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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 Dec 12. 2021

네 잘못이 아니야

괜찮아 잘했어

친구가 얼마전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에게 여러 좋은 기회들이 주어졌는데, 자기가 잘못된 선택을 해서 다 망친 것 같다고.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 게으름, 실수 이런 것 때문에 낮은 학벌과 학위, 질병이 생긴 것 같다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일이 뭔가 잘못 되어질 때, 관계가 틀어질 때, 내 뜻대로 안될 때 먼저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친구에게 이야기한 답은 “아니.”라는 거였다. 아니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고 부족하다. 그러니 완벽한 상황이나 완벽한 조건, 완벽한 선택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이만큼 이 자리에 살아있는 것도 모두 축복이고 은혜다. 감사할 일이다.      


사랑의 말을 하고 싶다. 누구에게든, 사랑이 담긴 말을 하길 원한다. 설령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이더라도. 하지만 나의 부족함 때문에 그런 말이 가끔 비껴갈 때가 있다. 

사랑의 행동을 하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가끔 절룩인다.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배려 없는 짓이 되어버리는 건 순식간이다. 


자신의 부족함과 선택을 후회하고 자책했던 친구처럼 나 역시 잘못된 선택을 하고나서 결과를 후회하는 일들이 가끔 있다. 하지만 자책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고 친구의 잘못도 아니며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왜 우리 몸은 단단하지 않고 물컹할까. 피부도, 눈도, 코도 입도, 신체의 모든 부위는 말캉말캉하고 유연하다. 몸에서 나오는 모든 분비물도 마찬가지다. 손톱 정도만 딱딱한 것 같다. 그래서 웨어러블 기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잘 휘어지는 소재를 개발하려 애를 쓴다. 스마트폰이나 책 같은 물건이란 것들은 대부분 딱딱하고 각 잡힌 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말이다. 그 이유는, 살아있는 건 모두 부드럽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은 유연한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유연한 존재가 모든 상황을 완벽히 파악하고 딱딱 들어맞는 선택이란 걸 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가끔은 서툴고, 가끔은 유익함보다는 쾌락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고, 가끔은 잘못된 걸 알면서 가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주춤주춤 발을 떼며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니 친구야, 그리고 나 자신아,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들아, 우리의 실수와 부족함에 너그러워지자, 고 신께 기도한다. 자신에게 너그러울 수 있을 때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있을 테니. 


그렇게 흘려보내고 흘러가려 한다. 그렇게 흘러가며 매 순간 기쁨을, 미래를, 소망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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