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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예심 May 29. 2023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공평하게 받은 마법 같은 오늘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해준 고마운 책




이 책의 저자 윤정은 작가는 약 50만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온 에세이스트다. 2012년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소설 부문 은상을 수상한 이후 11년 만에 쓴 장편 소설이 『메리 골드 마음 세탁소』이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마음의 얼룩을 지워주는 판타지 소설로 교보문고 소설 베스트 순위 4위, 알라딘 소설 베스트 순위로 7위, 예스 24 소설 베스트 순위 1위를 차지하며 독자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책이다.


‘나, 나예심도 작가인데... 나도 책을 썼는데...’ 윤정은 작가의 글 성공이 내심 부럽다!


오전에 4시간을 헬스장에서 청소 알바를 하고 있다. 이때마다 일하는 시간에 오디오북 책 읽기를 하려 애쓴다. 일을 하면서 오디오북 책 읽기에 적합한 장르는 역시 소설이다. 우선 재미가 있다. 듣기도 편하다. ‘내 생애 첫 책’을 쓸 당시에는 ‘글쓰기·책 쓰기’에 관련된 책을 듣곤 했는데, 마음에 꽂히는 문장들이 많아 자주 고무장갑을 벗고 메모하고 다시 고무장갑을 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소설은 이런 번거로움을 덜 수 있으니 앞으로도 일할 때는 소설을 읽어야지! 하고 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줄거리


여름과 겨울은 없고 봄과 가을만이 있는 마을이 있다. 언제나 꽃 같은 날들이 이어지는 마을에는 선한 이들이 모여 살기에 그들은 ‘미움’이나 ‘아픔’ 혹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모른다. 이 마을에서는 세상에 빛이 되는 아름다운 능력을 가진 이들이 사람들이 사는 곳마다 온기를 불어 넣는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마을에서 살던 한 아름다운 여인이 마을에 왔고, 그 마을 청년과 서로 첫눈에 반한다. 여자와 남자는 아름다운 능력을 가진 마을에서 예쁜 딸까지 낳고 평온하게 살았다. 여자를 닮아 딸이 아름다운 능력이 없는 줄 알았던 여자와 남자는 딸에게


1)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걸 치유하는 능력

2)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능력을 처음 발견하게 되면 당분간은 생각하고 꿈꾼 일이 즉시 일어난다.


늦은 밤 여자와 남자가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게 된 딸은 한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 능력이 처음 발견하게 되면 당분간은 생각하고 꿈꾼 일이 즉시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딸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부모님 곁에 있던 빛나던 세상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딸은 “이건 꿈이야. 분명 꿈이야” 하지만 현실이었다. 딸은 아무리 눈을 감았다 떠도, 앉은 자리에서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해도 혼자였다. 소녀는 자기가 가진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몰랐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만 것이다.


소녀는 절망적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다시 돌아오도록 아무리 생각하고 꿈을 꾸어도 눈을 뜨면 혼자였다. 본인의 능력을 발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순간의 힘을 빌려, 백만 번을 다시 태어나 세기를 넘나들도록 스스로를 봉인했다. 아무리 다시 태어나고 애타게 찾아다녀도 사랑하는 이들을 찾을 수 없었다. 소녀는 지독하게 쓸쓸하고 공허한 눈빛으로 제대로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아 앙상하게 말라갔다.


“벌써 백만 번째야. 차라리 오늘이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왜 이 생각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는 건지, 대체 제대로 능력을 발휘되는 시점은 언제부터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보-고-싶-다” 지난 세기에 소녀의 곁에 있던 이들이 떠오른다. 보고 싶다고 말하니 더 보고 싶다. 사실 소녀는 오래전부터 많이 지쳐 있었다.



소녀는 메리골드란 지명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메리골드 마을을 골라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 세기에 만났던 이들을 기억하다가 “... 기억... 났어.” 하고 외쳤다. 들고 있던 쟁반이 떨어지며 쨍그랑하고 깨졌다.

엄마와 아빠가 나누던 대화를 듣다 쓰러진 소녀의 의식 속에 남아있던 아빠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들려온다.


“그런데 두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먼저 슬픔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능력을 제대로 익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일을 하고 나서 꿈을 실현시키는 능력을 사용해야 해요.


소녀는 이 말을 기억해 내고는 원망과 자책을 당분간 멈추고 자책할 시간에 슬픔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능력을 제대로 익혀 보자! 하고 마음을 먹었다. 제대로 익힌 그 끝엔 꿈을 실현시키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 답을 구하면 부모님을 다시 만나는 꿈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소녀(지은)는 메리골드 동네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마음 세탁소를 탄생시켰다. 주택을 개조한 느낌의 2층짜리 건물인 마음 세탁소는 지어진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빨간 꽃잎 사이로 피어났다. 꽃에서 나무가 피어나는 것처럼!


