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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드리머 Oct 03. 2024

발리 숙소, 어디까지 가봤니?

직접 가본 곳만 말합니다


도시마다 다른 매력


 발리는 한 도시에서만 머물기엔 아쉬운 곳이다. 도시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 우리 가족은 다양한 숙소를 경험하며 발리를 더 깊이 느끼고 싶었다. 이전의 한 달 살기에서는 한 숙소에 머물렀지만, 이번에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여러 곳을 이동하며 지내기로 했다. 서핑의 천국인 꾸따를 시작으로, 럭셔리한 스미냑, 발리의 전통적인 매력이 살아 있는 우붓, 한적하고 평온한 사누르까지 순서대로 선택했다.

 

 발리는 저렴한 숙소부터 고급 리조트까지 선택의 폭이 매우 넓어, 각자의 취향과 필요에 맞춰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이번 여행의 인원은 엄마를 포함한 성인 3명과 아이 2명, '성인 3+아동 2'의 조합이었기 때문에 숙소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객실 두 개를 예약할 때는 커넥팅룸이 필요했고, 가능하다면 5명이 한 방에서 함께 지내고 싶었다. 비교적 긴 일정이었기에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숙박비는 하루 10만 원을 기준으로 정했다(2022년 7월 기준). 발리로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숙소 조합이 참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꾸따 호텔 1 


 코로나로 비행길이 열린 후 첫 여행이었다. 기대에 가득 차 있던 둘째는 긴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호텔 방에 들어서자마자 "호텔이 왜 이래?"라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우리가 묵었던 호텔들에 비해 규모나 시설이 다소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가족들 역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살짝 실망한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우리 가족이 아이들과 함께 처음 묵어보는 3성급 호텔이었다. 호텔이 다소 연식이 있어 보이긴 했지만 깔끔했다. 무엇보다 객실 2개와 5인 조식을 포함해 1박에 11만 원이라는 점에서,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나로서는 발리 여행이 시작됐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사실, 호텔의 컨디션보다는 '내가 지금 발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는 더 중요했다. 호텔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서였는지, 침대 상태도 생각보다 괜찮았고, 잠자리에 예민한 내가 머무는 내내 꿀잠을 잘 수 있었던 점이 큰 만족감을 주었다. 다음날 아침에 방으로 배달해 주는 조식을 먹고 나서 아이는 "이 호텔 괜찮네~"라며 마음에 들어 했다. 꾸따비치에서 도보 3분(230m) 거리에 위치한, 아담한 수영장이 있는 호텔이었다. 객실 1은 킹사이즈 침대 1개, 객실 2는 싱글 침대 2개가 연결된 구조였다. 가성비 좋은 숙소를 찾는다면 추천할 만하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 동양인은 우리 가족뿐이었고, 한국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https://maps.app.goo.gl/Ps1jztQShrTkWbrJ6




꾸따 호텔 2

 

 우리가 머물던 호텔에서 도보 7분 거리에 '초등학생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호텔이 있었다. 오기 전에 그 호텔의 사진을 미리 봐서인지 눈앞에 계속 아른거렸다. 그 수영장은 규모도 크고 다양한 놀이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아이들이 정말 신나게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아이들이 현재 호텔의 작은 수영장에서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도, 큰 호텔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었다. 수영장이 조금 작다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전혀 불만 없이 즐기고 있었다. 그래도 그 유명한 호텔에 가면 얼마나 더 좋아할지 상상하며 기대가 커졌다.


 남편과 산책을 하던 중 그 호텔의 로비에 들러 수영장 이용에 대해 물어보았다.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에 상관없이 수영장은 아침부터 밤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1박만 하면 2일 동안 수영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말에 바로 예약을 결정했다. 아침 일찍 조식을 먹고 수영복을 입은 채 가운만 걸치고 하드록 호텔로 갔다. 엄마와 아이들은 수영장으로 바로 입장하고, 우리 부부는 얼리 체크인을 부탁한 뒤 짐을 맡겨두고 함께 물놀이를 즐겼다. 엄마는 이 호텔에서 생애 처음 수영장에 들어가셨고, 나도 엄마와 함께 물놀이를 하게 되었다. 생애 첫 모녀간의 물놀이라 더욱 뜻깊었다. 다음 날도 아침부터 오후 4시까지 하드록 호텔의 수영장에서 신나게 시간을 보내고, 가운을 입고 숙소로 돌아갔다.



https://maps.app.goo.gl/Ed1ufuRbbCCGAXaw8


** 호텔 예약 팁 **


 그동안 숙소를 예약할 때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항상 무료 취소 옵션을 선택했었다. 그런데 현지에 이미 와 있는 상황이라면,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말을 제외한 평일 + 환불 불가' 옵션을 선택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마지막 일정이었던 사누르 호텔도 무료 취소 옵션으로 했던 것을 취소하고, '환불 불가' 조건으로 다시 예약해 약 20~30만 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었다.




