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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t Feb 28. 2022

[Hot Stuff] Eat Drink Listen

음식과 음악의 군침 도는 조합


음악도 식사의 일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에요. 준비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잘 어울리는 음악은 순간순간마다 착 붙는 느낌이 들어요. 플레이트에 담겨 차례차례 나오는 코스 요리처럼. 그러니 분위기와 입맛을 돋우는 선곡을 가져와 요리와 식사 시간을 황홀하고 풍요롭게 장식해보세요. 귀를 기울이고 춤을 추는 데 정신이 팔려 식탁 위의 음식이 식어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끝내주는 음악으로.







장보기도 힙하게


<Our Town: Jazz Fusion, Funky Pop & Bossa Gayo Tracks from Dong-A Records>
뉴트로가 여전히 힙으로 정의되는 요즘, 좀처럼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레트로 유행에 힘입어 2019년 발매한 앨범입니다. 1989년부터 1993년 사이, 동아기획에서 발매한 곡들을 묶어 낸 LP로 당시 시티 팝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베이퍼웨이브와 함께 시티 팝이 오랫동안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만큼 발매 당시 꽤 주목을 받았어요. 여전히 우리에게 매력적이고 힙한 사운드를 한껏 느낄 수 있는데요. 펑키한 리듬을 흥얼거리며 장바구니에 식재료를 이것저것 채우다 보면 어느새 한가득 쌓여 있을지도 몰라요. 잔뜩 무거워진 두 손으로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한숨부터 나오는 상황이라면? 이 앨범을 이어서 듣는 동안 그 순간만큼은 근심이 싹 사라질 거예요. 저의 원픽은 Side B 첫 번째 트랙에 수록된 장필순의 ‘어느 새’.



재즈와 레시피의 평행 이론


Chet Baker – <Chet Baker In Paris>
영화 <본 투 비 블루> 보셨나요? <Chet Baker In Paris>는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이자 재즈 트럼펫 연주자인 쳇 베이커의 연주곡을 수록한 LP입니다. 그가 1955년과 1956년에 걸친 유럽 투어 시기에 남긴 파리 녹음본이죠. 재즈바가 각광을 받으면서 이제는 우리에게 보다 친숙한 장르가 되었는데요. 트럼펫 선율을 따라 토스트기에 빵을 굽고 지글지글 계란 프라이를 만드는 것도 현실에서 볼 법한 장면입니다. 템포에 맞춰 집중력을 높이고 악장을 넘기듯 레시피를 쓱 훑어보세요. 고상하거나 우아하기만 한 것처럼 보여도 막상 듣다 보면 자신과 잘 맞는 곡을 발견할 수 있는 재즈처럼 만만치 않게 느껴지는 레시피도 직접 해보면 별게 아니라는 사실.



식빵에 잼을 바르듯


offonoff - <boy.>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때로는 혼자 음식을 먹는 순간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도 가끔 사색에 잠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음악도 매우 중요하죠. 느슨한 듯 잔잔하게 깔리는 비트에 탈이 날 일도 없는 offonoff의 <boy.> 앨범이 딱 그렇습니다. 스피커의 우퍼가 뿜어내는 사운드에 따라 가슴이 쿵쿵 울리는 게 오히려 식욕을 바짝 끌어올리기도 하더라고요. 마치 식빵에 맛을 더하는 달콤하고 상큼한 잼처럼 말이죠. 섬세하게 감정을 다듬는 offonoff의 진솔한 언어가 식사 자리에 부드럽게 스며들어 따뜻한 무드를 형성하는 동안 손가락을 까딱이며 여유롭게 식사를 이어가세요. 특별히 8번 트랙의 ‘춤’이라는 곡의 정서를 좋아합니다. 우리의 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크레마처럼 부드러운 엔딩


우기 - <REWIND MY TAPE>
에스프레소의 향을 풍부하게 만들고, 커피가 빨리 식는 것을 막아주는 크레마 같은 음악이 여기 있습니다. <REWIND MY TAPE>는 우기 특유의 세련된 감각이 엿보이는 앨범으로 요즘 보기 드문 카세트테이프로 제작해 그 외형만으로 남다른 감성을 풍기죠. 황소윤, 로꼬, ELO, 신해경, Colde, G.Soul 등 각양각색의 아티스트들과 합을 맞춰 식사 마무리에 적당한 풍미와 깔끔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별히 4번 트랙 ‘쉼표’의 가사를 음미하면서 이제 그만 마지막 접시를 비울까 해요. ‘지나가는 건 잡을 수 없고, 흘러가는 건 담을 순 없죠. 그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우린 충분히 아름다운걸’.


귓속까지 뽀드득


Western Kite – <ultraviolet!>

웨스턴 카잇의 두번째 정규 앨범 <ultraviolet!>에는 하기 싫은 일마저 왠지 해낼 수 있게 만드는 묘한 에너지가 담겨 있어요. 이를테면 6번 트랙 ‘존초이(John Choi)’에선 특이하지만 특별하게 느껴지는 기운이 감지되는데요. 트랙을 감싼 몽환적이고 귀여운 느낌의 사운드와 함께라면 미루고 싶은 설거지도 뜬구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렇지 않게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세밀하고 세련되게 구성된 30분 가량의 앨범을 듣다 보면 거품에 뒤엉킨 그릇들이 내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조차 음악처럼 들리게 될 거예요. 진짜로요.




Editor 우수빈
Photographer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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