마음 세탁소에는 오랫동안 아파서 얼룩진 마음이나 조금 구겨져서 다림질이 필요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찾아왔다. 촉망받던 영화감독이지만 5년 만에 만든 영화의 흥행 대참패 이후에 지하 단칸방에서 생활고를 겪는 재하, 기사 식당에서 찬모로 일하는 재하 어머니 연자씨, 남자친구한테 철저히 이용당하고 배신 당한 연희, 인플루언서이지만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을 겪으면서 자살 시도를 습관적으로 일삼고 있는 은별... 그들의 이야기가 애달파 내 마음이 아팠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찾아온 이들이 쏟아낸 인상 깊었던 말들


"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괴로웠던 기억을 다 지워버리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마음이 너무 아파서 계속 그 생각만 나잖아. 근게 밥도 먹고, 일도 먹고, 친구도 만나. 분명 나는 웃고 있는데 마음은 욱신거려. 일을 하는데 마음이 욱신거려. 이거만 없음 살 거 같은데."


"재하는 도통 살아 있음에 의미와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자기 삶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얼마나 빛나는 사람일까? 늘 궁금하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스치는 바람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든 걸까.


"어떤 기억은 지워져야만 살 수 있기도 하고, 어떤 기억은 아프지만 그 불행을 이겨내는 힘으로 살기도 하지, 슬픔이 때론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해."


"있지요. 전에는 내 불행이 내 아픔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살다 보니 모두 아픔을 간직하고 살더라고요. 제 불행만 불행이 아니었던 거죠. 저는 요즘 사는 중 가장 행복해요. 편안해요. 저녁 버스를 탔는데, 노을이 너무 예쁜 걸 보면 눈물 나게 행복해요. 어떨 때 낮에 버스를 탔는데 버스에 저 혼자 있어요. 전세 낸 것처럼요. 어디 여행 간 거 같더라고요."


"나는 내 인생 싫어하지 않아요. 전엔 나마저 내 인생 싫어하면 너무 안쓰러워 좋아하려 애썼는데, 이제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좋아졌어요. 좋다고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이 너무 예뻐 보여요. 지우지는 않을 건데, 떠올릴 때 덜 아프게 주름만 다려주세요."


"살아있길 잘했다. 태어났으니, 살아 있으니, 살아지고 숨을 쉬었다. 죽지 못해 살았다. 하지만 이제 살아 있으니 살고 싶어지고 살고 싶어지니 사는데 행복하다. 행복한 삶을 만드는 건 타인이 아닌 나의 마음가짐이라는걸. 오랜 시간을 지나 와서야 깨닫는다.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려고 그토록 긴 불행의 터널을 지나왔는지도 므론다."


"마음이라는 게 보이지도 않고 형태도 없는 것이 참 힘이 세다. 마음으로부터 해결되고, 마음으로부터 끝이 난다. 마음으로부터 꽃이 피기도 하고, 마음으로부터 불행이 지속되기도 한다. 마음은 어쩌면 모든 끝과 시작의 열쇠인 것이다."


"행복은 내면의 빛이다. 손에 닿을 수 없는 높은 하늘이 아니라 마음의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행복은 이미 우리 마음 안에 있다.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 이곳에 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살아갈 미래는 아직 오직 않았으니 지금 살고 있는 오늘에 집중해야 한다. 한 걸음만 오른쪽으로 걸어도 이미 과거다. 할 걸음 앞으로 걸어도 미래가 아닌 현재다."




나는 소녀(지은)가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열어 아픈 마음의 얼룩을 지워주고 다려주는 일을 통해

1)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걸 치유하는 능력을 제대로 익혀 2)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터득해 그 능력으로 부모님 곁으로 돌아갔을 것이라는 결말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어느 날, 소녀(지은)는 어릴 적 부모님 곁에서 살던 행복한 어린 소녀였던 자신을 만나면서 '부모님의 실체'가 아닌 '부모님의 마음'을 만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가 이토록 슬프고 텅 빈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제 스스로에게 벌을 그만 줘도 되지 않을까. 지금 살아있는 오늘 이 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야말로 죄가 아닐까."


엄마의 치마에 매달려 안겨 쿠키 냄새를 맡고, 엄마가 몸을 숙여 안아주는 꽃 냄새를 맡기도 한다. 어깨 위에 올려진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가 웃어주면 품으로 파고들어 안겨보기도 한다.


마음 세탁소를 찾아온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한 차를 자신을 위해서 끓인다. 자신을 위한 마음을 듬뿍 담아 차를 마신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 걸 보고 슬퍼하셨을 엄마, 아빠의 마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지은은 편안함을 느낀다. 왠지 모르게 마음에 희망이 차오른다.




우리 분식 집 사장님, 재하, 연희, 해연... 그들의 정과 관심을 느낀다. "요즘은 우리처럼 마음 맞는 사람들끼기 모여서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그러믄서 가족이 되는 거여. 안 그려, 지은 사장?"


사라진 부모님 곁은 아니지만 그렇게 갖고 싶었던 울타리를 따뜻한 사람들이 만들어주었다. 스스로 가두어둔 마음의 경계를 허물고 문을 열고 나가는 시작의 버스를 탄 것이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정갈하고 힘이 있는 지은의 목소리가 골목길에 울려 퍼진다.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걸 치유하는 능력과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능력을 가졌던 소녀가 오늘이야말로 가장 특별한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참 아름답다.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받은 마법 같은 선물인 바로 오늘에 대한 가치를 좀 더 깨닫게 해준 이 책을 만난 것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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