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박수 칠 뻔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야쿠소 코지'의 클로즈업 화면에서 웃는 듯, 우는 듯하는 표정이 한동안 이어진다. 울다가, 웃다가, 그런데 표정이 크지 않다. 뭔가 많은 것을 깨달은 표정.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우리와 함께 공감이 되며 일치가 되는 표정.
'음, 그렇지? 그래. 알았지?'라고 말을 거는 듯한 표정. 그의 얼굴에 번지는 웃음과 울음을 보며 지금까지 영화가 달려온 앞부분의 이야기들이 다 정리가 된다.
그를 찾아온 조카, 어찌 보면 가장 하층민의 생활을 하는 화장실 노동자인 삼촌에게 의지를 하는 조카를 생각해보면 '그래도 잘못 살지는 않았다'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
또 같이 일하는 젊은 청소부가 일을 게을리하다가 관두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 또한 그의 선택.
주인공 '히라야마'는 카세트 테잎을 듣고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지만 카세트 테잎에서 나오는 음악으로 충분히 행복하고 필름 카메라로 일상을 기록하며 행복을 느끼는 삶에 충분히 만족하며 산다.
기사를 데리고 다니는 여동생은 자기 딸과 오히려 관계가 좋지 않다. 여동생의 딸, 즉 조카는 삼촌과의 일상에서 더 행복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조카에게 '너의 엄마와 나는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나 역시 항상 느끼는 바다. 최근 빵카로 이름을 날리는 이진숙의 세상과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고 내 아들과 나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각자의 세상에 성을 쌓고 산다.
그러다 신의 부름을 받거나 노화로 생명의 불이 꺼진다.누구나 생명의 불이 꺼지는 걸 알지만 더 많이 축적하려는 욕심을 떨칠 수가 없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정말 가진 게 없어 보인다. 가볍다. 언제든. 삶이 다하면 떠날 수 있는.
자식에게 더 많이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축적을 하고 있는 이 세상의 부모들. 결코 아침 햇살을 보며 미소 짓지 않는다.
오늘 또 나가서 정글에서 어떻게 버틸까. 지옥을 어떻게 견딜까를 고민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주인공 '히라야마'가 자주 사진을 찍던 숲 사이로 비치던 햇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코모레비',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이란 뜻이다. 삶은 그렇게 짧게 반짝이는 햇살과같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더 아름답고 소중하고.
암 선고를 받은 사람과 그림자 놀이를 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불쑥 찾아온 죽음을 보며 '히라야마'는, 또 우리들은 금방 햇살이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과 함께 지금 그 찬란한 햇살을 맘껏 누려야한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삶을 구체화해서 보여준 감독의 영상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매일 책을 읽는 주인공을 보며 '눈앞에 파리가 날린다'며 게으름을 피우는 걸 반성하며 매일 10분이라도 읽고 쓰고 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