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고 해가 지듯이, 계절이 돌고 도는 것처럼 아이들의 방학도 이제 1주일이 남지 않았다. 이번 방학은 유난히도 '아점' , '점저'의 경계선이 없이 아침, 점심, 저녁을 정확하게 먹은 이례적인 해이다. 그만큼 나의 주방 얼차려의 고통이 길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3번의 식사 중 가장 신경을 쓰는 시간은 당연히 저녁이다. 하루에 한 끼 집에서 먹는 신랑을 위한 시간이면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이기에 모두가 즐겁고 맛있게 먹을 메뉴로 준비하려고 애쓴다.
유난히 더 무더운 여름날 시작한 아이들의 방학과 나의 새로운 일의 시작으로 더 정신없는 시간들 속에서도 이 시간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정답게 서로 이야기 나눌 시간에 나의 일은 시작되지만 단 20분이라도 함께 하고자 더 부지런히 움직여 밥을 챙기고, 신랑도 퇴근시간을 잘 지켜주며 이어가고 있는 우리 집 저녁시간이다.
고등어감자무조림을 만든 날이다. 나는 생선요리는 못한다. 혹시나 비릴까 봐 먼저 걱정하며 이것저것 첨가하다 보면 맛이 산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해서 좀처럼 해 먹지는 않는다. 어릴 때부터 음식솜씨 좋은 엄마가 자주 해주신 생선조림은 늘 그림의 떡이던 시절, 궁하면 길이 보인다고 구세주가 나타났다. 바로 '통. 조. 림'이다.
아이들도 가시에 걸릴까 봐 전전긍긍하며 살을 발라 줄 필요가 없고, 나의 취약점인 비린내에 대한 걱정도 덜어주니 생선조림이 생각날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통조림 고등어나 꽁치를 사용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번거롭던 조림을 이젠 약간 매콤하게 한 냄비만 끓여도 된다는 사실도 참 기분 좋다. 어느새 부모와 똑같은 메뉴로 한 끼를 맛있게 먹을 만큼 컸다는 것과 이유식을 거쳐 유아식을 하는 동안 편식 없이 키우고자 애쓴 나의 정성이 눈앞에서 빛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기에......!
우리 집에선 생선구이나 생선조림이 메인으로 올라가는 식탁에는 항상 같이 다니는 짝꿍이 바로 양배추찜이다. 보드랍게 찐 양배추에 갓 지은 구수한 밥 한 술과 달콤 매콤 짭짤한 생선살을 올려 간장 콕 찍어 입에 넣으면 그 맛을 아는 사람은 결코 한 입으로 끝낼 수 없는 식사의 길을 걷게 된다.
이 맛을 잘 아는 우리 집 아이들은 생선이 있는데 양배추가 없는 날엔 확실히 생선소비가 적은 편이라 더 신경 써서 챙기고 있다.
여기에 요즘 먹이고픈 식재료인 '곰피'도 슬쩍 곁들여본다. 정확하지 않지만 뼈건강(나는 20대부터 골밀도감소증을 가지고 있다. 밀도가 더 내려가지 않지만 항상 신경 쓰는 부분이다.)과 독소배출, 혈관건강에도 좋다고 해서 권하는데, 일단 구멍이 숭숭 뚫린 미역 닮은 곰피를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꾸준히 나와 신랑이 먹을 때 노출시키고 한 두 번 권해보면서 친숙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 날 역시 두 아이 모두 젓가락 한 번 올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생선요리를 하는 날이면 둘째를 위한 반찬도 한 가지 꼭 곁들여야 한다. 생선을 썩 즐기지 않는 아이고, 어릴 때는 입도 짧아 좋아하는 반찬이 없으면 더 밥을 안 먹던 아이라서 늘 간단하게 돈가스, 떡갈비, 햄, 치킨너겟 등 손이 가지 않는 것을 둘째를 위해 준비했고, 지금도 여전하다.
방학 시작할 때 다녀온 트레이더스에서 사 온 떡갈비가 냉동실에 있어서 밥을 차릴 동안 내 사랑 에어프라이어에 재빨리 넣어 구워내니 한 상 가득한 집밥이 완성되었다.
1차로 밥과 생선을 양배추에 넣어 쌈으로 먹고, 2차로는 밥을 비벼 야무지게 자신의 스타일대로 식사를 즐기는 첫째!
무와 감자, 그리고 고등어를 밥에 넣고 슥슥 비벼 야무지게 양배추 쌈을 싸서 떡갈비 한 입 베어 물며 행복해하는 둘째!
집에서 함께 밥 한 끼 먹는 이 시간이 제일 좋다는 신랑!
이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은 행복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물론 나도 사람이기에 365일 행복하지만은 않지만 대체로 준비하면서의 힘듦과 짜증도 결국은 한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게 먹고, 맛있는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사라지고 행복이라고 각인시켜 버린다. 그래야 또 힘이 나서 밥상예술인으로의 삶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아이들이 싫어하지만 먹이고픈 음식이 있을 땐, 장기전을 펼치세요. 식탁에 자주 올려 친근하게 만들어 주면서 부모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10에 1~2개는 결국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맛을 보고 결국 먹어요. 물론 끝까지 불호인 것은 아이의 입맛을 존중해서 더 이상 권하지 않는 걸로 해요. 강요하지 않되 느린 선택의 시간을 존중해 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