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라는 연극을 보았다. 소설 내용도 잊어먹은 지 오래되었고. 장대한 대사를 마구 읊조리는데 잘 이해되지도 않고, 가는 귀도 먹어가는지 잘 들리지도 않는 악조건에서 봤다. 배우들 중에서는 감정이 격해져도 발음이 똑똑한 배우들도 있는데 그렇지 못한 배우도 있다. 배우 탓이야. 내 청력 탓은 아니라고 자위하며 봤다.
정동환 배우는 워낙 출중한 배우라서 압도적 연기를 펼쳤다. 49년생이면 75세인데. 얼마 전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본 신구와 박근형 배우도 대사 소화력이 대단한 배우들이다. 이름 있는 배우들은 나이를 먹어도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연극을 보고 나면 극의 재미도 있지만 그들의 열정에 항상 감동한다. 벌거벗고 맨몸에 페인트와 진흙을 붓는, 자기 신체를 기꺼이 극을 위해 바치는 열정에 감동한다.
그림을 보러 가면 그 한 장의 화폭에 얼마나 많은 시간 밤을 새며 그렸을까라며 또 감동하고. 영화관에 가면 배우와 스텝들의 피땀에 또 감동한다. 잘 만들었든, 못 만들었든 그걸 만드느라 얼마나 애썼을까라며...
덕분에 오늘 아침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전자책으로 질렀다. 요즘은 눈이 엉망이라 큰 글자로 봐야 한다. 최대치가 22포인트더라구. 연극을 보고 책을 읽으면 더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