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쓰고 싶은 걸까?
요즘 들어 글을 쓸 기회가 적어졌다. 아무래도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보니 온 신경이 이쪽에 쏠려서 인 것 같다.
물론 바빠서 쓸 시간이 없었다 이런 핑계를 대려는 건 아니다. 그냥 게을러서 안 쓴 게 맞다. 아카데미도 끝이 나서 과제가 따로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내 개인적인 글을 쓰려니 막상 쓸 것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점차 글을 잘 안쓰게 된 것이다.
브런치도 마찬가지, 카페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었는데 막상 그것도 딱 이거다! 하고 떠오르는 내용이 없다.
그나마 글 관련해서라면 당장 집필은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의 집필을 위해서 웹소설 기획서는 꾸준히 작성하고 준비하고 있다. 그게 전부인 것이다.
기획서라고 해서 뭐 거창한 게 있는 것은 아니다. 제목, 소재, 스토리라인, 구조 등 간단한 약간 굳이 비교하자면 만화 콘티와 비슷한 단계라고 생각하면 편할 듯싶다.
무얼 쓰고 싶었느냐?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대답이 나와 있다.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만한 무언가'
문제는 그것이 어떤 건지를 모르겠다는 거다. 재밌는 소설, 감동적인 에세이, 멋진 운율이 담긴 시, 그 어떤 걸 써도 그것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인지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니 말이다.
현재는 어쨌든 웹소설 쪽을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쓰고 있으니 아무래도 이쪽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살펴보면
전지적 독자 시점, 화산귀환, 시간을 달리는 소설가 등 멋진 작품들이 있고 이 작품들은 대부분 소위 말하는 히트를 친 작품들이다. 이런 작품들은 아무래도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고 결국 2차 창작물까지 나오면서 절대로 잊혀지지 않게 되는 작품일 될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작품이 아니겠는가?
그런 작품을 쓰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나는 웹소설 쪽으로만 접근하면 소설을 쓰기가 어렵다. 기본적으론 웹소설식 전개, 소재 선택 그리고 웹소설 감성이 내게 맞지 않는다.
물론 재밌게 읽고 만족스러운 웹소설도 당연히 존재한다. 전독시는 특히 보면 볼수록 어떻게 하면 이렇게 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 정도로 필력도 내용도 아주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반면 성공한 작품이라 해서 읽어보았는데 '이거 왜 이렇게 유치하고 재미없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많았다.
사실 대부분의 웹소설이 내게는 후자의 반응인지라 내가 막상 웹소설을 쓰려고 보니 쉽지 않은 것이다.
아카데미에 들어간 목적 중 하나가 담당 편집자(혹은 PD, 내게는 피디이다)의 피드백을 받고자 함이었는데 최근 기획서를 작성하는 단계에서 담당 피디와 대화를 나누고 피드백을 들은 결과 조금 더 웹소설스러움이 내게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럭저럭 간단한 판타지성을 부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예를 들어 회빙환이 그 중점적인 파트였고 그 외에는 소위 상태창이나 특수 능력을 보유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내게는 거리낌이 있었다. 보통은 현대 판타지라 불리는 장르인데 아무래도 내가 스포츠물을 중심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보니 특히 이런 현대 판타지성을 보유하기가 너무 어렵다.
물론 없어도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다. 다만 그럴 자신이 있는가 물어본다면 나는 자신 있다고 답하겠으나 담당 피디의 피드백이 이와는 전혀 다르니 나름의 고충이 있는 부분이다.
당장에 급작스레 장르를 변경한다거나 웹소설을 때려칠 생각은 없기 때문에 첫 번째 작품에 한해서는 피디의 의견을 따라갈 생각이다. 이후에 어느 정도 작가로서 자리를 잡게 되면 그때 내가 쓰고 싶은 걸 써보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중이기에.
글을 쓴다는 것이 참 쉬워 보이면서 어려운 일인듯하다. 여전히 갈피를 못 잡아서인가 아직도 이정표를 못 본 체 그저 무작정 걸어가는 기분이다.
그래도 나름 즐겁다. 카페 일을 시작하면서 이 부분에 조금 압박을 느끼고 있지만 이것과 글을 쓰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에 글을 쓰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얼른 데뷔하고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읽고 즐거워하고 무언가를 얻어가는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쓸지에 대한 고민보단 그저 쓰는 것이 더 중요한 듯하다.
손님이 하루종일 없는 오늘 하루이다. 매출에 대한 압박이 느껴지지만 그와 동시에 글을 쓸 시간이 넘쳐난다는 예상외의 압박감(?)도 있다. 그래서 한 번 끼적여 보았다.
평화로운 금요일 오후, 햇살이 잘 비치는 어느 한 카페에서 글을 쓰며 조용한 재즈를 듣고 싶은 마음인데 그걸 어쨌든 비슷하게 하고 있으니 꽤나 성공적인 삶이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