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글쓰기를 마음 가는 대로 쓰는 편이었다. 글쓰기의 형식이라는 게 있고 분명히 그 형식을 배우는데도 왠지 정해진 방식을 따르고 싶지 않아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의 글들을 보면 대부분 갖추어지지 않은 두서없지만 생각나는 대로 쓴 글들이 대부분이다. 지금도 글을 잘 쓴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홍보팀에서 일을 하다 보니 글에 대한 감각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홍보 글쓰기는 생각보다 다양함을 요구한다. 그래서새로 일을 시작한 스탭들은 빨리 감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쓰는 글과는 다름을 요구하기 때문에 많이들 어려워한다. 어쩔 수 없이 시간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홍보 글쓰기의 다양함이란 홍보 채널에 따라, 내용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중요도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보도자료,기고문, SNS 채널용, 홍보성 글 등 각각 글쓰기가 다르게 들어가야 한다.
아래는 같은 자료를 토대로 쓴 홍보성 글이다. (1번)은 당시 새로 들어왔던 홍보팀 스탭이 쓴 글이고, (2번)은 내가 다시 쓴 글이다.
(1번) 무속을 넘어선 전통예술의 정수! 무녀와 악사의 독창적 하모니
- 민중의 역사와 삶이 녹아있는 전통 축제 단오제! 그 속의 핵심 민중 신앙 단오굿의 음악을 느껴보자! 전통 굿 음악은 단순한 무속 행위를 넘어 높은 문화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으며 완성도 있는 전통음악으로 인정받는다. 복잡한 타악 장단에 맞춰 추는 무녀의 춤과 그 사이의 악사들의 ‘바라지’(장단 반주)는 화려한 축제 속 흥을 돋우며 독창적인 하모니를 만들어 나간다.
강릉단오굿보존회의 ‘강릉단오굿’ 공연을 소개하는 글이었는데 이 스탭은 ‘단오굿 음악을 느껴보자’ 라고 서두에 홍보 멘트를 넣고, ‘전통 굿 음악이 인정받았다’라는 내용, 마지막에 ‘타악 장단+무녀의 춤+바라지의 독창적 하모니를 만든다’를 언급했다. 내 기준에서 이 글을 뜯어서 살펴보면 일단 글이 조금 더 친절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강릉단오제와 단오굿이 핵심인데 이 부분이 언급이 안 되어있고, 문화 예술적 가치를 어떻게 인정받았는지도 구체화 되어있지 않다.
단오굿 음악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라면 그 음악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복잡한 타악 장단은 무엇인지 읽는 사람이 궁금해하지 않을까? 그리고 같은 문장에서 웬만하면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이 글에서는 ‘인정받다’가 두 번 들어가 있는데 이런 경우 읽는 재미를 위해 같은 의미의 다른 단어를 쓰는 게 좋다. 또한 글에서 시제는 중요하다. 잘 들여다봐야 한다. 여기에서 ‘인정받는다’는 ‘인정받았다’로 ‘만들어 나간다’는 ‘만든다’로 해야 매끄럽게 읽혀 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대표하는 카피는 글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내용으로 축약해서 넣어주는 것이 좋다. 또한 함축적이지만 구체적인 표현일수록 좋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2번) 다양한 장단, 무녀의 노래와 춤, 악사들의 기성! 함께 빚어내는 독창성과 예술성 갖춘 굿 음악
- 천여 년의 역사를 지닌 강릉단오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으며, 2015년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문화유산 걸작’으로 선정됐다. 단오굿의 반주 음악은 복잡한 타악 장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굿은 푸너리장단의 기악에 맞춰 무녀가 춤추는 것으로 시작되고 청보장단과 제마수 장단을 기본으로 한다. 굿에 따라 한 장단이 1장에서 5장까지 여러 장으로 구분되면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것이 특징인데, 가장 많이 연주되는 청보장단은 5장까지 있으며 장단이 바뀔 때마다 무녀의 노래와 춤이 달라진다.
내가 쓴 (2번)의 글도 물론 친절하진 않다. 분량상 짧게 써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세하게 넣을 수 없다는 한계는 있었다. 나는 강릉단오제를 규정하며, 이것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단오굿 반주 음악이 타악 장단으로 구성되었다는 점, 굿의 장단 그리고 어떤 장단에 따라 어떻게 장단이 변주되었는지를 설명했다. 장단과 무녀와 악사들이 함께 어우러진다는 점은 카피를 통해강조했다. 장단에 대한 설명들이 조금 더 있었다면 훨씬 좋았겠지만 특징 정도로 간단히 마무리를 지었다. 여기에서 핵심은 공연을 보러 오게 하기 위한 홍보 글에서 훅을 던지는 것은 카피를 이용하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용의 포인트를 어디에 맞춰서 써야 하는지가 정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홍보팀에서 대표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글은 보도자료와 SNS채널 등에 들어가는 홍보성 글이다. 보도자료는 말 그대로 기사문이므로 팩트를 중심으로 쓰되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보도자료에도 여러 분류가 필요한데 정말 팩트만 담아내야 하는 글, 기획이 필요한 글, 팩트와 가치를 함께 강조해야 하는 글 등 필요에 따라 글쓰기는 달라진다. 또한 뉴스레터나 홍보 책자 등에 들어가는 글들도 무겁지 않지만 또 가볍지 않은 글쓰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한다.
SNS는 좀 더 재미있고 유연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채널이라는 장점이 있다. 물론 콘셉트에 따라 글쓰기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딱딱하지 않은 글체로 재미와 친근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짧은 글을 써야 하는 채널이기 때문에 포인트를 잘 살려 담아내는 것은 중요하다. 한 가지 더, 글을 쓸 때 톤을 맞추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글의 톤이 통일성이 없고 중구난방이라면 주최 측의 성의 없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이는 신뢰도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한 책자에 여러 공연팀을 소개하는 글을 담아내는 경우에도 내용은 다르지만 글의 톤은 맞춰야 한다. 이런 디테일이 공연, 축제, 기관 등 홍보하고자 하는 콘텐츠의 브랜딩을 할 수 있는 기본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홍보 글을 잘 쓰냐고? 이건 아직까지 나에게도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에는 많이 보고, 읽고, 쓰는 게 방법인데, 요즘은 챗GPT로도 글 쓰는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하니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는 워커로서 내가 어떻게 조언을 해주는 게 좋은 걸까? 고민이 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홍보하고자 하는 콘텐츠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진정성을 담을 수 있고 그 진정성이 담겼을 때 글도 풍성해질 수 있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의 문제보다 어쩌면 이것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