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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y Little Brand Dec 20. 2021

골목 안 작은 가게에 필요한 브랜딩

참치정육 참치치

*이 글은 https://everylittlebrand.com에 게재된 글입니다.
 웹사이트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저는 고기보다 회를 더 좋아합니다..! 수많은 육식파 분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하네요... 저는 고기 없이는 살아도 회 없이는 못 사는 해산물파에요. 그런 저에게 가끔 사람들이 물어보곤 합니다. '이거는 무슨 회야? 이건 무슨 부위고? 요즘은 뭐가 제철이야?'라고요. 하지만 부끄럽게도 저는 그런 질문에 한 마디도 대답하지 못합니다. 그냥 먹는 걸 좋아할 뿐 회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든요. 사실 다들 그렇지 않나요. 생선은 종류도, 부위도 너무 많고, 좋고 나쁨을 가려내는 것에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니까요.

  이렇게 회 이야기를 길게 한 까닭은, 참치회 전문점 한 군데를 소개할 계획이거든요. 그런데 'OOO 참치' 같은 사람 이름이 붙은 유명 브랜드가 아니고, (늘 그렇듯) 정말 작은 브랜드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저희 동네에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참치회 포장 전문점입니다. 그런데도 소개하는 이유는... 맛있어서... 만은 아니고! 작은 브랜드, 특히 작은 가게의 브랜딩을 계획하시는 분들이라면 참고할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작은 브랜드는 '참치치'입니다.


골목 안 작은 가게에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

  참치치는 서울 금호동에 위치한 작은 가게입니다. 정말 작아요. 그것도 골목길 안에 숨어 있어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죠. 이 작은 가게에도 '브랜딩'이란 게 정말 필요할까요? 브랜드 전문가 우승우 님의 책 '창업가의 브랜딩'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막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창업가들에게 있어서는 '브랜드 전략이 곧 사업 전략이다'라고. 그러므로 '우리가 누구?'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는 것이 곧 사업 전략이자 브랜드 전략이 되는 것이라고.

  이 이야기는 작은 가게 참치치에도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참치집'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둘 중 하나일 거예요. '실장님'들이 직접 나와서 횟감을 설명해주면 술 한 잔을 따라드려야 하는 고오급 참치집, 아니면 수족관이 앞에 나와 있고 광어나 우럭과 함께 참치회를 판매하는 흔한 동네 횟집. 참치치는 딱 그 중간입니다. 집 근처에서 고급 참치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포장 혹은 배달로 즐길 수 있는 곳. 그리고 참치에 곁들이는 식료품과 페어링 하기 좋은 와인, 전통주를 함께 추천받고 구입할 수 있는 곳. 여기까지가 '사업 전략'이라면 그걸 소비자들에게 드러내는 게 바로 '브랜드 전략'이 되겠죠.

  참치치는 먼저 가게 이름을 이렇게 붙였습니다. '참치정육 참치치'. 마치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 가듯, 참치회를 사가는 곳이라는 의미로 '정육'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겠죠. 붉은색 참치를 썰어놓은 듯한 로고도 단순하지만 참 재밌죠. 이 위트 있는 브랜드 이름과 로고를 통해 분명 어떤 소비자는 '이 가게가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곳이구나'라고 느끼게 될 거예요. 가게 인테리어도 마찬가지. 얼핏 보면 와인을 파는 '바틀샵'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무리 봐도 동네 횟집이라고 느껴지진 않죠. 참치회를 팔지만 흔한 동네 횟집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것. 이 지점이 참치치에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했어요.


친절함도 브랜딩이 될 수 있나요

  식당에 왔으면 이제 메뉴판을 열어봐야죠. 참치치의 메뉴를 살펴볼까요.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참치회는 부위도 다양하고 등급도 여러 가지죠. 그래서 참치집에서 주문을 할 때면 종종 멘붕에 빠지곤 해요. 반면 참치치의 메뉴는 아주 단순합니다. '고급참치'가 있고, 그다음엔? '고급참치치'와 '고급참치치치'가 있어요. 그리고 각 메뉴별로 몇 인분인지만 선택하면 됩니다. 그럼 주문 끝. 여느 참치집처럼, '소-중-대'로 쓰여있어서 뭘 시켜야 몇 명이 먹을 수 있는 건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실장님 스페셜' 같은 단어도 없네요. 하지만 메뉴를 고르기는 훨씬 더 쉬운 것 같아요. 아주 단순하지만 참 친절한 메뉴판이죠.

  또 하나 좋았던 건, 참치를 주문하면 이렇게 '부위별 설명서'가 따라온다는 점이에요. 부위별 사진과 이름, 한 줄 평, 그리고 맛/식감/지방 정도로 각각을 설명해놨어요. 예를 들면, '오도로'라는 부위는 '입에서 살살 녹음'이라고 설명하며, 맛은 '고소함', 식감은 '부드러움', 지방은 많은 편이라고 하네요. 참치 맛을 잘 모르는 누구나라도 이 정도로 친절한 설명이면 부위별 차이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부위를 찾아낼 수도 있겠고요. 역시 참 친절한 설명서입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친절한 것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어쩌면 그냥 사장님이 친절한 거겠죠. 하지만 세상에 친절한 사장님은 많습니다. 이 친절함이 사장님의 개인적인 성격이 아니고, 브랜드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 '친절함'이라는 '성격'을 브랜드 전체에 적용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모든 부분, 그러니까 메뉴판, 포장용기, 작은 인쇄물 같은 것들에 말이죠. 그럴 때 이 친절함은 우리가 흔히 아는 '브랜드 퍼스낼리티(Brand Personality'가 될 수 있습니다. 사장님이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할 수 없는 것들을 '브랜드'가 대신해주는 거죠.




  작은 가게에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를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수많은 가게 중에 우리 가게여야만 하는 이유를 말하기 위해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작은 가게의 독특한 성격을 균일하게 전달하기 위해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기획서의 용어로 하면, '아이덴티티(Identity)'와 '퍼스낼리티(Personality)'죠. 아마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이런 것들을 머릿속으로는 어렴풋이 정해놓고 가게를 여실 거예요. 그것들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조금 더 명확히 규정한다면. 각자가 생각하는 '작고 멋진 브랜드'에 조금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입에서 살살 녹는 '오도로'를 맛보며, 이런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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