스미냑 풀빌라 


 신혼여행 때 처음으로 '풀빌라'라는 곳에 가봤다. 아무도 없는 우리만의 공간에서 느낀 안정감과 해방감은 정말 특별했다. 그래서 이번 발리 여행에서는 엄마와 아이들에게도 그 특별한 경험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남편은 식탁에서 업무를 보다가 오후가 되어 날씨가 더워지면 아이들과 수영을 즐긴 후 다시 일을 하기도 했다. 남편은 "신선놀음이 따로 없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주방이 있어서 엄마가 준비해 온 장조림, 오징어채, 김치볶음을 반찬으로 직접 밥을 해서 먹었는데, 그 순간은 마치 진수성찬을 먹는 것 같았다.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풀빌라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픈된 주방과 거실이 보였고, 큰 소파와 식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당에는 우리 가족만을 위한 프라이빗한 수영장이 있었다. 사진처럼 방들이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엄마는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수영 발차기를 배우고, 함께 물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 거실 소파에 모두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간식을 나눠 먹던 순간들이 떠오르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풀빌라에서 가족이 함께 보내며 웃고 떠들던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https://maps.app.goo.gl/TJ8Y4uYAV3xeMhDY9




우붓 호텔 


 발리에 가기 전, 가장 기대했던 곳은 바로 우붓이었다. 이전에 친구와 여행으로 왔을 때 우붓에서 봤던 공연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가족들에게도 그 멋진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발리 우붓만의 독특한 감성을 함께 느끼며 공유하고 싶었다. 저녁마다 열리는 공연 스케줄도 미리 확인해 두었고, 엄마와 함께 우붓의 유명한 요가원에 가보려는 계획도 세웠다. 요가 후에 방문할 근처 맛집들까지 모두 저장하며 엄마와 둘만의 데이트를 상상했다. 우붓 특유의 평온함과 예술적인 분위기를 가족들도 느낄 수 있길 바라며, 이 여행이 특별한 추억으로 남기를 기대했다. 내가 느꼈던 그 특별한 경험을 가족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했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객실 2개로, 객실 1에는 퀸사이즈 침대 2개, 객실 2에는 퀸사이즈 침대 1개가 있었다. 커넥팅룸은 아니었지만 바로 옆방으로 예약했으며, 예상보다 공간이 훨씬 넓고 발코니에서 보이는 정글뷰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우붓을 하루 만에 떠나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문제였다. 인터넷이 안 된다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큰 혼란이 찾아왔다. 이 문제로 호텔 측과 번역기를 사용해 가며 한참을 논의한 후, 결국 인터넷 문제는 호텔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1박만 하고 숙소를 떠나기로 했다. 또한, 우리가 오기 며칠 전에 우붓에서 지진이 있었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우붓에서 다른 숙소를 찾기보다는 사누르로 일찍 이동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https://maps.app.goo.gl/THMtSRUSH4K8aocM6




사누르 호텔 


 우붓의 호텔 문제로 인해 계획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 곳이 바로 사누르였다. 처음 방문한 사누르는 발리의 여러 지역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되었다. 사누르는 북적이는 관광지와는 달리, 한적하고 고요한 매력이 있어 가족들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가장 오래 머물렀기 때문인지, 그 어떤 관광지보다도 사누르에서 매일 걷던 길이 가장 그리울 정도로 기억에 오래 남았다. 또한, 매일 수영장에서 만난 호주 가족의 외동딸과 우리 아이들이 친해져 함께 노는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이 작은 만남은 우리 가족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영어로 외국인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고 이후 쿠알라룸푸르에서 영어 캠프를 경험하게 되었고, 지금은 치앙마이 국제학교에 다니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때의 특별한 만남이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셈이다.


 우리가 머물렀던 호텔 중 유일하게 복층 구조였던 곳으로, 1층에는 킹사이즈 침대 1개가, 2층에는 싱글 침대 2개가 있었다. 넉넉한 크기의 수영장이 2개 있었고,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야외 공간도 있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만, 냉장고가 작고 조명이 어둡다는 단점이 있어 로비에 요청해 플로어 스탠드를 빌려 사용했다. 커넥팅룸보다 복층 구조로 한 공간에서 가족 모두가 함께 머무는 것이 훨씬 안정감이 있었고, 조식도 아주 훌륭했다. 장기간 머무르다 보니 세탁기가 없다는 점이 불편했지만, 근처 빨래방과 왓츠앱으로 연락해 로비에 맡겨두면 픽업해 가고 배달해 주는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러한 소소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사누르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가장 특별한 기억을 남긴 곳이었다.



https://maps.app.goo.gl/x6fQDHduM8aCaMss8




여행의 깨달음


 발리에 가기 전에 다양한 숙소를 경험하는 것이 기대되었지만, 매번 짐을 싸고 푸는 일은 상당히 귀찮았다. 특히 그 일이 모두 내 몫이었으니 더 힘들었다. 그러나 지나고 나니, 덕분에 우리 가족이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과 중요한 요소들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크게 불편하게 느꼈던 것은, 스미냑의 풀빌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숙소에 주방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요리까지 하지 않더라도 라면이나 간단한 과일을 먹을 때마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설거지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으며, 주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매 끼니마다 밖으로 나가 외식하는 것도 생각보다 번거로웠고 상당히 불편했다. 이제 우리 가족에게 여행 중 주방은 필수 요소가 되었다. 세탁기는 빨래방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직접 방문해 해결할 수 있었지만, 와이파이 상태는 미리 여행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호텔 숙소를 저렴하게 예약하는 방법도 이번 여행에서 터득하게 되었다. 오랜 기간 같은 호텔에 머물 경우 매일 조식을 신청하는 대신, 조식 쿠폰을 숙박일보다 적게 받아 사용하는 것이 지루함을 피하는 좋은 방법이었다. 또한,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 가족은 주방이 있는 숙소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식탁에 둘러앉아 나눈 대화 속에서 우리는 단순한 여행 그 이상의 깊은 유대감을 쌓았고, 이런 작은 순간들이 우리에게 더 큰 의미로 남았다. 그 소소한 일상 속에서 오히려 더 깊은 추억이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이런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길 것이다. 다음 여행에서도 함께 음식을 나누며 웃고 떠드는 특별한 순간들을 기대하게 된다. 그때도 우리가 함께라면 어떤 장소에서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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