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생활 경험담을 풀고 싶었는데 취업까지 서사가 생각보다 길다. 다음 편부터는 가능할지도?
졸업작품을 준비하며 '이 길이 내 길이 맞나'에 대한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그 고민이 휴학으로까지 이어졌지만, 다른 선택지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
취업에 도움 될만한, 이력서에 한줄 넣을 자격증을 준비하기로 했다. 준비할 수 있는 자격증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많았다. 혼자서는 무리라고 생각해 학원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당시엔 일정 기간에 맞춰 커리큘럼을 짜주고 그에 맞는 강의를 제공해 주는 전문학원이 있었다.
나는 종로에 위치한 유명 학원 한곳을 방문했다.
학원에선 나에게 1년짜리 과정을 추천했다. 자신들이 짜준 커리큘럼을 이변없이 따라주면 1년간 4~5개의 자격증을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500여만원. 내 첫 등록금+입학금 수준의 금액이었다.
우선은 생각해 보겠다고 발길을 돌린 나의 뒤로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라는 강사의 외침이 울렸다.
동행해준 친구와 광장시장으로 향했다. 전에 막걸리를 기울이다 왈칵 눈물을 쏟았다.
어떤 감정이었는지 어렴풋하지만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 막막함 등 복합적인 감정이었을 거다.
집으로 돌아와 학원에서 받아 온 홍보 책자를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 당시 친척들의 도움으로 부모님은 식당을 시작하셨고, 덕분에 집안 경제 사정이 이전보다는 안정적이었다. 그렇다고 500만원 학원비가 부담스럽지 않은 건 아니었다.
'들인 돈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자격증만 있으면 취업은 되는 건가', '회사는 계속 다닐 수 있을까' 오만가지 걱정을 했다.
무엇보다 잘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아닌 나를 견디기도 힘들었다.
결국 그 학원엔 가지 않기로 했다. 동시에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것 또한 포기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굳힌 후 왠지 모를 후련함은 있었지만 막막함은 배가 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얼 하고 살아야 할까'라는 다음 스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몇 주를 고민한 끝에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내 눈에 들어온 건 방송작가 아카데미였다.
당시 나는 기자가 되려면 소위 말하는 '언론고시'를 거쳐야 하고, 학벌도 중요하다고 알고 있었다. 그저 그런 대학에 전공도 언론과 전혀 상관없는 나에겐 당장의 현실에선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방송작가는 차선책 같은 거였다. 물론 방송작가가 더 쉽게 될 수 있다 이런 의미가 아니다. 현업 종사자로서 온라인 매체 기준 기자 진입장벽이 훨씬 더 낮다.
방송작가라면 글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기자가 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니까.
찾아보니 아카데미를 통해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더라. 그렇게 MBC 방송작가 아카데미에 지원하게 됐다. 서류를 통과해 2차 대면 면접을 갔다.
면접이라기보다는 사실 학원 설명회 들으러 가는 거나 다름없었다.
아카데미에서 어떤 과정을 이수하고 취업은 어떤 식으로 연계되며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관한 내용을 안내해 주는 자리였다.
그날 들은 얘기를 대충 요약하면 '반년 동안 그냥 죽었다 생각해야 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낼 것이다', '방송작가 대부분은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첫 취업은 연결해 주지만 그다음은 알아서 일을 구해야 한다', '비용은 300만원 선이다' 정도다.
내용이나, 비용 모두 이전에 상담받은 IT 자격증 학원 때보다는 만족스러웠기에 등록을 결심하고 그곳을 나왔다.
그리고 그날 밤 부모님의 가게 일을 돕고 엄마와 함께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길에 슬쩍 학원 얘기를 건넸다.
내 얘기를 들은 엄마의 대답은
학원비는 이제 원하면 지원해 줄 순 있어. 근데 그게 진짜 네가 하고 싶었던 게 맞아?
엄마의 한마디는 내 고민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오로지 글쓴이 기억에만 의존해 작성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