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이하 스쿱)은 2020년 창단된 성균관대학교 중앙 여자농구동아리로, 창단 2년 만에 KUSF 클럽챔피언십 파이널 4강에 진출하며 신흥 강호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는 센터로서 팀의 주축을 맡고 있는 안성은 선수가 있다. 뛰어난 운동 신경과 빠른 성장세로 농구를 시작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스쿱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23살이 된 안성은입니다. 성균관대학교 스포츠과학과 재학 중이고 센터를 맡고 있습니다. 등번호는 1번이에요.
★ 등번호 결정 배경에 대해 알려주세요!
키 큰 선수는 좀 길쭉길쭉한 숫자를 하는 게 좋다고 들어서 처음에는 11번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미 팀에 11번이 있길래 1번을 선택했습니다. 1등 선수가 되자는 뜻도 있습니다. (키가 어떻게 되시나요?) 178cm입니다.
★ 농구를 시작한 계기나 스쿱에 가입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22년 여름방학 때 허예은 선수 쇼츠를 보고 너무 멋있다,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에타에 쳐봤더니 스쿱이 나왔고 1학년 2학기 때 들어가서 농구를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는 체육 시간에 자유투 던지는 것 정도가 다였고 드리블, 레이업, 패스 등은 다 처음이었어요.
★ 그때 느낌이 어떠셨나요?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저는 되게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이라 운동을 시작하면 진짜 빨리 느는 타입이거든요. 그런데 농구는 정말 감이 안 오더라고요. 그냥 개인 기술만 있는 게 아니라 게임을 하려면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공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하는데 전혀 모르니까 정말 어려운 종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사실 이미 모든 운동 동아리를 다 들어가 봤어요. 과동아리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테니스, 플로어볼, 탁구도 해봤는데 딱히 구미가 당기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농구는 뭔가 지금은 못하지만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성은님의 첫 대회는 2022 KUSF 클럽챔피언십 파이널로 알려져 있는데요, 첫 대회를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저는 그때 농구를 시작한 지 3개월 정도였기 때문에 딱히 준비라고 할 게 안 되어 있었어요. 키가 큰 선수였기 때문에 운이 좋게 그렇게 큰 대회에서 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당시 스쿱은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파이널에 진출했음에도 2연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한 바 있습니다. 이때 소감이 어떠셨나요?
처음으로 팀원들과 같이 대회를 뛰고 승리를 하면서 희열을 느꼈어요. 이 대회를 기점으로 농구를 더 잘하려는 욕심도 생겼고요. 최종 3등을 했을 때는 그냥 얼떨떨하고 기뻤어요. 그때는 잘 몰랐는데 언니들은 이 대회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 알고 있었을 테니 저보다 훨씬 기뻤을 거예요.
★ 그때 대회가 처음이었던 본인의 플레이를 되돌아본다면?
일단 저는 이때 영상을 잘 못 봐요. 농구룰도 잘 몰라서 어리바리하고 심판한테 공 뺏어가고 그랬거든요. 열심히는 하는데 많이 어설펐어요. 그때 코치님의 지시가 생각나요. 성은이는 골 밑에 박혀 있고 너한테 볼이 오면 무조건 올라가라고 하셨거든요. 정말 그것만 했어요. 그건 잘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 스쿱에서 계속 활동해야겠다, 심지어 주장을 맡아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스쿱에 계속 남은 건 농구가 좋아서도 있지만 가장 큰 건 사람이 좋아서예요. 제가 생각했을 때 저희 동아리 부원들은 참 순하고 되게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신입 부원으로 들어갔을 때 반갑게 맞이해 준 언니들이랑 팀원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계속해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주장은 제가 결정한 게 아니라 주장, 회장 언니들이 추천해 줬어요. 짜장면 사준다고 해서 따라갔는데 얼떨결에 주장이 되어 버렸습니다ㅎㅎ 시작은 갑작스러웠지만 임원진이 같이 된 친구들과 크고 작은 일을 해결하고 거치면서 활동하다 보니 동아리에 대한 애정이 부원으로 있을 때보다 훨씬 커진 것 같아요.
★ 스쿱은 주장과 회장으로 나눠져 있나요?
주장은 훈련이나 대회 진행을 주로 맡고 회장은 서류 작업을 주로 맡습니다. 실제로 주장과 회장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은데 굳이 나눠보자면 주장인 저는 몸으로 뛰는 스타일이고 당시 회장이었던 조수희 선수는 서류 작업을 주로 했어요.
