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홍보물 제작, 보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할 것!
@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북내가 처음 제작했던 홍보물이 무엇이었는지 너무 오래되서 생각이 잘 나진 않지만 아마 그때의 나도 홍보물을 제작하는 일에 매우 서툴렀을 것임이 분명하다. 기획, 구성, 디자인을 보는 감각 등 모든 것들이 어설펐겠지 싶다. 뭐가 뭔지도 모르고 제작했으니 ‘잘 만든다’의 개념이 있었을 리가 없다. 처음 혹은 함께 일하는 팀원들을 보며 생각한다. 나도 처음엔 그랬겠지. 일하는데 있어 팀원들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존중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갈 때는 방향성을 잡아줘야 하는 것이 맞다. 처음 홍보 업무를 하는 팀원들이 하는 가장 흔한 실수는 핵심이 무엇인지 모르고 홍보 작업물을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홍보 글을 쓸 때 홍보하고자 하는 콘텐츠의 어떤 부분을 핵심적으로 부각시켜야 할지 감이 없기 때문에 나열식 혹은 중요한 지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는 글을 쓰게 된다. 또한 홍보물을 제작할 때 콘셉트를 정했는데 콘셉트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게 글, 카피 등을 잡는다거나 디자인을 구성하기도 한다. 어떤 홍보물은 친절하지 않게도, 정작 중요한 정보들이 빠져 있는 경우도 있다. 홍보물 제작을 기획할 때 중요한 것은 홍보물을 만드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획을 하는 것이다.
@ 2022 전주세계소리축제 현수막
홍보물 제작 기획은 만들고자 하는 홍보물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홍보물을 이용할 타깃층이 누구인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예산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이다. 다음은 어떤 콘셉트로 디자인과 형태, 구성을 어떻게 할지, 어떤 내용들을 어떤 방식으로 넣을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구성안과 함께 카피 및 홍보원고를 작성해 디자인 업체에 넘기고, 업체 디자이너는 기획자가 의도한 대로 이미지로 담아내는 디자인 작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기획자가 디자인 영역을, 디자이너가 기획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과 디자인의 영역은 접근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프로세스가 엄연히 다르다. 그러므로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는 마음과 신뢰가 기본적으로 수반된 상태에서 기획자와 디자이너 협업 과정의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기획자 입장에서 호흡이 잘 맞는 디자이너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2022 전주세계소리축제 홍보물
기획자는 홍보물의 제작 의도와 목적, 방향성을 디자이너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함의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 모호함을 최대한 뚜렷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레퍼런스를 찾아서 제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다. 디자이너는 이 추상적인 것들에서 핵심을 잘 캐치해 디자인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텍스트를 분석할 줄 아는 디자이너를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담아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미지적으로 훨씬 잘 구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자도 디자인에 대한 센스와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잘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감을 익히기 위해서는 홍보물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인 요소가 들어간 다양한 것들을 보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된다. 나는 공연홍보기획자이기 때문에 공연에 관련된 것을 많이 보긴 하지만 미술, 전시나 광고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현수막
홍보의 관점에서 본다는 것은, 결국 보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기획이 좋고,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바라보는 이의 관점이 빠진다면 그건 그냥 제작물일 뿐 아무런 효용성을 갖지 못한다. 모든 분야가 쉽지는 않겠지만 홍보팀 업무는 역시 너무 어렵다. 생각보다 많은 자질을 요구하고,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디테일이 사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창의성이 들어가야 하는 이 작업 과정에 나는 재미를 느낀다. 물론 인고의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만 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