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의 확보는 기초자산의 다양성만큼이나 토큰증권 시장의 성장성을 좌우한다. 아무리 상품이 좋아도 사 주는 사람이 없다면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국내에서 토큰증권이 금융시장의 외곽에 있었던 자산 위주로 상품화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자가 유입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이 커지기보다 기존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제로섬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조각투자 또는 토큰증권의 타겟층은 20~40대의 개인투자자이다. 금융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으면서, 디지털 플랫폼에도 크게 거부감이 없는 이들이 토큰증권 시장의 주력 투자자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기초 자산에 따라 투자층이 달라질 수 있는데, 부동산/미술품 등은 중장년층에 익숙한 자산이므로 음악저작권에 비해 투자자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MZ 중심으로 조각투자 빠르게 확산…‘뭉칫돈’ 몰리는 조각투자 스타트업들(The Stock, 2023.5.24)
기관이나 개인자산가들은 국내 조각투자에 소극적이다. 최근 청약을 마친 루센트블록의 조각투자상품은 100% 개인투자자들로 구성되었고, 법인은 참여하지 않았다.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하는 상장리츠와 차이가 있는데, 대규모 부동산에 주로 투자하는 리츠와 달리 조각투자는 아직 투자규모가 작고 안정성이 낮은 소규모 물건에만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금액별 투자현황이 공개된 열매컴퍼니(미술폼 조각투자)의 최근 투자게약증권 청약실정을 보면, 청약한도는 3천만원을 꽉 채워 신청한 투자자도 21명에 달해 기초자산에 따라 단위 투자금액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
[루센트블록 증권발행실적]
[열매컴퍼니 제2호 증권발행실적: 일반투자자 현황 *청약 1단위당 10만원]
조각투자, 일반투자자 한도 규제 얼마까지?(전자신문, 2024.9.22)
투자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는 것도 조각투자의 투자자 모집이 부진한 이유이다. 키움증권에서 집계한 조각투자의 수익률을 보면, 상장리츠, 배당주 등 기존 금융상품과 큰 차이가 없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에 투자자가 몰린 것은 주식/채권에 비해 월등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 내외의 솔리드한 수익률로 조각투자/토큰증권과 같은 익숙하지 않은 상품에 자금을 넣을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비상장주식, 부동산 개발사업처럼 대박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면, 토큰증권의 기초자산을 확대되더라도 투자자가 대규모로 유입되기는 어려워보인다. 암호화폐라는 '일확천금 상품'이 대안으로 존재하는한 더욱 그렇다. 암호화폐와 상장주식/채권 사이로 상품 포지셔닝이 가능하다면, 투자 포트폴리오의 한 섹션 정도로 자리잡는 것이 현실적인 최대 기대치일 수 있다.
남은 변수는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로 토큰증권에 투자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급성장하는 암호화폐 생태계의 자산운용 상품으로 토큰증권 시장이 성장할 수도 있다. 최근 미국의 토큰증권 거래소인 INX에는 엔비디아 주식이 토큰으로 상장되었다. 토큰증권 발행업체가 엔비디아 주식을 구매한 후 이를 토큰으로 발행한 것으로, 주식/채권 등 전통 금융상품의 토큰증권화가 허용된 미국에서는 암호화폐와 토큰증권 시장의 결합이 점차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토큰증권 상장...코인으로도 투자가능(마켓인, 2024.7.8)
"엔비디아를 왜 토큰으로 사?"...'토큰주식'거래가 가진 3가지 강점(마켓인, 2024.8.30)
물론, 암호화폐와 토큰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의 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발행사가 필요하다. 한국과 달리 전통 금융사들이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있는 미국이기에 가능해 보이기는 하지만, 디지털 세계의 화폐(암호화폐)와 투자처(토큰증권)의 결합이라는 면에서 이 둘간의 연계는 늦든 빠르든 현실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