★ 주장은 어떤 역할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주장은 팀을 위해서 좀 더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볼백 같은 걸 주장이 다 옮기거든요. 팀을 통솔하고, 스케줄 관리하고, 회식 장소 잡는 자질구레하고 궂은일들을 나서서 팀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운영진과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중앙동아리로서 신입부원들이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저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예요.
★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임원을 했던 언니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지금 회장인 조수희 선수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랑 제일 친하기도 하지만 일적으로도 정말 잘 맞았거든요. 동아리에 헌신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수희 없었으면 저도 혼자서 되게 힘들었을 것 같아서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와 함께 스쿱을 이끌어간 운영진 친구들에게도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다들 정말 고생했거든요.
여대부의 신흥강자 SCOOP
★ 스쿱은 일주일에 얼마나 운동을 하고 있는지? 훈련 내용을 알려주세요!
저희는 월요일, 목요일, 그리고 주말에 한 번 정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월요일에는 노원구 상계중학교에서 3시간 훈련하고 있고요, 목요일은 명륜캠퍼스 야외 농구 코트장에서 2시간, 그리고 주말에는 수원에 있는 율전캠퍼스 체육관에서 3시간 훈련해요.
SCOOP
★ 안정적인 운동 장소 확보는 모든 운동 동아리의 과제인데요. 스쿱은 어떻게 체육관을 구하고 있을까요?
월요일 상계중학교의 경우 1년 장기대관을 했고, 주말에 한 번 있는 율전캠퍼스 체육관은 한 달에 한 번 대관을 하고 있어요. 둘 다 돈을 내야 합니다.
사실 저희가 이번 연도는 체육관 대관에 대해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데요. 작년에는 정말 스트레스였어요. 한 달마다 이게 새로 대관을 해야 하는데 저희 임원진의 가장 큰 역할이 체육관 장소 구하는 거였거든요.
보통 성북구민 체육관을 많이 잡았는데 성북구민도 달에 두 번만 예약이 가능해서 거기가 안되면 쉐어잇으로 한성대나 다른 사설 체육관을 이용한 것 같아요. 만약 둘 다 못 잡으면 이제 하늘이 무너지는 거죠. 아, 그런데 이것도 좀 자랑이지만 저는 쉐어잇을 좀 잘 잡아요. 주장으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죠.ㅎㅎ
(많이 비쌌을 텐데…) 맞아요. 한성대 상상관은 2시간에 14만 원이나 했거든요. 장기 대관을 한 번 해보니까 그게 진짜 비싼 가격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2023년도 때는 정말 내년만 돼봐라, 장기대관 무조건 찾는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 당시 대관에 돈이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회비처리를 어떤 식으로 하고 있을까요?
일단 저희는 항상 회비가 부족해요.
저희는 월마다 돈을 받는 게 아니라, 학기 초반에 한 번 받고 끝나요. 회칙상 당일 운동을 참여하는 부원들이 대관비를 나눠서 내는데, 대신 인당 5천 원을 넘지 않게 상한선을 두고 그 외는 회비에서 지원을 해줘요. 이렇게 회비 지원은 하되 훈련에 온 팀원들이 대관비를 부담해야 동아리가 운영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처리한 것 같아요.
★ 현재 스쿱의 코치님과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현재 코치님은 우병훈 코치님이시고 성균관대 농구부 선수 출신이십니다. 그분이 저희를 전에 봐주신 김정훈코치님의 후배이신데 김정훈 코치님이 호주로 워홀을 가시면서 이어서 봐주시게 됐어요.
(김정훈 코치님과는 어떻게 만나셨나요?) 제가 처음 스쿱에 들어갔을 때는 코치가 없었어요. 제가 그때 농구 교양 수업도 같이 들었는데 강사님이 김정훈 코치님이셨습니다. 언니들이 코치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했었는데, 교양 농구 수업을 듣다가 그게 그냥 떠올랐어요. 어린 패기였는지는 모르지만 코치님께 가서 저희가 코치님이 없는데 맡아주실 수 있냐고 그렇게 부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면에 그렇게 여쭤본 거라서 거절하실 수도 있는데 정말 흔쾌히 받아주셨고 그 후로 1년 정도 봐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우병훈 코치님이 봐주셨고요.
