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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Oct 17. 2023

미국을 떠나게 되는 날

Feat. David Beckham

  내 기억상 가족과 미국 서부 여행을 마치고 아버지가 한 달 빨리 돌아가신 뒤 섬머스쿨을 들으면서 남은 한 달을 보내고 나서야 8개월간의 미국 생활을 마무리했다. 


 당시 기억나는 건 내가 뛰던 VYS팀 역시도 떠나기 1달 반 정도전에 종료되었는데 약간 뭐랄까 플레이오프 같은 느낌의 마지막 대회에 참여하려 했으나 가족 여행 계획이 있어서 참여하지 못했고 그때 코치와 친구에게 미국을 떠난다라고 말하니 남아 있으라고 더 같이 축구하자고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사실 그 외에 친구랑 작별인사를 나누거나 하지는 않았다. 떠나기 전에 이미 학기는 마무리되었고 섬머스쿨을 다니긴 했지만 그곳에서는 친구를 따로 사귀거나 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기억에 남는 건 나와 같이 수업을 들은 두 명의 한국 여학생인데 한 명은 심지어 이민 2세이면서 영어를 한자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당시에는 미국을 떠난다는 게 크게 미련이 없었다. 약간의 향수병 비슷한 것도 있었고 어디까지나 혼자 남아 미국 생활을 해야 한다는 자신이 없었고 더불어서 한국에 두고 온 친구들이 그리웠다. 왠지 내가 계속 미국에 남는다면 그들과 멀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그 당시엔 주를 이루었고 결국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걸 선택했다.


 떠나기 전 짐을 정리하고 어떻게 택배를 붙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래되어서일까 아니면 내가 따로 준비한 게 없어서일까 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어떻게 비행기를 탔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설레었던 기분이 전부였던 거 같다.


 그래도 떠나기 전 빅이벤트가 하나 있었다. 베컴의 MLS 데뷔전.


 


당시 베컴이 막 MLS의 LA Galaxy로 이적을 했고 마침 DC United와의 경기가 워싱턴에서 있었다. 비공식 데뷔전은 있었지만 실제로 공식 데뷔전인 경기였고 나는 당시에 가장 친했던 친구 Reynaldo와 함께 이 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다.


 처음 해보는 티켓팅은 어려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Reynaldo의 가족 중에 구단 관계자가 있어서 티켓을 구해 관람하게 되었다.


 처음 해보는 축구 직관. 홈팬들은 열띤 응원을 보여주었고 베컴이 교체되어 들어오자 구장은 더욱 열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다음날 미국을 떠남에도 흥분한 상태로 경기를 지켜보았고 아쉽게도(?) 홈 팀인 DC United가 1:0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 레이날도는 내게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며 꼭 연락하라고 말했는데 나는 알겠다면서 메일 주소를 받아 들고 왔지만 참 멍청하게도 지금까지도 한 번도 연락을 해보지 못했다. 아마 처음엔 그냥 귀찮아서였다면 지금은 뭐랄까 해보고 싶지만 늦은 감이 있어서랄까? 겁이 조금 나는 듯하다.


 그렇게 아쉽게도 나는 다음날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내 약 8개월간의 미국 생활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약 16년 미국을 선망하고 그리워하는 한 남자는 꾸준히 미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미국이 최고'

 '어메리카 넘버원'


 왜 좋았을까? 그 당시엔 몰랐지만 이후에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당시 수업을 한국보다 자유롭게 듣는 게 좋아서였을까? 맑은 날 높은 건물 없이 햇빛이 나무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게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자유로운 그들의 분위기가 좋아서였을까.

 

 나는 여전히 이 부분에 관해서 어느 확신도 생기지 않는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내가 가장 오래 살아온 환경과 다른 환경이 신기해서라는 게 가장 알맞은 표현 같다. 내게는 생에 처음으로 기억에 남는 해외 생활이었으니까.


 정말이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8개월이었다. 기억에 남는 일들도 기억나지 않는 일들도 많이 있었지만 지난 8개월이 내게는 정말 33년간의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값어치 있는 경험이었다.

   



 어느덧 이 이야기도 슬슬 끝이 보인다. 여러 가지 잡다한 이야기를 더 할 수도 있겠지만 때마침 마무리하기 좋은 기회가 와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약 16년, 미국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단 한 번도 갈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 좋은 기회로 다시금 미국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고 지난주에 미국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다시금 방문한 미국은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큰 차이는 없었다. 여전히 높지 않은 건물들과 맑은 하늘 그리고 어색한 영어. 


 어쨌든 이 이야기는 추후 이어서 하는 걸로 하고 이번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뭐든 맛있는 걸 아껴먹는 편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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