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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년차 직장인 Jun 21. 2024

2. 내 꿈은 꽤 오래 전부터 '기자'였다.

 

학창시절 성적표

2024년 6월 현재 나는 n년차 기자다.


언제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굳이 기억해 내려고 애쓰진 않았다. 'When(언제)'보다는 'Why(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때, 정말 우연한 계기로 내 꿈의 시작점을 알게 됐다. 그것은 친구 따라 재미로 떼 본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였다.


생기부에 적힌 나의 진로희망은 1학년 방송기자, 2학년 광고기획자 혹은 기자, 3학년 광고기획자였다. 부모님의 진로희망에는 1학년 중등교사와 기자, 2학년 방송기자, 3학년 방송기자였다.


광고기획이라는 꿈이 있었다는 건 알았지만 내가 기자가 되고 싶었다니. 게다가 재미로 SNS에 올린 생활기록부를 본 동창이 남긴 댓글은 나를 더욱 놀랍게 했다.


나도 기억해. 너 기자 하고 싶었다는 거


내 꿈이 기자였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확실한 건 기자는 내가 상당히 오래전부터 바라왔던 장래희망이었다는 거, 그 시절 주변에 알릴 만큼 바랐던 꿈이었단 거다.


When에 대한 답은 찾았다. 그렇다면 Why, 왜 하필 기자였을까.


기자가 되고 싶었단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데 이유를 알리 만무하지 않나.


다만 취업을 준비할 때 '왜 언론사에 지원하셨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준비한 나의 답은 기억난다.


보통 누군가 '왜 기자가 되셨어요'라는 물음에 나는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라고 대답한다. 면접에서도 이 한 문장을 300자 내외로 풀어 설명한다.


이러한 답에 대한 다음 질문은 대체로 아래와 같다.


글 쓰는 직업이 꼭 기자만 있는 건 아닌데, 왜 하필 기자예요?


솔직한 내 마음은 별 이유 없었다. 모든 선택에 반드시 특별한 이유가 따르는 건 아니니까.


그저 멋있어 보였다. 일반 회사원이라면 불가능한, 기자 타이틀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거 같았다. 남들이 모르는 걸 내가 가장 먼저 알았을 때, 그것이 무언가 작은 변화를 일으켰을 때 오는 성취감과 짜릿함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었다.


생계를 생각하면 돈도 포기할 수 없었다. 반드시 안정적인 월급이 필요했다. 그래서 책 혹은 드라마나 영화 시나리오 집필은 선택에서 배제됐다.


성공하면 큰돈을 벌고 유명세도 타겠지만 그러지 못했을 때 미래가 불투명했다.


그래도 기자는 어딘가 소속돼 글 쓰고, 따박따박 월급 받으며 부유하진 않아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단하진 않지만 기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분명했다.


'학창 시절 제 장래희망은 기자였고요, 열심히 노력한 끝에 그 꿈을 이뤘습니다'라는 아름다운 과정은 아니다.


그럼에도 어쨌거나 나는 지금 꿈을 이룬 사람이 됐다.  


그래서 꿈을 이뤄 행복하냐고?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니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누구나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것으로부터 얻은 만족감은 상당하다. 그것은 행복으로 귀결됐다.


다만 내가 동경한 기자로서의 삶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은 컸다. 그 괴리감은 해를 거듭할수록, 경력이 쌓일수록 커져가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행복과 동떨어지기도 한다.


행복의 기준선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는 끝나지 않을 듯하다.


*오로지 글쓴이 기억에만 의존해 작성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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