★ 코치님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저는 제가 코치님을 데리고 왔으므로 시작을 함께한 거라 스쿱이 달라진 점은 모르지만, 목요일에 코치님 없이 자율훈련을 진행해 보면 코치님이 계셔야 훈련이 알차게 될 수 있다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저는 우병훈 코치님과 같은 센터 포지션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코치님한테 센터의 움직임이나 스킬 같은 것들을 많이 배웠어요. 코치님 스타일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인지 저도 코치님처럼 이것저것 잘하는 올라운더 센터가 되고 싶어 그렇게 연습하고 있기도 합니다. 3점 던지는 센터처럼요.
★ 스쿱은 ‘빡농’일까요 ‘즐농’일까요?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부원들을 모집하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즐농도 잡고 싶어 하는 빡농입니다. 저희는 중앙동아리다 보니까 동아리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목적이 다 다르거든요. 어떤 사람은 빡세게 농구를 하러, 어떤 사람은 운동을 하러, 어떤 사람은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들어왔을 거예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빡농만을 추구하기에는 배려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코치님이 오시는 월요일과 주말은 빡농을 하고 목요일에는 자율운동으로 즐농을 합니다. 사실 빡농을 하는 사람들은 장소가 어디든 오지만 즐농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학교 야외코트에서 한다고 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올 수 있고 즐겁게 게임하면서 놀 수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즐농을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빡세게 농구를 하는 건 좋지만, 빡세기만 하면 농구를 안 해본 친구들은 농구 동아리에 들어올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빡농을 추구하되 처음 들어오는 친구들에게 농구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게 저희의 목표인 것 같아요. 처음 온 친구들을 잘 가르쳐주고 챙겨주는 편이에요.
★ 스쿱의 훈련은 많이 힘든가요?
저희 훈련 좀 힘듭니다. 일단 3시간이고 워밍업부터가 운동을 안 해보신 분들이라면 힘드실 거예요. 생각보다 몸을 많이 쓰고 땀을 완전히 빼고 시작하거든요. 훈련 내용 자체도 운동을 많이 해보지 않았으면 많이 힘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처음 오신 분들은 일주일 동안 근육통이 갈 정도예요. 무조건 있어요.
★ 스쿱에는 외국 국적의 선수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회에서 외국인은 동시 출전이 불가능한 제한이 있는데, 시간을 어떻게 나누어 출전하나요?
일단 출전 시간이나 엔트리는 코치님께 전적으로 맡기는 편입니다.
쿠스프나 중요한 대회에서는 모두가 뛸 수 없잖아요. 그래서 뛸 수 있는 선수 없는 선수가 나뉘기도 하는데 그런 대회에서 못 뛴 선수들은 다른 대회에서 뛰키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에요. 외국인 선수의 참가 제한이 저희도 많이 아쉬워서 다른 대회에서는 몇 분이라도 뛸 수 있게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평소에 훈련을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라도?) 네. 그리고 서울시민리그는 저희 내부에서 많이 논의를 한 끝에 신입부원 위주로 뛰자고 결정했어요. 많이 못 뛰는 친구들이 대회에서 어떻게든 코트를 밟아보는 것이 농구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재미를 붙이는 방법인 것 같아요.
★ 스쿱은 3X3 대회에도 적극적으로 출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풀코트 농구와 비교해 3X3이 주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저는 사실 3대 3과 5대 5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5대 5이긴 해요.
3대 3은 확실히 1대 1을 많이 할 수 있고 코트는 작아도 훨씬 힘들더라고요. (힘들다는 게 매력이라는 건가요?) 네. 그게 매력이죠.
사실 저희가 3대 3 대회에 적극적으로 출전하는 건 신입부원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하는 것도 있어요. 저희 팀 이름은 스쿱이지만 한스쿱, 두스쿱… 이렇게 이름을 바꿔서 여럿이 같이 나가거든요. 욕심이긴 하지만 신입부원들이 많이 뛰어볼 수 있게 하려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3대3 대회를 노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
해요.
★ 2023 KUSF 파이널 8강전은 보는 입장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경기였습니다. 4쿼터에 상대가 3개의 3점 슛을 터뜨리며 맹추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쿱이 끝까지 리드를 놓지 않으며 승리했는데요, 이때 멤버 전원이 안정적인 자유투 성공률을 보여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팀 내에서 따로 자유투 연습을 하시나요?
여기에는 비하인드가 있습니다. 한창 아침 농구가 유행할 때였는데 ‘일찍 일어나는 새가 농구 잘한다’는 단톡방이 만들어졌어요. 아마 그때 자유투를 잘 넣은 인원들이 다 단톡방에 있던 팀원들일 거예요.
