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이슈(전세사기...가 아니길 바라는)로 업로드가 많이 늦어졌어요. 인생은 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지....늦어진 만큼 이번엔 두편을 한번에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언론계에는 돌연변이가 많다. 예를 들어 카이스트에서 항공우주학 박사를 수료하고, 회사 재직 중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MBC 오승훈 아나운서 같은 사람 말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다.
본인은 이공계 전공자다.
전편에서 언급했듯 나와 부모님은 기자가 되길 바랐고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하길 희망했다. 지금이야 현업에 있어보니 전공이 크게 의미 없다는 걸 알지만 그때의 나는 '기자=신문방송학, 문예창작, 국문학'을 당연한 공식처럼 여겼다.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문•이과 선택의 갈림길에서 한치의 고민 없이 문과를 택했다.
문과생에겐 국어(언어), 영어(외국어), 사탐이 가장 중요한 과목이다. 하지만 문과생인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수학'이다.
그 시절 문과에서는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많았다. 수학 시간이면 몰래 다른 과목 공부를 한다거나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친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수학 성적 없이도 갈 수 있는 대학과 학과의 범위가 넓었기 때문이다.
최상위권 대학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그저 그런 내 성적에 맞는 대학들 역시 수학 등급은 합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수학을 열심히 공부했고, 성적도 상위권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수학에 애정을 쏟을 동안 정작 나에게 필요했던 국어, 영어, 사탐과는 점점 멀어졌다. 당연히 성적은 학년을 거듭할수록 떨어졌다.
대학 합격 가능성을 키우려면 수학 성적이 필요했고 어쩔 수 없이 수시도, 정시도 교차지원을 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수능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지금까지 수학을 가장 좋아했다고 말한 게 무색하게도 수능 성적은 언어영역이 가장 좋았다. 자신 있던 수리영역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았다. 물론 상대적으로 잘했다, 못했다는 거지 전체적으로 형편없는 등급이었다.
어쨌거나 내 성적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은 내신 수학 반영 비율이, 수능은 언어영역 반영 비율이 높은 것이었다.
게다가 지방대와 전문대는 안 된다는 부모님의 조건과 현역으로 끝내고 싶다는 내 욕심까지 더해지니 원하는 학과를 입 밖으로 내는 것, 아니 고민하는 것조차도 낯부끄러웠다.
문과스럽지도, 이과스럽지도 않은 이 괴기스러운 성적 조합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과연 대한민국에 있을까 싶었다.
뭐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조건에 딱 들어맞는 학교가 있긴 있었다.
사실 부모님께서는 1년 더 공부해 내가 원했던 학과에 , 솔직히는 좀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하길 바랐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이었기에 고심 끝에 꺼낸 말씀이란 걸 안다. 당신들보단 좀 더 나은 삶을 살길,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하길 바라셨을 거다.
하지만 그 마음을 전부 헤아리기엔 나는 어렸다. 아니 철딱서니가 없었다. 대학생활을 즐기는 친구들을 보면 공부에 집중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공부해 현역 때보다 얼마나 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을까 스스로에 확신하지 못했다.
어차피 꿈은 꿈일 뿐이고, 뭐든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면 잘하면 된다'고 굉장히 뻔한 말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어쩌면 앞으로 밥벌이가 될지 모를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했던 생각치곤 참으로 안일했다.
그렇게 이공계에 진학했다.
바득바득 우겨 한 입학이었는데, 나에게 대학생활 4년은 뒤늦게 찾아온 지독한 사춘기였다.
*오로지 글쓴이 기억에만 의존해 작성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