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뭐 하는 분이신지 좀 말해주시겠소?”
“나는…… 그냥…… 사람입니다.”
“딱히 사람이 아닌데. 사람 비슷한 건 신발밖에 없어요.”
“어디서 오는 길이오?”
“저 위에서요.”
“나리는 뭐로 돼 있습니까?”
“나는…… 아주 가벼워요.”
“내 말은, 당신 육신이 어떤 재질로 구성되었느냐 그 말이오, 뭐죠?”
“연기요.”
“나는…… 아주…… 가벼워요.
그래요, 아주 가벼운 사람입니다.”
“내 아래로는 늘 장작이 타고 있었습니다. 가느다란 불길이 끊이지 않고 말입니다. 한 줄기 연기가 내가 있던 굴뚝까지 올라왔지요. 언제 생각할 줄 알게 됐는지, 알고 이해하는 기능이 생겼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그저 존재하기 시작했고, 점점 내 존재를 깨달았고, 들었고, 이해했고,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알 수 없는 노랫소리, 똑같게 들리는 목소리를 들었어요. 내 아래에 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존재들이 있구나,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하나의 생명임을 느꼈지요.
불은 끊임없이 타올랐고 뜨거운 연기가 올라와 내 생명을 키워주었지요. 난 이제 사람이었습니다.
“은행가 로델라입니다.”
“귀하께서 우리 도시에 왕림하셨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곧바로 서둘러 왔습니다. 귀하께 경의를 표하고, 제 말씀도 들어주십사 청할 겸 해서 왔습니다.
귀하가 뭐 하나 없이, 그저 대단히 멋진 장화만 신고 도착하셨다고도 들었습니다.”
“이겁니다.”
“상당히 좋습니다. 귀하가 원하시는 대로 제 돈을 마음껏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단지 귀하만을 위한 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함께 수행할 소중한 사업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요?”
“물론입니다.”
“나는 연기일 뿐인데…….”
“바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심장을 찾는다는 것
“당신은 당신이 사랑한 적 없는, 사랑할 수 없었던 여인 앞에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 인간이 태어날 때 내부에 다른 사람의 심장도 지니고 있음을, 어린 소녀가 청년의 심장을 지니고, 청년이 어린 소녀의 심장을 지니고 있음을 압니다. 우리는 세상을 통과하면서 마치 굶주린 자가 빵 한 조각을 찾듯이 우리의 심장을 찾고 또 찾습니다. 그렇게 방랑하다가 제대로 된 소유자를 찾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그와 만났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세상 겉모습에 속아 넘어가고, 품었던 희망에 배신당합니다.
우리가 마침내 서로의 심장을 나란히 놓았을 때, 우리가 발견했던 건 우리 것이 아님을,
정확히 말해 다른 사람의 심장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게 됩니다.
나는 나의 심장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더는 찾지 못할 그 사람의 심장을 아직도 쓸데없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심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결속돼 있습니다. 또한 내가 갖고 있지 않았던 그의 심장을 그에게 줄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그를 찾으러 애태우며 돌아다녔습니다.
어디에 있을까요? 아마도 죽었을까요? 사람들이 어디에 그를 숨겼을까요? 그는 나의 불쌍한 심장을 어디에 두었을까요? 나는 불쌍한 내 심장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이제 마음을 붙일 곳이 없습니다. 이미 사랑의 무거운 짐을 지고 이 집 저 집으로 방랑하고 있습니다. 그도 나처럼 고통스럽게 헤매고 있겠지요.
그는 어디서 찾나요? 나는 어디서 찾나요? 우리는 왜 만날 수 없는 거죠? 누가 내 심장을 갖고 있나요? 누가 내 심장을 훔쳐갔나요? 내 심장을 간직하고 있는 당신을 언제 만날 수 있는 건가요?”
“불쌍하다!”
“불행하다!”
“버림받았어!”
“저 가련한 사람이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출처: 연기 인간 | 알도 팔라체스키 저/박상진 역
올해 읽은 소설 중 가장 강렬하고 심플한 방법으로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는 글이었다. 태어나면서 타인의 심장을 가진 인간들은 나의 심장을 간직한 그 혹은 그녀를 찾아다니다 결국 찾지 못한 채, 혹은 뒤늦게 아님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는 존재인 것을.
어딘가에서 심장을 찾아다니는 그대에게,
지금 소유하고 있는 나의 심장은 당신에게 드리리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