일찍 일어난 새가 농구 잘한다
성균관 대학교에는 천 원 아침 학식이 있는데 다 같이 그걸 먹고 농구장으로 가서 자유투를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교양 농구를 듣는 친구들은 자유투가 시험이기도 했거든요.
그 대회 이후 경기를 돌려보면서 자유투가 들어갈 때마다 우리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고 하면서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니*
*「용비어천가」. 훈민정음으로 적힌 최초의 작품
★ 성은님의 농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구인가요?
지금 저희를 봐주시는 우병훈 코치님이요. 코치님이 없었으면 내가 이렇게 농구 실력이 올라왔을까, 이렇게 농구의 재미를 느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희 무보수예요. 그런데 교류전도 오시고 훈련 매번 나오시고 정말 많이 헌신하고 계시거든요. 훈련뿐만 아니라 동아리 생활 전반적으로도 도움을 주고 계시고요. 저희의 제 7의 임원이라고 할 정도예요.
(이 자리를 빌려 코치님께 하고 싶은 말을 한다면?)
코치님 감사합니다. 나중에 결혼하시면 저희가 꼭 축의금 많이 낼게요.
★ 성은님이 생각하는 농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일단 첫 번째로 팀스포츠라는 점, 두 번째로는 짧은 시간 안에 딴생각할 틈도 없이 다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팀스포츠 중에서도 농구가 굉장히 팀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돌아가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되는 스포츠라 생각해요.
그리고 농구를 하다 보면 3초도 쉴 수가 없어요. 빨리 가서 공격하고 돌아가서 수비해야 하죠. 거기다가 센터는 베이스 투 베이스로 가야 하기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 저는 이렇게 완전히 쏟아붓고 정말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가 가장 재미있는 것 같아요.
★ 스쿱에서도 공수전환을 할 때 가드에게 1번에게 빨리 들어오란 말을 듣는지?
저는 좀 잘 뛰는 편이라 잘 들어오긴 해요. 오히려 제가 먼저 가서 빨리 오라고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처음 교류전 할 때는 1 쿼터 뛰고 코트에 드러누웠는데, 이제 체력이 많이 늘었어요.
★ 처음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팀에서 주전 센터를 맡고 있는데 본인의 중요한 역할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만약 있었다면 어떻게 이겨내고 있나요?
제가 계속 주전으로 뛰고 있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팀원 수가 많고 잘하는 친구들도 정말 많아요. 대회 한번 나갈 때 엔트리지를 꽉 채우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참가 자격 때문에* 못 뛰는 걸 생각하면 속상하기도 하고, 부담감도 있어요. 그 친구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저는 더 열심히, 한순간이라도 대충하지 않는 것 같아요. 뛰지 못해도 응원하러 오겠다고 와주는 친구들이 벤치에 앉아 있는 걸 보면 절대 대충할 수 없어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대회에서는 한 코트 내에 한 명의 외국인 혹은 선출만 뛸 수 있다.
★ 보통 4쿼터를 풀로 뛰는데 더 못 뛰겠다는 생각은 한 적 없나요?
예전에는 그런 순간이 정말 자주 왔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사실 그 풀쿼터를 뛰는 게 너무 익숙해져서 못 뛰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풀로 뛰는 거에 맞춰서 조깅을 자주 하거든요. 경기 시간에 맞춰서요. 조깅을 할 때 너무 힘들어도, 경기가 아직 안 끝났다고 생각하면 멈출 수 없잖아요. 그렇게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 졸업 후 예정이 있다면?
저는 칼졸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마음 같아서는 저도 한 6년 다니고 싶은데 제가 교직 이수를 하고 있어서요. 체육교사의 꿈을 생각하면 임용이 조금이라도 많을 때 빨리 졸업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제 최종 목표는 학교에 농구 클럽을 만들어서 애들 뒷바라지하고 감독을 봐주는 거예요. 최근에 처음으로 중학교 친구들이랑 교류전을 했는데 거기 선생님을 보고 저게 일이면 정말 좋겠다 싶었거든요. 나는 이쪽이 맞겠다 싶어서 경영 복수전공도 포기하고 이쪽 길로 가게 되었습니다.
