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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행이 쌓이는 날”

살게하는 이유

by 으랏차차 내인생

“작은 선행이 쌓이는 날”


오늘은 유난히 힘든 날이었다.

누구나 그런 날이 있지 않나.

별일 없었는데도 이유 없이 지치는 날,

그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날.


나도 꽤 단단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 단단함이 조금씩 부서지는 기분이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고 싶었고, 사람을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하루 종일 버티다시피 하면서 움직였고, 집에 가는 길엔 온몸이 무거웠다.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계단 위에 서 있는 할머니 한 분이 보였다.

커다란 짐을 두 손에 꼭 쥐고, 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모습.

그 장면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잠시 고민했다.

‘나도 힘든데… 그냥 갈까?’


오늘 하루가 유독 버거웠기에, 나 자신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몸과 마음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로 하루가 더 힘들어지진 않겠지.’


그래서 결국,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할머니, 제가 도와드릴까요?”


할머니는 순간 놀란 듯 나를 바라보시다가, 이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고마워요.”


그 짧은 순간, 나도 모르게 같이 웃게 됐다.

내가 할머니의 짐을 들어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생각이 비워지는 기분이었다.

잠깐이지만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짐을 다 내려놓고 할머니가 다시 한 번 “정말 고맙다”며 손을 꼭 잡으셨다.

그 따뜻한 손을 느끼는 순간, 오늘 하루가 아주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았다.

할머니의 미소를 보며 다시 한 번 확신했다.

‘아, 그래도 도와드리길 잘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작은 순간들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다.

큰돈을 벌거나,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 않아도,

살면서 이런 순간들이 하나둘씩 쌓이면 결국 나에게도 좋은 기운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사람에게 상처받고, 돈에 휘둘릴 때도 많지만,

그래도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것 같다.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작은 선행.

이런 순간들이 모이면 언젠가 나에게도 선물처럼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믿음.


그래서 오늘도 그렇게 살아보려고 한다.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이런 하루들이 모여 내 삶을 조금씩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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