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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t Feb 28. 2022

[Life] 손맛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사람들

음식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만듦은 손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누군가의 손은 결국 그 사람의 연대기를 담고 있습니다. 겪어온 시간과 경험의 깊이가 그이만의 맛을 만들었을 테죠. 우리는 그것을 두고 ‘손맛’이라고 부릅니다.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한 음식을 만들어온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기계가 뽑아내는 것처럼 고르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수타 면발의 자장면, 연탄불에 구워 촉촉함이 살아있는 흰 살 생선, 오늘이 가장 신선한 제철 회 접시…. 훌륭한 도구이자 견고한 무기인 이들의 손은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의 입맛을 돋구어 줬을까요? 확실한 건 우리는 기쁘거나 슬플 때 맛있는 음식을 찾는다는 사실이죠.






“가만 보자… 처음 일을 시작한 게 내 군대를 가기 전이니까 그게 칠십몇 년도였어.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지금은 수타 하는 사람들이 흔치 않다 보니 젊은 사람들은 이 맛을 잘 모르지만 나이 먹은 양반들은 계속 찾아줘. 기계로 하면 빠신 느낌이 있는데 그니까 어쩔 수 없게 면이 약간 딱딱하고 질기지. 손으로 빼면 반죽을 더 부드럽게 치는 건데 기계는 한계가 있어. 다 붙어버리거든. 공정이 달러~ 손님들이 맛있게 잘 먹었다고 알아봐 주면 기분이 좋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간 은퇴를 해야지’ 하는 생각은 늘 해. 누구나 자기 하는 일에 대해서 책임감 없게 하는 사람은 없을 거 아녀. 거기도 마찬가지고. 하는 동안은 성실하게 해야지. 이 나이까지 내 나름대로 열심히 했거든. 언젠간 내려놓고 나도 좀 쉬어야지. 쉬면 가장 하고 싶은 것? 몰러~ 일단은 뭐 자유가 주어져야 생각이 좀 들지.(웃음)”  

김승환 경력 40년 손수타 서울 중구 동호로 195-14 




“40년 전 동대문 이 골목에 처음 왔을 땐 생선 뭐 이런 건 없고 감자탕이랑 설농탕 같은 것만 있었거든. 백반 집을 할 때 내가 생선을 좋아하니까 손님들에게 반찬으로 좀 내줘봤어. 내 고향이 전라남도 나주 영산 터야. 왜 영산가 노래도 있잖어. 고기 잡는 배가 들어오는 동네라 어려서부터 생선을 참 많이 맛있게 먹었어. 아무튼 증말로 다들 좋아하더라고. 다른 거 하지 말고 이거 하면 대박이 난대. 그때 시작해서 여태 하고 있네. 그때부터 이 골목에 생선집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어. 생선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꾸우면 다 좋아해. 정말 다 좋아하더라고. 내 나이가 여든이 넘었는데 뭐 5년 만에 왔네, 7년 만에 왔네 그렇게 안 잊고 다시 찾아주는 손님을 볼 때면 가장 뿌듯하고 행복해. 지금은 첫째 딸이 전반적인 가게 운영을 하고 있는데 나보다 잘해~ 근데 또 얘가 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진 도와줘야지 뭐.(웃음) 나오면 또 힘든지 모르겠어.”

이덕근 경력 48년 호남집 서울 종로구 종로40가길 5




“요 근래 주방과 홀을 같이 관리하다 보니 손이 많이 예뻐졌어요. 혼자 주방을 전담할 때는 말도 못 했어요. 생선 뼈에 찔리기도 하고 칼을 쓰니까 상처도 많죠. 손은 항상 불어 있어요. 아무 횟집이나 들어가서 주방장 손을 보면 다 이렇게 거칠 거예요. 나도 옛날엔 회 참 좋아했어요. 요즘은 간혹 먹기야 먹는데 손이 잘 안 가요. 왜 식재료 다루는 사람들은 계속 만지다 보면 질리게 되더라고. 그래도 집에는 가끔 잡아 가져가요. 식구들이 회를 좋아하거든요. 맘 같아선 제일 신선하고 좋은 놈으로 가져가고 싶은데 그렇게 절대 안 돼요. 가게에서 팔고 남은 것으로 챙기게 되죠. 지금까지 장사하면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어요. 일단 ‘꾸준하게 하나만 파봐라’. 장사하며 오만원 팔고 들어갈 때도 있고 접을까 싶은 날도 많았죠. 근데 흔들리지 않고 그냥 묵묵히 하다 보면 좋은 흐름이 오기도 하더라고요. 장사하시는 분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분명 알 거예요.”

이학범 경력 21년 크랩회피쉬 서울 중구 동호로24길 27-4



Editor 박지현

Photographer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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