★ 성은님은 개인적으로 빠른 성장을 이루었고,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는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실력을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저는 농구랑 공부가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그걸 먼저 알아야 다음 성장을 이룰 수 있어요. 내가 이 행동을 반복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면 늘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내가 이걸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왜 하고 있는 건지를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물어야지 성장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공부할 때도 그렇고 농구할 때도 그렇고 질문이 엄청 많거든요. 코치님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이거는 왜 하는 거예요? 이러면서 정말 계속 물어봐요. 행동의 목적이 뭔지를 알고 난 후 그걸 반복하면 실력이 확 느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공격할 때 ‘왜 여기서 이렇게 패스를 주지?’라는 질문을 많이 해요. 특히 패턴을 할 때 처음에는 무조건 패스를 주라는 말에 왜 무조건 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일단 시키는 대로 따라하긴 했는데 따라 하면서도 계속 물어봤거든요. 그런데 신기한 건 처음에는 질문이 엄청 많았는데 그게 점점 줄어들어요. 하나의 패턴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나면 그 변형 문제가 나와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 그런 것이고, 이렇게 찬스가 나는 걸 거라고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무조건 하면 안된다. 이해하고 하자.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농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일단 농구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공격을 할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공이 없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농구를 보거나 할 때 어떤 상황에서 찬스가 나오고 어떤 상황에서 1대 1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인드적인 면에서는 정체기에 조급함을 느끼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처음 농구를 시작했을 때는 되게 빠르게 성장했는데, 이후에는 정체기가 좀 있었거든요. 농구를 하다 보면 실력이 일직선이 아니라 계단 형식으로 성장한다는 걸 알게 돼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실력이 안 늘까 초조해했었는데, 지금은 지금 내가 잠시 직선으로 가나 보다, 이렇게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 나만의 루틴이 있나요?
루틴이라기보다는 스트레칭을 무조건 열심히 해요. 큰 부상이 지금까지 없었거든요 체대입시할 때도 그렇고 농구할 때도 그렇고. 그게 스트레칭을 잘해서 그런 것 같아요. 무릎 아플 때가 있었는데 인대를 많이 써서 그렇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무릎 스트레칭 꼼꼼히 하고 허리도. 스트레칭 안 하면 농구 안 해요. 그게 그나마 루틴이에요
근데 아무래도 잔 상처는 많아요. 팔 보면 다 멍투성이인데 그래도 손가락 말고는 크게 다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 선호하는 플레이나 자신 있는 플레이가 있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없어요. 제가 느끼기에 저는 아직까지 그렇게 특색 있는 플레이어는 아닌 것 같아요. 아직은 신장 차이를 이용한 공격밖에 없고 지금은 특색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기본기를 쌓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하는 플레이는 하이에서 일대일을 하거나 킥아웃 패스를 주는 것입니다. 사실 그건 기본적인 약속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꽂힌 게 있다면, 하이에서는 많이 해봤으니까 다음에는 로우에서 자리를 잡고 일대일을 연습하고 있어요.
★ 1대 1을 좋아하시는 편인가요?
좋아해요. 재밌는 것 같아요.
대회에서는 미리 약속을 하고 가는 편이에요. 성은이가 로우에서 공 잡으면 1대 1 할 때까지 기다려. 이렇게 코치님이 말씀하세요. 아니라고 생각하면 빼주기 때문에 제가 선택하는 것에 따라 플레이가 달라져요. 저를 믿어주기에 가능한 플레이라 저도 자신있게 하는 편입니다.
★ 대회에서 보여주는 성은님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인가요? 아니면 동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함일까요?
반반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팀스포츠를 많이 한 편인데 처음에 있던 팀의 코치님이 파이팅을 되게 강조하셨거든요. 그때 파이팅했던 것들이 몸에 베인 것 같아요. 파이팅하자, 우리 해보자 이런 말들은 입에 배어서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고, 주장이 된 이후부터는 팀원들에게 좀 더 힘을 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낙담하거나 우리 못하겠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저는 그게 진짜 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지고 있어도 계속 해보자고 소리 내면 별로 진 것 같은 느낌이 안 들어요. 기세가 꺾이지 않기 위해 제가 좀 더 목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 스쿱에서 농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작년 가을에 언더아머 대회를 나갔는데 그때 제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말 지쳐 있었어요.. 교직을 따내야 하는 상황이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고 스포츠 과학, 교직, 경영이라는 3개의 전공을 다 해내야 했어요. 그때 서울 기숙사에서 살고 있었는데 수업은 수원으로 가야 했고요. 통학 시간이 길어서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고 훈련 때도 집중을 잘 못했어요.
