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대학, 원했던 학과는 아니었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나 하나뿐이었을까.
이공계면 졸업 후 취업 못해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내심 갈팡질팡하던 마음을 다잡았다.
하면 될 줄 알았다. 이런 자신감이 파사삭 부서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 전공은 소프트웨어다.
컴퓨터로 하는 일이라곤 SNS나 포털 서치, 학교 과제 등이 전부였던 내가 프로그래밍, 통신, 보안을 학습한다니.
어느 과목 하나 쉬운 게 없었지만 특히 프로그래밍 강의는 그야말로 지옥 같았다.
프로그래밍은 처음부터 끝까지 실습 중심의 강의인데, 영문 타자 속도가 100도 채 나오지 않는 나에게 강의 내용을 이해할 여유 따윈 없었다.
수업 1분 1초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학기 내내 계속됐다. 하지만 출석이라도 해야 중간은 갈 수 있었기에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그 덕에 겨우 중간은 갔다. 'C언어는 C+이라 C언어다'라는 구전의 주인공이 됐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1학년, 2학년을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다 보니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어찌어찌 동기들의 꽁무니를 쫓을 순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회의감이 몰려왔다. 대체 이렇게 해서 남는 게 뭘까 싶었다.
결국 나는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결정했다.
21살이면 무엇이든 새로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이기에 다시 한번 꿈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아예 아니라곤 할 수 없지만 현실을 피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는 게 사실이었다.
당시엔 여기만 아니면 다 괜찮을 거 같았고, 편입을 수단 삼아 탈출을 시도했다.
*오로지 글쓴이 기억에만 의존해 작성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