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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년차 직장인 Jun 18. 2024

1. 글 쓰는 재주가 좀 있던 어린 시절


8편까지는 기자가 되기까지 말 많고, 탈 많던 나의 역사를 풀어보고자 한다.


남들과 비교해 참 가진 재주 없이 태어났다는 생각을 해왔다. 체육을 좋아했지만 운동회 계주는커녕 손등 도장과 공책 한 권 받아 본 적 없다. 남다른 손재주도 없었다. 오히려 부족했다. 90년대생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뜨개질, 십자수, 스킬 등도 어느 하나 제대로 완성해 본 기억이 없다. 중학교 가정 실습 시간에 반바지를 만드는 수행평가를 했었는데 당시 선생님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남학생보다 못하는 애는 네가 처음이다


지금이야 바느질에 남자, 여자가 어딨겠냐 하겠지만 그 시절엔 그랬다. 여학생이라면 어지간히 기본은 할 줄 안다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못하니까 안 하겠다고 하면 선생님도 속 편하겠지만 흥미 때문인지, 혹은 자존심 때문인지 그 와중에 남들보다 열심히 하는 내 모습을 안타까워하셨다. 결국 그 노력이 가상해 기본보단 조금 높은 점수를 주셨던 기억이 있다.


다룰 줄 아는 악기도 하나 없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배워볼 기회가 없었으니 계이름이라도 아는 게 어디냐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나중에야 깨달았지만 기회의 문제가 아니었다.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우는 리코더나 단소도 익히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게다가 같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나의 동생들은 리코더나 단소는 물론이고 오카리나까지 독학으로 익힌 걸 보면 그냥 내 능력 부족임이 분명하다.


이런 나에게도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나름 잘하는 게 하나 있었던 모양이다.


 '글쓰기'


사실 '나는 글쓰기 능력이 뛰어났어'라는 기억은 없다. 엄마나 아빠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와 추억 상자 속에 묻어 둔 케케묵은 몇 장의 상장들을 통해 '그랬었구나'라고 새로운 기억 조각을 만들어 맞춰나가는 것뿐.


그 시절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교내 행사가 참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백일장, 글짓기 대회다. 5월에는 가정의 달 기념, 6월에는 국가보훈의 달 기념 등 학교는 갖가지 이유를 붙여 행사를 만들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모두 글을 써야 했던 거 같다. 나라고 다를 리 없었다.


다소 아름답지(?) 않은 참가 배경과 달리 결말은 썩 나쁘지 않았다. 쓰라고 했기 때문에 써야 했던 글들은 입상이라는 기대 이상의 결과값을 낳았다. 평소 독서는 필독독서를 채우기 위한 의무감에 등 떠밀리듯 하고, 일기도 숙제라는 이유로 마지 못해 너다섯줄 써가던 내게 이러한 일이 종종 있다 보니 부모님께선 글을 좀 쓰는 구나라고 생각했더랬다.


그렇게 나는 '글쓰는 재주가 좀 있는 아이'가 됐다.


*오로지 글쓴이 기억에만 의존해 작성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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