 월계수잎과 파, 청주(없는 경우 소주/이마저도 없으면 생략) 정도 넣어 5분~7분 정도 삶아 잔여물을 깨끗이 씻어주는 것으로 2시간 이상 핏물 빼는 시간을 단축시킨다.
요리를 할 때 시간과 품이 많이 들면 하는 동안 지치고 아무리 맛있어도 두 번 하기 꺼려지는 건 누구나 똑같다. 끝까지 좋은 마음으로 요리를 완성해야 둘러앉아 먹을 때 기분이 좋음을 느낀 이후부터, 나는 맛있지만 간단하고 빠르게 식탁을 차릴 수 있는 요리방법을 찾고, 선택한다. 바쿠테 역시 이 점에서 우리 집 식탁에 자주 등장하게 된 것이다.
초벌로 한 번 삶은 후에는 일사천리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후추(원래는 통후추지만 우리 집에는 없다)와 통마늘(늘 있지 않아 없으면 다진 마늘을 사용)을 넣고 잠깐 볶아주다가 삶아 놓은 돼지고기가 자작하게 잠길 만큼 물을 넣고 끓여준다. 이때 설탕과 굴소스 1스푼, 소금 적당히(톡톡 3번 정도) 추가해 1차 간을 해준다.
10분 정도 팔팔 끓은 후 다시 물을 추가해서 1시간가량 놔두면 완성된다.
글로 적으니 장황한 느낌이지만 초벌 빼면 라면 끓이는 것만큼 쉽고, 맛도 있는 보양식이며 소갈비탕보다 원가도 훨씬 저렴해서 부담 없이 4 식구가 먹을 수 있어 나의 애정하는 요리이다.
그리고 바쿠테 한 그릇이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어서 더 애정하기도 한다. 집에 있는 김치만 내놔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몸과 마음이 편한 한 끼를 준비할 수 있기에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나의 애정요리템이다.
''엄마! 맛있는 냄새나요!''
''바쿠테다! 이거 콕 찍어먹는 그 소스도 꼭 같이 주세요''
구수한 고기 삶는 냄새가 온 집안에 풍기자 슬금슬금 주방으로 다가와 한마디 건네며 웃음 머금고 돌아서는 아들을 보면 힘이 난다. 그리고 주문한 소스도 얼른 만들어 반려인의 퇴근과 동시에 아이들과 함께 식탁을 차린다.
연신 맛있다는 말을 하며 먹는 모습이 사랑이다. 음식을 차려준 이에게 가장 큰 보답을 우리 집 사람들은 고맙게도 잘해주고 있다.
''맛있다!''
''다음에 또 해주세요!''
''엄마는 일류세프예요!''
''바둑으로 이야기하면 엄마는 9단이에요!''
''더운데 고생했어!''
이 모든 말이 혼자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지만 억울함을 가지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다. 대가를 바라는 일은 결코 아니지만 사람은 관계 속에서 만족감을 찾을 수 있을 때 더 의욕이 생기고 안정을 찾는 사회적 동물이다. 엄마라는 역할, 가족의 식사를 대부분 책임지는 일에 값을 부여하고 받을 수 없지만 함께 먹는 과정에서 이 애씀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통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결혼 초에는 나의 반려인에게, 아이를 육아하면서는 아이들에게 다른 말은 안 하더라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은 하자고 얘기했고, 잘 지켜지고 있기에 나는 매일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말 한마디로 서로를 배려하는 가족의 모습이 살아감에 얼마나 든든한 지짓대가 되는지를 집밥을 하면서도 배우는 나는 천상 밥상예술인으로 살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