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독후감/불변의 법칙(Same as Ever)
아마존 창업자 제프베조스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한다고 한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신한다고 한다.
"10년 뒤에도 고객들은 '낮은 가격'과 '빠른 배송'을 원할 것이다.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Same as Ever)'이라는 책을 읽었다.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23가지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오늘은 그중에서 인상 깊게 본 내용들을 소개한다.
불변의 법칙: 리스크(위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나사(미국 항공 우주국)에서 개발한 우주복을 테스트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비행은 성공적이었고 우주복도 제 역할을 잘 해냈다.
조종사인 '빅터 프래더'는 지구를 향해 하강하면서 숨을 쉴 수 있는 고도에 이르자 신선한 공기가 마시고 싶었졌다. 그는 헬맷의 안면 보호용 유리를 열었다.
그는 예정대로 바다 위에 착륙했다. 하지만 작은 사고가 생겼다. 헬리콥터로 올라가는 줄을 붙잡다가 미끄러진 것이다. 물론 나사는 이런 리스크에 대비했다. 우주복은 방수기능이 있고 물에 뜨게 설계한 것이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다. 빅터는 아까 신선항 공기를 마시기 위해 헬맷의 안면 유리를 열어놨다. 결국 우주복 안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는 익사했다.
나사는 지구상에서 가장 계획적이고 철저한 조직이다. 인간을 우주로 보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나리오와 리스크를 계산했을까? 그럼에도 작은 행동이 모든 계획을 무너트렸다.
"당신이 모든 시나리오를 남김없이 고려했다고 생각한 후에 남는 것이 리스크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비한 후에도 발생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리스크다.
즉, 리스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리스크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니 리스크를 예상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지 말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생할지 누가 알았는가? 갑자기 한국에서 연쇄 칼부림 사건이 발생할지 누가 알았는가? 세상은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 차있다. 리스크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투자에서도 일정 현금 비중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불변의 법칙: 모든 일에는 적절한 규모와 속도가 있다.
남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 내 주식수익률을 빠르게 늘리고 싶다. 지금 내 사업 규모를 2배로 키우면 더 좋지 않을까?
우리는 뭔가 괜찮은 것을 발견하거나 작은 성과가 보이기 시작하면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뭔가를 지나치게 밀어붙이고, 결과를 빠르게 얻으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적절한 규모와 속도가 있다. 지나치면 역효과가 돌아올 수 있다.
이는 주식 투자에서도 적용된다. 주식은 장기적으로는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만, 보유자가 빨리 수익을 내려고할수록 손실을 안겨준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 주식 시장에서 보유한 기간에 따라 플러스 수익률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10년 이상 주식을 보유하게 되면 수익을 볼 확률은 88%~100%로 증가한다.
즉, 10년 이상 투자기간이 적절한 속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투자기간을 짧게 압축하려 하다가 손실을 본다.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 있다면 2가지다. '인내심'과 '희소성'이다.
인내심이 있어야 적절한 규모와 시간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희소성이 있어야 그것의 소중함을 느낀고 감사한다. 그것이 일이든 투자든 사랑이든지 말이다.
불변의 법칙: 상처는 아물지만 흉터는 남는다
이것은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어떠한 나쁜 일이든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하지만 흉터는 남는다.
인간은 고난과 역경을 겪은 후에 다시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회복한다. 하지만 그 흉터는 인간의 가치관, 목표, 마음가짐을 바꿔놓을 수 있다.
파블로프는 개가 침을 흘리도록 훈련한 조건 반사 실험으로 유명하다. 우리에게 친숙한 '파블로프의 개'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24년 대홍수가 일어난다. 파블로프의 연구실을 휩쓸었고 많은 개 우리가 물에 잠겼다. 일부 개는 익사했고, 어떤 개들은 헤엄쳐서 살아남았다. 그런데 홍수 이후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개들이 더 이상 종소리를 듣고 침을 흘리지 않았다. 학습된 행동을 잊어버린 것이다. 파블로프는 이러한 반응에 관해서 이렇게 적었다.
"소리를 들려줬을 때 조건 반사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개는 먹이를 거부했고 몹시 불안해하면서 계속 문만 쳐다 보았다."
상처는 아물지만 흉터는 남은 것이다. 흉터는 개들의 성격을 바꾸고 학습된 행동을 변화시켰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대공황시대를 경험한 세대는 돈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다를 것이다. 열심히 저축하고 빚을 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으며, 좀 더 보수적으로 재무관리를 할 것이다.
코로나시대에 주식투자를 한 투자자들은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 돈이 복사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 않은가? "아니 저 사람은 왜 이렇게 나와 의견이 다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각기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자.
"저 사람은 어떤 경험을 했기에 저런 의견을 갖고 있을까?"
"내가 저 사람과 똑같은 경험을 했다면, 나도 저러한 의견을 갖고 있을까?"
즉,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의견 충돌은 사람들이 가진 지식의 차이가 아니라 경험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차이는 미래에도 여전히 다를 것이니, 의견 충돌은 언제나 일어날 것이다. 늘 변함없이.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그리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수록 불확실성이 증가한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앞만 보고 가는 것은 좋은 해결방법이 아닐 수 있다. 뒤를 돌아보자. 넓은 시야를 가지자.
역사를 돌아보면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을 찾을 수 있다. 즉, 역사를 알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든다.
변하지 않는 것들에 집중해 보자. 10년, 20년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행동에 집중해 보자. 그렇게 되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