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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사는 까만별
Dec 06. 2024
러다이트식 타자기
한 자 한 자 소음을 내며 진군하다
나팔수의 종소리에
글자는 다음 열을 센다.
그렇게 빽빽해진
언어의 군단들은
주인의 손에 말려
세상에 나왔다.
투박하고도, 성실한 군인들은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과의
최후의 전투를 준비한다.
수정액 대신 백스페이스를 누르고
나팔수의 호령 대신 엔터를 눌러가며
무소음의 전차는
군인들을 가볍게 즈려밟았다.
치열한 전투에는 잉크만이 검게 흐르고
살아남은 군인들은
사용자를 잃어
깨우는 이가 나타날 때까지
여름날에도 동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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