제가 금방 느는 비결이 생각을 하면서 농구를 하는 거라고 했는데, 그때는 그게 안 됐던 거죠. 힘들면 좀 쉬고, 대충대충 하고, 그냥 하루가 지나가기를 빌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언더아머 대회를 나갔는데, 대회니까 정말 열심히 뛰어야 하잖아요. 엄청 열심히 뛰고 타임아웃 때 들어와서 심호흡을 하는데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어요. 완전히 죽은 듯 살다가 갑자기 땀을 확 흘리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지니까 지금 내가 살아있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리고 그때 동호회 팀들과 맞붙으면서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도 깨달았고 그동안 정신 못 차리고 살았던 게 주전 센터로서 팀원들에게 미안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 앞으로 스쿱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팀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KUSF 우승입니다. 파이널 우승이 아니라도요. 양보해서 1,2차 예선 우승까지도 쳐주려고 합니다.
팀에게 바라는 점은 딱히 없어요. 지금 너무 잘해주고 있거든요. 굳이 말하자면, 지금처럼 열심히 해주는 것. 열심히 농구하고 열심히 같이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안성은 선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농구를 향한 그의 열정과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꺾이지 않는 투지와 끊임없는 생각으로 팀과 자기 자신을 이끈 그가 후일 체육 선생님으로서 어떻게 스포츠클럽을 이끌어갈지 기대된다.
소소한 질문 타임!
★ 끝내주는 공격 성공 vs 끝내주는 수비 성공
끝내주는 공격 성공. 끝내주는 수비는 몇 번 해본 거 같아요. 떡블락 같은 거요. 배구하듯이 블락 한번 하고 나면 훈련할 때는 쇼맨십으로 소리도 지르고 그러는데 그럴 때 기분이 참 좋습니다.
★ 멋진 플레이로 득점을 했다면 하고 싶은 세리머니는?
3점을 성공했다고 하면 어깨를 으쓱하면서 뒷걸음질 치고 싶네요.
세리머니 처음에는 꽤 했는데 요즘에는 민망해서 잘 안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전 풀쿼터 뛰어야 하니 체력 안배상 생략합니다.ㅎㅎ
★ 한 가지 능력만 가질 수 있다면? 골밑 마무리 vs 미들슛
골밑 마무리요. 센터가 골밑에서 찬스 났을 때 이지슛을 놓치면 준 사람도 저도 힘이 쭉 빠지거든요. 골밑 이지슛 안 놓치는 게 제 염원이자 평생의 숙제입니다. (골밑 이지슛 놓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하늘이 무너져요. 이 세상이 밉고…
★ 졸업하기 전에 가져 보고 싶은 타이틀은?
3점 라인 밖에서도 위협적인 센터
★ 전국대회 우승 1회 vs 전국대회 준우승 5회
우승1회. 대학 생활이 끝나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가장 큰 기억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아, 그때 우승했었지. 완전 짜릿했었지. 그렇게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 기억에 남는 같은 포지션의 상대가 있다면?
EFS 박여호수아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대학부에서 저보다 크거나 비슷한 사람이 딱히 없어요. 그런데 여호수아님이 키는 저랑 같으시지만 팔도 길고 탄력이 엄청 좋으시거든요. 리바운드를 할 때 처음으로 밀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대일을 할 때도 벽이 하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그 분과 매치업이 되면 더 긴장하
고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 가드와의 기억에 남는 매치업은?
풀코트에서 다른 팀 가드와 매치할 일은 거의 없어요. 훈련을 할 때 저희팀 회장인 수희와 일대일을 할 일이 가끔 있는데 붙어보면 정말 빠르다는 걸 느껴요. 눈 깜짝하면 제 뒤에 있거든요. 가드는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내 뒤를 이을 스쿱의 센터?
유예린 선수. 지금 스쿱 부회장을 맡고 있는데 키도 크고 아주 똑똑합니다.
★ 주장을 1년 더 해달라고 요청한다면 한다.(O/X)
X. 저는 한 사람이 주장을 오래 하는 건 그렇게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임원진 기간이 오래되면 동아리가 고여가니까 그전에 넥스트 제너레이션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새롭게 임원진을 맡은 친구들이 맡고 나서 책임감이 생긴 게 눈에 보여요. 그래서 넘겨주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 이건 내가 여대부 전체에서 제일 잘한다!
기죽지 않는 거. 저는 30점 지고 있어도 절대 기 안 죽어요. 그리고 상대방이 아무리 잘하고 그래도 그냥 시합 들어갈 때 자기 최면을 거는 것 같아요. 성은아 너가 제일 잘해. 너가 최고야,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