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과정이랄까?
홍보팀 업무는 어떤 면에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일이다. 창의적이고 때로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일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계획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이 90% 이상인 사람은 이 업무를 어렵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다행히도 49대 51 정도의 반반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 비교적 이 일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홍보는 전략적이고 시점에 따라 움직이는 업무이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반면에 업무의 내부 속성을 들여다보면 창의성과 상상력이 필요할 때가 많다. 기계적으로 움직여서는일의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처음 내가 공연/문화예술 홍보 일을 시작했을 때 그 시점에는 홍보 채널로 블로그가 활성화되던 때였다.내가 전통문화 및 예술과 관련된 사업들을 하고 있던 때였는데 그때는 이런 것과 관련해서 알려 줄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나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개인 블로그를 먼저 시작하고 업무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감(感)’으로 도전을 해 본 셈이다.사실 개인적인 것보다는 전통문화나 전통예술에 관한 콘텐츠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업무가 많아 바쁜 시기이기도 해서 블로그를 정성스럽게 운영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 작은 경험을 통해서 콘텐츠 기획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를 느끼는기회가 됐다. 콘텐츠 기획이라고 하지만 당시 나에게는 그것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거나 흩어져 있는 이야기거리를 발굴하고 이것을 정제된 내용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는 일 같았다. 그 ‘발굴’과 ‘정제’를 하는 작업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그때 처음으로 콘텐츠 기획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공연예술축제에서 뉴스레터 작업을 하면서 본격적인 콘텐츠 기획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치 잡지사에서 일하는 에디터가 된 듯이 널려져 있는 콘텐츠들의 연결고리를 찾아 하나로 구성해 섹션으로 묶은 다음 섹션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고, 관련 내용들을 기사 형태로 쓰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많이 봐줄까를 고민하면서 기획 콘텐츠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홍보의 방식은 같더라도 홍보시스템은공연예술단체, 축제, 문화시설 및 기관 등 내가 어떤 조직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그에 따라 콘텐츠 운영도 달라지게 된다.
축제에 따라서도 다르겠지만 ‘공연예술축제’는 단기간에 많은 다양한 공연들을 홍보하게 된다. 이때 뉴스레터의 콘텐츠는 축제 전과 축제 기간 그리고 축제 후로 나눠지게 되는데 가장 집중되는 구간은 축제 앞뒤로 공연들을 홍보해야 하는 시점이다. 100회이상 되는 공연들을 단 몇 회의 뉴스레터에 담아 내용을 내보내야 했던 그때 고민했던 것은 섹션별로 공연 묶음을 구성하거나 아니면 이렇게 묶어낼 다른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거였다. 당시에 했던기획은 장르별 혹은 구성별로 공연을 묶어 타이틀을색다르게 붙이고, 타깃층에 맞는 관객들에게 공연을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남들과 똑같이 뻔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전통 공연의 고유성을 살려낸 섹션은 ‘전통의 멋, 원류의 품격’으로 국악의 새로운 시선을 담아낸 섹션은 ‘실험과 전복, 젊은 국악’으로, 다양한 나라의 전통음악을 만날 수 있는 해외팀 공연들을 담은 섹션은 ‘낯선 여행, 월드뮤직’으로 이렇듯 섹션명만 들어도 공연의 내용들을 연상할 수 있도록 이름을 짓고 각 섹션으로 묶어 해당되는 공연들을 소개했다. 사실 이런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할 수 없는 생각일 수도 있다. 기획이 거창할 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콘텐츠를 새롭게, 다른 시각으로, 세심하게 바라보고 담아내는 과정인 것은 아닐까?
SNS의 콘텐츠 기획도 마찬가지다. 보통은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한 콘텐츠가 많을 수밖에 없긴 하다. 정보가 많은 경우에는 그 콘텐츠만 준비하기에도 바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예를 들면 극 제작 공연을 홍보할 때 기본 공연 내용, 시놉시스, 출연진 및 제작진, 티켓 및 할인 혜택, 티켓 오픈, 이벤트 등의 내용이 올라가면 정보성 콘텐츠는 거의 다 올라간 셈이다. 하지만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콘텐츠가 게재되어야 하는 SNS 채널의 특성상 그 이후에는 기획 콘텐츠를 어떻게 올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상설공연 제작에 참여했을 때 나는 이를 위해 사진 중심으로 각 캐릭터를 소개하거나 캐릭터와 대사를 엮어서 넣거나 무대의 뒷이야기와 에피소드를 묶어 담아내기도 했다. 물론 이때 일시, 장소 등 공연의 기본 정보는 같이 언급해줘야 한다. 홍보 콘텐츠 기획이란 게, 결국에는 관객들이 공연에 관심을 갖게 하고 공연장까지 보러 올 수 있게 하도록 하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SNS 채널 중에서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블로그는 채널의 성격이 다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사진과 영상 중심으로 콘텐츠를 가볍게 기획해야 한다면, 블로그는 사진과 영상을 한 페이지에 넣고 텍스트를 길게 쓸 수 있으므로 콘텐츠를 좀 더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실시간 피드가 중요하지만 블로그는 검색이 중요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기획할 때 이 부분들도 고려해서 내용을 기획해야 한다. 콘텐츠는 꼭 내부 정보들로만 구성하지는 않아도 된다. 큐레이션, 인터뷰, 통계 등으로 관련 정보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홍보하고자 하는 콘텐츠와 엮어서 기획하는 방법도 있다. 이때는 시의성과 트렌드의 반영이 중요하다.
사실 현장에서 현안 업무들에 치이다 보면 제대로 된 기획 콘텐츠를 준비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렇게 거창한 기획이 아니더라도 홍보 채널의 특성에 따른 각각의 콘텐츠를 준비할 때 혹은 홍보팀에서 가장 많이 하는 홍보물 제작 등을 할 때 콘텐츠 기획 능력은 스며들듯이 활용된다. 기획 능력이란 글이나 말로 표현하긴 어려운 경험치다. 경험치를 많이 쌓아야 어떻게 기획하고 구성하는 게 좋은지 알 수 있다. 특히, 공연 콘텐츠는 공연을 많이 보는 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신만의 감각 그리고 다각도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